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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전주시민 고양곤씨가 단상 위에 올라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을 개사한 채 판소리 곡조로 노래를 불렀다.

"하늘엔 뉴타운이 떠있고 강물엔 녹조라떼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저당잡힌 곳~. 뚜렷한 BBK·맥쿼리 볼수록 이갈리는 친인척 상상을 초월하는 사자방 끝없는 비리 백화점.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팔아넘기고, 부자는 감세 서민들만 죽어나가고 이렇게 우린 99(구십구)가 희생을 하여 이렇게 우린 1%(1프로, 퍼센트)를 먹여 살리자. 아하 우리 MB각하 아하 쥐xx야. 아하 영원토록 xxxx야~.

하늘엔 반신반인 떠 있고 강물엔 큰빗 이끼 떠 있고 선거 때 남발하던 공약이 언제나 폐기되는 곳~ 든든한 비서실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최순실, 그네의 마음 속엔 언제나 최태민 생각나는 곳.

눈밖에 나면 언제든지 찍어내리고~ 대드는 놈은 물대포로 쏘아버리고~ 이렇게 우린 허수아비 여왕을 위해~ 이렇게 우린 유신부활 노래 부르자~ 아하 우리 독재자 딸 아하 귀태여왕~ 아하 영원토록 닭xxx야~" 

5일 저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총궐기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가운데, 같은 날 전라북도 전주시에서도 3000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해 촛불을 들었다.

백남기 농민을 기리며 묵념하는 전주 시민들.
 백남기 농민을 기리며 묵념하는 전주 시민들.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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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든 전주시민들.
 촛불을 든 전주시민들.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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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아이들.
 부모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아이들.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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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나중에 세상 바꾸라"는 어머님 말씀... "죄송해요. 지금 바꿉니다"

오후 5시부터 전주오거리 광장에서 개최된 이날 집회는 각종 공연 및 시민들의 자유연설로 포문을 열었다. 또한 백남기 농민 영결식이 있었던 점을 양지, 이를 기리는 묵념도 진행됐다.

위 행사들을 마치고 단상에 올라선 고양곤씨는 가수 정수라가 불렀던 <아 대한민국>을 개사해 판소리 노래를 불러 시민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자유연설을 위해 단상 위에 오른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우승민(20)씨는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나중에 공부부터 열~심히 하라"는 어머님 말씀에 죄송한 심정이 든다면서 "바로 지금이야 말로 행동을 통해 세상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들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현실을 풍자하는 판소리에 유쾌한 표정으로 웃다가도, 또 우렁차게 들려오는 연설 소리에 속이 뻥 뚫린 듯 환호하다가도, 이내 분노감을 감추지 못 했다.

온 가족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이종찬(38)씨는 첫째 아들의 손에 이끌려 나오게 됐다고 했다. 아들 이종현(12)씨는 "학교에서 배우기로,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라면서 "그런데 대통령이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대신 일을 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부부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박슬기(34)씨는 "비단 최순실 사건만 가지고 화가 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국민은 지난 4년 내내 분노해 왔다"라며 "이 같은 초유의 사태에는 대통령과 최순실뿐만 아니라 새누리당도 함께 책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새누리당은 박근혜 한 명으로만 꼬리 자르기를 할 것이 아니라, 이참에 해체를 하는 것이 옳다"라고도 전했다.

행진 중인 집회 참가자들.
 행진 중인 집회 참가자들.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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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을 주장하는 플랭카드를 들고 있는 대학생들.
 박근혜 퇴진을 주장하는 플랭카드를 들고 있는 대학생들.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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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9분] "국민의 명령이다, 박근혜 하야하고 새누리 해체하라"

1시간가량의 행사를 마친 집회 참가자들은 거리로 나섰다. 광장에 처음 모였을 시에는 해가 떨어지지 않아 날이 밝았지만, 어느새 어둠이 드리운 때였다. 하지만 수천여 촛불이 도로 위를 수놓으면서 곳곳이 빛으로 물들었다. 주변 시민들도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회 참가자들이 거리로 나아가자, 집회를 지지하는 전주 시내버스들이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다. 버스 안의 시민들은 창 밖의 촛불들을 바라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며 손을 흔들어댔다. 길 위의 시민들도 이에 화답하듯 환호하며 인사했다.

주최 측은 검은 봉투 안에 보관 중인 200여 개의 초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함께 할 것을 호소했다. 걷고 있던 시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초를 받아 들었다. 30분이 채 되지 않아 봉투 속 모든 초가 고갈됐다. 골목을 하나씩 지나칠 때마다 촛불의 행진대열이 더욱 길어졌다.

촛불을 받아들고 행진에 참여하려는 학생들.
 촛불을 받아들고 행진에 참여하려는 학생들.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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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로 사거리에서 만난 촛불행진 대열.
 관통로 사거리에서 만난 촛불행진 대열.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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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로 사거리에서는 직전까지 갈라서서 행진했던 촛불들이 만나게 됐다. 자연히 촛불들의 몸짓도 더욱 커졌다. 이 때문에 경찰들은 폴리스라인을 추가로 설치하느라 분주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촛불을 한 손에 들고 파도타기를 하며 거리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어 "국민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외쳤다. 또한 "국정교과서는 무효다" "새누리당 해체하라" 등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과 집권여당에 대한 비판도 마다치 않았다.

[오후 7시 11분~8시께] "이것은 대통령에 대한 1차 경고에 불과하다"

"진행팀이 통제하기 버거울 정도입니다. 시민 여러분,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행진의 목적지인 풍남문 광장에 도착한 집회 참가자들은 위 같이 말하는 진행자의 말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자리에 앉았다. 인근의 상인들은 "이제들 오셨네~" "고생들 하셨어요~" 하며 집회 참가자들을 반겨줬다.

제각각 자리에 앉은 집회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준비한 난타 및 공연 등을 짧게 관람한 후 다시 연설을 이어갔다. 연설에는 중학생부터 대학생, 중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연설자 대부분은 "이 나라의 민주질서가 파괴된 데에는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마지막 자유연설자로 나선 한상구(20)씨는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한씨는 작년 광화문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농민과 같은 대열에 서 있었다고 했다. 이어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과 구급차에 실려 가는 모습도 바로 옆에서 생생히 봤다고 증언했다. 한씨는 국가폭력에 맞서 오는 12일에 있을 민중총궐기에서 다함께 다시 뭉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집회에 참여한 박광재(39)씨는 "초등학생 딸에게 역사적인 순간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국민에 대한 폭력도 모자라 헌법을 유린한 이 나라의 대통령에 대해 시민들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딸이 꼭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8시께 끝났다. 집회 참가자들은 해산하기 직전 사회자의 "이것은 대통령을 향한 1차 경고에 불과하다"라는 말에 박수를 보냈다. 주최 측은 "대통령이 시민들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오는 19일에 2차 총궐기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히며 행사를 끝마쳤다.

행진 마지막 코스인 풍남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
 행진 마지막 코스인 풍남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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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전주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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