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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 영결식,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 수많은 시민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의 넋을 위로하며 "책임자를 처발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 참석한 문재인-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시민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의 넋을 위로하며 "책임자를 처발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생명과 평화를 위해 노래하시다 백 농민이 쓰러진 지 359일, 선종하신 지 42일이 지났습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분하고 죄송스럽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내가 백남기다, 우리가 백남기다' 이 변치 않을 약속을 하며 백남기 농민을 보내드리려 합니다."

사회를 맡은 손영준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경찰 물대포 직사를 맞고 쓰러진 뒤 숨진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이 5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됐다. 물대포에 쓰러진 지 1년 남짓, 사망한 지 40여 일이 지나서야 열린 장례식이다.

영결식 말미, 무대에 올라온 고인의 장녀 백도라지씨는 "이렇게 영결식장에서 인사를 드리게 됐다, 이 날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같이 싸워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 보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순탄하지 않은 삶을 사셨는데 가시는 길까지 가시밭길일 줄은 몰랐다"는 백씨는 "이제 영원한 안식을 취하실 테니 마음이 아프더라도  보내드리겠다"라며 울먹였다.

백씨는 이어 "이 정권의 수명은 끝난 것 같으니 이제 경찰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하기 바란다, ('병사'라 사인을 표기한) 서울대병원의 책임도 꼭 묻겠다"라며 "마지막으로 아버지께 한 말씀 드리겠다,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부인 박경숙씨도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울먹이며 "깊은 애정과 관심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5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아 숨진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앞줄에 앉은 고인 유가족을 비롯해 주최 측 추산 5000여 명 시민이 함께 했다. 그리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비롯,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이밖에도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의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야3당 지도부들도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영결식에서는 한 50대 여성이 일어나 "살인마 박근혜는 나와서 무릎 꿇어라, 사과하라"고 크게 외치기도 했다.

정현찬 상임장례위원장(가톨릭농민회 회장)은 "이 땅을 사랑했던 백 농민이 무슨 죽을죄라도 지었는가, 식량 위기에 맞서 우리 식량을 지키자고, '17만 원 쌀값을 21만 원으로 올리겠다'던 박근혜 대선 공약을 지키라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냐"라며 "백 농민이 떠나도 백 농민의 정신마저 짓밟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추모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야3당 대표들은 공통으로 백 농민의 죽음이 "공권력에 의한 죽음"이라며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심상정 대표는 "백남기 어르신께서는 살인적 물대포를 맞고도 버티셨고 부당한 공권력에 굴복하지 않으셨다"며 "(병상에서) 국가의 존재가 대체 무엇인지, 피로써 일군 인권과 민주주의는 무엇인지 외치신 것 아닌가"라 말했다.

이어 "백남기 농민은 편히 쉬시라, 이제 우리가 책임지고 이 정권을 철저히 심판하겠다. 반드시 끌어내릴 것이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세워가겠다"라고 말해 청중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야3당 대표 모두 정부 비판 '한목소리'... 박원순 "우리가 하야시킬 것"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 참석한 추미애-박원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에서 참석해 추도사를 경청하며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 유성호
고 백남기 농민 생애 영상 보며 눈물 흘리는 유가족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에서 부인 박경숙씨와 자녀 백민주화씨가 고인의 생애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추미애 대표도 "국가가 어둠에 잠겨 있다, 국민은 자격 없는 대통령이 어떻게 국가를 무너뜨렸는지 똑똑히 목격했다"며 "새누리당과 대통령은, 국민·야당이 요구하는 별도 특검과 국정 조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어서 국정에서 손을 떼고 내려오라, 계속 국민의 뜻을 거역한다면 결국 우리는 박근혜 정권 퇴진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례로 진행된 추모사 중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것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추도사였다. 박 시장은 "쌀값 보장하라고 외치는 게 무슨 죄인가, 그러나 백 농민에게 돌아온 것은 살인 물대포였다"며 "오늘 이 집회에도 경찰은 소방수 사용을 신청했으나 (서울시에서) 불허했다, 앞으로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정당하고 평화적인 집회를 진압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찰의 소방수 사용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박 시장은 최근 논란이 된 최순실 국정개입 논란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명명된 소설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얼마나 더 놀라운 일이 이 땅에 일어나야 이 나라가 바뀔지, 참으로 개탄스럽고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백만, 천만의 백남기이다, 이제 우리가 들고 일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라며 "이 땅 주인임을 확인하는 선례를 이루겠다,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키겠다"라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영결식 말미에는 옥중에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최종진 상임장례위원장 대독을 통해 추모사를 전했다. "고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박근혜 정권이 이제 무너질 차례"라며 곧 있을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모여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영결식 참가자들은 "살인 정권 처벌하라", "우리가 백남기다", "박근혜 대통 빨리 하야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 양 바깥쪽으로는 "국가폭력 끝장내자",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문구가 쓰인 검은색 만장 수십여개가 서 있었다.
5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중고생 연대가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5일 오후 3시께 한복 입고 광화문 광장을 찾은 여고생들. 이들은 "고궁도 보고 집회(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도 참가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 권우성
5일 종로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전국 동시다발 시국대회를 연 대학생들이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 중이다. ⓒ 김은혜
영결식은 주최 측의 낭독에 따라 '선언문'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미 밝혀진 진실에 대해 눈감고 돌아갈 길은 없다, 실천적 연대가 절실하다"며 "세상을 바꾸는 거리, 광장에서 만납시다. 오늘 백남기 농민을 보내며 끝나지 않은 투쟁의 시작을 선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죽였으니 살인 정권을 퇴진시키자"라는 내용이었다.

한편 광화문광장 인근인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중고생 100여 명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치기도 했다. 위아래 한복을 입은 여고생들은 "새누리도 공범이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등 손팻말을 들고 참석했다.

박 대통령 앞으로 발부된 '구속 영장' 자보,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행을 비판하는 듯 "박근혜 대통령님, 박정희 대통령 우상화 이제 그만"이라는 손글씨 자보도 등장했다. 대학생 수백여 명도 종로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5일 영결식이 진행된 고 백남기씨는 지난해 '쌀값 보장·밥쌀용 쌀 수입 반대' 등을 외치며 민중 총궐기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 직사로 인해 쓰러졌다. 당시 백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쌀값 21만 원'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쓰러진 후 두개골 골절·뇌출혈 등으로 긴급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317일 동안 투병하다 지난 9월 25일 오후 2시께 사망했다.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 부검 영장 재청구 등으로 인해 사망 후 40여 일이 지나서야 열리게 된 백남기 농민의 민주사회장은 5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이날 오후 7시에도 추모 촛불집회와 이후 거리 행진 등이 예정돼 있으나 경찰은 행진을 허락하지 않아, 주최 측과 참여연대가 관련해 법원에 집회금지통고처분취소소송·집행정지가처분신청 등을 낸 상태다.

고 백남기 농민의 시신은 6일 전남 보성 고인 생가에서 노제 및 운구 행진 등을 진행한 뒤 같은 날 오후 5시경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 열사묘역에 안치될 예정이다.
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 현장. ⓒ 유성애
태그:#백남기 장례식, #백남기 유족, #백남기 사망, #국가폭력, #박근혜 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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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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