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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실에서 시민들이 TV 모니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대해 "이번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의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들,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실에서 시민들이 TV 모니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대해 "이번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의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들,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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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인 5%로 떨어졌다는 뉴스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이 발표되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창조적인 국정 농단 소식들을 접하면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그녀에 대한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라 단언했다. 다행히 오늘 대한민국은, 아니 대한민국의 국민들 대부분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졌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를 감안하면 5%라는 숫자는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는 수치다. 5%라는 지지율은 그녀가 대한민국 헌법에 의해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을 위임받아 행사할 자격을 실질적으로 잃었다는 것을,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그녀와 그녀의 주변에서 기생하고 있는 유사 권력집단들에게 국민들이 엄중히 선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90초짜리 대국민 사과에 이어 오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을 꼼꼼히 읽고 난 뒤 이번 사과문은 조금 길어졌으나 지난 사과문의 확장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신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지난 번 보다 더 명확히 인정하고 검찰 수사 더 나아가 특별검사의 수사라도 받겠다는 내용이 추가되었지만 여전히 대통령은 이전과 다르지 않은 입장과 논조를 주장하고 있다.

그녀는 이번 사과문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가급적 공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자연인인 한 개인의 잘못으로 축소하여 어떻게든 새 내각을 구성해서 임기 말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는 것을 천명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담화문에 등장하는 '잘못'이나 '사과'라는 단어들은 이런 입장을 유화하려는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하나하나 문장을 뜯어보자.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의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문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기본적인 이해가 어떤지를 확인해 준다. 대통령은 당초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한 목적과 의도를 갖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특정 개인이 사욕을 챙기기 위해 저지른 위법한 행위들로 다 망쳐 속상하다며 이번 사태를 한 개인 혹은 소수의 개인들의 잘못으로 축소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나 그녀의 이런 바람과는 달리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드러난 사실들과 사태의 정황들은 이번 사태가 특정한 개인이나 소규모 특권집단이 벌인 사사로운 범죄행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 기관인 청와대와 정부 조직, 경찰과 검찰, 입법기관을 구성하고 있는 집권 여당, 대기업들이 공모한 대한민국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집단적인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

한국어를 말하고 한글로 된 문장을 읽을 수 있는 이들이라면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일 텐데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그 대척에 서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문에서는 자신과 최순실 사이의 관계를 왜곡하고 축소하고자 하는 노력도 엿보인다.

'국민 여러분,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형제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기 오래전부터 이미 소원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최태민-최순실-정윤회 일가가 박근혜 대통령 측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도 언니를 최태민에게서 구해달라는 동생의 탄원서를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가족과 주변인사들의 증언들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그래서 이 문장은 권력의 주변에서 사욕을 채우려는 친인척들의 비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가족들과의 교류를 끊고 외롭게 지내 온 자신에게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수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관계를 축소하고 왜곡해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문장이다. 그 다음 문장도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축소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었고, 왕래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장은 마치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 독신인 자신이 고립무원의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아닌 개인적인 대소사를 챙길 사람이 필요했고 '개인사'라는 지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최순실의 도움을 받고자 했을 뿐이라는 말로 읽힌다.

이 또한 안타깝게도 이미 알려진 바,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오래전부터, 최순실과 그 자매의 도움을 받았고 그 왕래가 끊긴 적이 없었다는 것 또한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최순실은 단순히 개인사를 돕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최순실이 사용했다는 태블릿PC에 담긴 청와대 문서들이 증명한다. 이는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 사과문에서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 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만큼은 꺼뜨리지 말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태를 회피하고 무마하려는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이번 사과를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 문장이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은 지금의 사태가 '일부의 잘못'이고(그 일부에는 본인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이후 최순실과 자신들의 참모들이 공모하여 저지른 온갖 비리들과 누더기보다 못한 정책들을 '성장동력'으로 미화하고 그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강변을 하고 있다.

'이미 마음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습니다.'

맥락 없이 끼어든 이 문장은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 상태 혹은 심리상태가 한 나라를 관리하기에 과연 합당한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대통령은 지금의 사태가 사사로운 인연을 끊지 못해 일어난 개인적인 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런 인연들을 끊으면 더 이상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나 보다. 그녀는 국민들이 현재 원하고 있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 것들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문장은 본인은 원한 바는 아니겠으나, 이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이 모든 사달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만들어낸 지저분한 인연들 때문이니 본인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바라는 대로 모든 인연들이 끊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3여 년 간 국민들을 상대로 해왔던 상투적인 문장이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 모든 국민이 인지하고 걱정하는 것이니 이 판국에 새삼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 경제가 어려운 것,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골머리를 썩고 있는 전 인류 공통의 문제라는 건 이젠 삼척동자도 안다.

글쎄 이 문장은 사과를 하는 이가 입에 담을 문장 같진 않다. 더구나 이 두 가지 문제는 우리만 잘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지 않는 매우 국제적인 문제이다. 혼자 아무리 잘 해도 해결되기 힘든 위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정말 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합니다.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언론인들과 종교 지도자분들,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역시 국정혼란이나 공백에 대한 염려를 앞세워 국민들을 협박하는 상투적인 문장이고 본인은 임기를 끝까지 채울 것이라는 의지를 재천명한 문장이다. 여전히 사태의 핵심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없는 박근혜, 본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책임을 지고자 한다면 그 방법은 단 한 가지 밖에 없다.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자연인으로서 엄정한 수사와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다. 본인이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북악산 아래 청와대를 떠나도 지금처럼 정의롭고 상식적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문은 사과문이 아닌 자신의 임기를 지키고 여전히 그 권력의 주변부를 맴돌고 있는 집단들의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읽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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