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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의 최측근이며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가 8일 오후 중국 칭다오발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에서 입국한 뒤 공동강요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고 있다. 차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울먹이며 답변하고 고개를 여러차례 숙였다.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의 최측근이며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가 8일 오후 중국 칭다오발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에서 입국한 뒤 공동강요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고 있다. 차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울먹이며 답변하고 고개를 여러차례 숙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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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이 눈물을 흘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인물로 주목받아 온 인물이다. 어젯밤(8일) 인천공한 입국장에선 그의 말이 떨리고 있었다. 못 박을 필요가 있다. 나라가, 조국이 수 십 일 넘게 자신이 관계한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 국정농단 사태로 뒤흔들리고 있는 와중에 흘린 눈물은, 아무 의미 없다.

게다가,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말말말'을 들어 보면, 더욱 더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의미 없는 말들의 향연도 물론이지만, 어쩜 그리 박 대통령의 자기편의주의식 사과와 울먹임, 검찰에 출두한 최순실씨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안일함과 겹쳐진다.

"물의를 일으켜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 기회에 많이 깨닫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민여러분께 정말로 죄송합니다."
"정말 그런 일 없었습니다."
"모든 부분들 검찰에서 성실히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검찰 측에 체포되기 직전인 이날 오후 9시 50분경, 인천국제공항에서 차씨가 내뱉은 말이다. 박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최순실씨도 그렇고 왜 자꾸 '국민들'을 호명하는 건가. 국민을 대상으로 "진심으로 죄송"할 정도면 죄를 인정한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자꾸 검찰만 만나면 말이 바뀌는가.

게다가, 눈물로 죄송함을 호소할 만큼 잘못한 사람이 수십일 동안의 장기 도피는 왜 자청했는가. 검찰 조사가 임박한 박근혜 대통령과 선을 긋는 듯한 '약자 코스프레'가 국민들에게 먹히리라 생각한 건가. 이러한 차은택씨의 심리적 단면은 비슷한 홍보 업계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9일 오전 적은 페이스북 글에서도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광고계의 후배가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차은택 구속되는 거 보셨어요?"
"봤지."
"어떠셨어요?"
"나쁜 짓은 많이 했다지만 눈물을 흘리는 데 안됐더라."
"그거 다 쇼예요."
"설마?"
"차은택이 연출가잖아요. 광고바닥 사람들은 걔, 눈물을 흘리며 약자 코스프레할 거라고 다 짐작했답니다. 차은택은 거짓 감정의 달인입니다. 속으시면 안 돼요."

우리 모두 차은택의 연출에 속지 맙시다~

차은택의 눈물, 그거 다 쇼예요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의 최측근이며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가 8일 오후 중국 칭다오발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에서 입국한 뒤 공동강요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고 있다. 차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울먹이며 답변하고 고개를 여러차례 숙였다.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의 최측근이며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가 8일 오후 중국 칭다오발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에서 입국한 뒤 공동강요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고 있다. 차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울먹이며 답변하고 고개를 여러차례 숙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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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래야 한다. 속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개돼지'로 몰락한 '우리 모두' 역시 차은택의 '발연기'에 속을 준비가 아직(?)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차은택씨의 '눈물 연기' 이후 쏟아진 SNS 상 비판들이 이를 증명한다.

"차은택 ᆢ안종범은 알고 우병우 모른다고? 니 애미는 알고 애비는 모른다고 해라ᆢ." (@bo*********)

"정유라. 장시호. 둘 다 빨리 끌고 와야 함. 그래야... 최순실이 자신의 범죄 행각을 술술 털어놓게 될 것임. 장시호랑 차은택이랑 중국에서 같이 있었다고 하던데... 왜 하나만 불러... 죄다 만들어 놓은 각본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거지..."(@ri********)

"차은택쪽과 입찰 경쟁을 벌이던 회사에 근무하던 지인 말론 진짜 2년 이상 그 어떤 입찰도 성공시키지 못했다더라. 연관이 없으면 승률 제로. 피티도 질이 낮고, 스페인까지 날아가서 차씨네가 실제 일해놓은 거 봤는데  자기 낯이 화끈거리는 수준이더라고." ‏(@sw*************)

"귀국 후 긴급 체포된 차은택이 자신은 박근혜를 독대한 일이 없다고 했다. 평소 청와대를 심야에도 드나들면서 박근혜 만난다고 떠벌린 그가 갑자기 말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 중국에 있으면서 국정농단 게이트 전체를 컨트롤하는 자들과 조율이 끝났음을 보여 준다." (@xR*************)

그러니까, 카메라 앞에 선 차은택씨의 말을 종합하면 이러하다. 여러 매체들도 이 대목에 집중했다.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금 알고 있다"고, 검찰이 다음주 정도 '전격 조사'를 검토 중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만난 적 없다"는 인터뷰에.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자신까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가 SNS에 올린 글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보자.

"차은택이 장차관급을 꽂아 넣을 정도라면, 최순실이 꽂아 넣은 자들은 몇이나 될까요? 이 정부 장관 상당수가 대통령 독대는 못 했어도 최순실 독대는 했을 겁니다. '최순실의 개'가 되어 국정농단을 일선에서 집행한 자들이 누군지, 꼭 밝혀내야 할 겁니다."

권력에 취한 어느 CF 감독의 무한질주 

올해 바뀐 '최순실표' 정부상징체계에 따른 문체부 로고.
 올해 바뀐 '최순실표' 정부상징체계에 따른 문체부 로고.
ⓒ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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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꼭 밝혀내야 한다. 일개 CF 감독, 아니 일부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한물 간' CF 감독이던 차은택씨가 이토록 권력을 휘두르고, 제 사람을 정부 요처에 심었으며, 나랏돈을 제 돈처럼 좌지우지했다는 부인하기 힘들 정황이나 실질 증거와 증언들을 말이다.

우선 청와대가 압박한 CJ 이미경 부회장의 빈자리를 꿰차려고 시도했다. CJ는 차은택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도 적극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근혜 정권하에서 이재현 회장 구속되자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고 부르짖었던 그 CJ 맞다.

그 이후 CJ E&M 사옥에서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이 개최됐고, 문화창조융합센터가 여기에 개설됐다. 이와 관련, 경기도 '한류월드'에는 한류 테마파크 'K-컬처밸리'가 조성되고, 나랏돈 1조4000억 원이 투자될 예정이었다. 이런 사업에 차씨가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인사는 어떠한가. 박근혜 대통령의 주력 사업(이라 쓰고 4대강에 맞먹는 세금 쏟아 붓기) 으로 일컬어지는 '문화융성사업'. 그 사업에 주력부대로 차씨의 '외인부대'가 대거 '융성'됐다. 홍익대 은사인 김종덕 교수는 문체부 장관에, 외삼촌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자리를 꿰찼다. 문화콘텐츠진흥원장 자리엔 광고계 선배로 알려진 송성각씨를 앉혔다.

이들이 그럼 일을 잘 했느냐고. 그럴 리가. 송 전 원장은 7일 오후 '광고사지분 강탈의혹' 등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자신의 인맥인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을 임명했다는 풍문이 파다했던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정부상징체계를 '최순실표 로고'로 통합하는 등 문체부 내 '문화융성' 사업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심지어 이번 게이트의 핵심 중 하나인 미르재단 사무부총장 역시 차씨의 광고업계 인맥인 김성현 그래픽 디자이너다.

'차은택의 눈물', 절대 현혹되지 마라

이 밖에도 차씨가 대기업 광고 부당 수주 등 문화연예체육 등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게 다 차씨 개인의 주머니 착복을 위한 전횡이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특히 나쁘다. 9일 MBN 보도에 따르면, 차씨의 재산은 부동산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3년 새 100억 원 이상이 늘었다고 한다. 더욱이, 딱히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나 현 여당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권력'의 중심으로 접근했고, 그 힘을 마구 휘둘렀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차씨의 권력에 피해를 입은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일개 CF 감독이 주요 정책 사항을 논의하는 비선실세 모임에서 정책 결정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로 소름이 끼친다. 최순실-차은택 복식조가 최종적으로 가리킨 것이 수조원대의 이권이 걸린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사실 역시 경악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또 9일 밤 사석에서 만난 한 영화인은 김종훈 전 장관 산하 영진위의 김세훈 위원장이 영화 정책은 도외시한 채 제식구 챙기기에 나선 정황들을 격하게 토로했다. 지난 3년 간 파국에 휩싸였던 부산국제영화제 논란은 어떠한가. 체육계 역시 '정유라 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대표적이다.   

우려되는 것은 역시나 검찰이다. 차은택씨는 9일 새벽까지 조사를 받은 후, 4시간만에 재소환됐다고 한다. 횡령, 광고사 강탈 의혹 등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수 십일간의 도피 생활을 눈감아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파다하다. 최순실씨나 우병우 전 수석과 같이 검찰과 윗선이 짜놓은 어떤 시나리오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 말이다.

그가 개입한 이권, 정책들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유무형의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어마어마하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비할 바 못된다고 할 수 있지만, 차은택씨 역시 만만치 않다. 전 국민적인 불신을 받고 있는 검찰이 제 임무를 다하기만을 바라기엔 불안감이 크다.

여론과 언론, 야권의 힘으로 제대로 된 수사를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비극일 뿐이다. 그럼에도, '차은택의 눈물'은 단죄해야만 한다. '박정희 시대'와 달리 대통령에 빌붙어 전방위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쌍팔년도'식 권력비리 사건은 '박근혜 시대'로 끝내야만 하지 않겠는가.


태그:#차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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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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