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내일을 위해 투표하세요(VoteYourFuture)' 캠페인에 참여한 로버트 드 니로.

'당신의 내일을 위해 투표하세요(VoteYourFuture)' 캠페인에 참여한 로버트 드 니로. ⓒ VoteYourFuture


"000는 너무 대놓고 멍청해요. 그는 양아치, 개, 돼지 같은 놈입니다. 사기꾼에다 거짓말쟁이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공부도 안 하고, 사람들을 진심으로 염려하지도 않습아요. 000는 그냥 바보입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말했었죠. 그는 국가적인 재난이고, 00의 수치입니다. 저는 너무도 화가 납니다. 이 나라가 이 멍청이 같은 놈을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해줬다는 사실에 말이죠. 그는 세금도 안 내잖아요. 그가 사람들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고 했다는데, 나야말로 그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고 싶습니다." (관련 영상: 트럼프를 미친듯이 까는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

행여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일침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그래도 꽤 비슷한 점이 많긴 하다. 안 그래도, 여러모로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를 받는 인물이 바로 저 000 속 주인공이다. 짐작했겠지만, 그 주인공은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고, 주먹을 날리고 싶다던 인물은 미국의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다.

외신에 따르면, 로버트 드 니로는 최근 할리우드 스타들의 참여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당신의 내일을 위해 투표하세요(VoteYourFuture)' 캠페인에 참여했다.

힐러리의 지지층이라면, 보는 사람이 다 속 시원한 '사이다' 영상이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라면 꽤 속 쓰리는 돌직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9월, 미 NBC <SNL>에 배우 톰 행크스와 함께 출연, 트럼프로 분장해 포복절도할 명연기(?)를 선보였던 알렉 볼드윈의 활약도 화제였다. 그 반대편에서, 전통적인 보수주의자이자 공화당 지지자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일찌 감치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그렇다. 스타들과 셀러브리티들이 정치적 의사 표현과 지지하는 당과 후보를 천명하는데 있어, 미국만큼 자유로운 나라도 드물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미국의 위대한 가치라 여긴다. 고작 소셜미디어조차 자기검열에 시달리는 우리 현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3일 오후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을 다시 내건 가수 이승환의 행보는 분명 독보적이다.

"박근혜 하야하라" 주장하는 이승환의 독보적 행보

 이승환은 3일 오후 이 사진을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하며 "비영리 목적으로,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한 옥외 광고물은 허가나 신고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여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적법하게 거치하였습니다."라고 알렸다.

이승환은 3일 오후 이 사진을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하며 "비영리 목적으로,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한 옥외 광고물은 허가나 신고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여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적법하게 거치하였습니다."라고 알렸다. ⓒ 이승환 페이스북


"비영리 목적으로,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한 옥외 광고물은 허가나 신고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여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적법하게 거치하였습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딱 이틀 만이다. 이날엔 '가자! 민주주의로!'와 '11월 12일 서울시청광장'으로란 문구가 추가됐다. 잘 알려지다시피, 11월 12일은 서울시청광장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항의하는 범국민행동이 예정돼 있다. 이승환이 비단 목소리를 내는 것 외에도 어떤 '행동'을 독려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가수 이승환은 자신의 소속사인 서울 성내동 소재 드림팩토리 건물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 현수막은 곧 철거됐다. 소속사 측은 신고를 받고 강동경찰서 경찰들이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후 이승환은 "(불법 여부에 대해) 내일 구청에 문의 후 재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자신의 SNS에 공지한 바 있다.

"이승환 때문에 못 살겠어요. 플래카드를 거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니,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해서 위헌법률심판을 내는 방안을 고민하라고 하십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박근혜는 하야하라' 문구로 레이저 쇼를 하고 싶다며 관련 법률을 체크하라고 합니다. 레이저 갑부임을 자랑하려고."

3일 오후 <시사IN>의 주진우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이승환은 이 글에 "레이저 그까이꺼"라며 건물 외벽에 똑같은 문구가 담긴 야외 레이저쇼를 할 의도가 있다고 적기도 했다. 그간 거침없는 사회적인 발언과 세월호 참사 2주기 콘서트 참석 등 정치적 의사 표현에 주저함이 없었던 이승환.

이번 이승환의 현수막 게시는 1989년 데뷔한 유명 가수이자 소셜미디어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셀러브리티가 극도로 직설적인 화법으로 현직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이례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더욱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횡행하는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게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국민이 시름에 빠진 한복판에서 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3일 하루, 표현의 자유나 정치적 주장은커녕 '박근혜 하야'의 목소리 정반대 편에서 일부 연예인이나 기획사, 연예인 단체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표현의 자유

 1일 오후 6시경 가수 이승환이 소속된 '드림팩토리' 건물(서울 강동구 성내동 소재)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사진을 개인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드림팩토리 건물주 '정의가수' 이승환의 위엄!'이라고 덧붙였다.

1일 오후 6시경 가수 이승환이 소속된 '드림팩토리' 건물(서울 강동구 성내동 소재)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사진을 개인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드림팩토리 건물주 '정의가수' 이승환의 위엄!'이라고 덧붙였다. ⓒ 주진우 페이스북


장시호씨는 최순실씨의 언니인 최순득씨의 딸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와중에 연예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인물이다. 이와 관련, 3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최순득과 장시호씨가 특정 연예인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관계는 향후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파문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승환의 "박근혜 하야" 현수막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그리고 특정 연예인들과 연예계 관계자들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 이들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연예계를 포함한 문화예술계 전반에 드리워진 박근혜 정부의 후진적인 발상과 정책을 드러내는 극적인 한 장면일 것이다. 이와 관련, 주진우 기자는 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자 이제부터, 문화예술계의 최순실 인사들이 등장합니다. 함께 해외여행 간 연예인, 함께 가라오케 다닌 연예인, 함께 땅 사러 다닌 연예인, 함께 돈 빼돌린 연예인…. 국가대표 가수님, 박근혜 대통령이랑 노래할 때는 좋으셨죠?"

누구는 밥그릇 걱정을 마다치 않고 정치·사회적 발언에 앞장서고, 또 누구는 블랙리스트에 자기 이름이 빠졌다고 허탈해한다. 그러기에 앞서, 한 나라의 문화를 관장하는 부서(문체부)는 몇몇 실세들의 권력에 철저히 놀아났고, 그만큼 세금은 줄줄 새 나갔다. 지원과 격려를 받아 마땅한 문화예술인들, 연예인들이 배제되거나 고초를 겪어야 했다.

정확히 그 반대편에, 박근혜 정부 들어 승승장구했거나 '최순실의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는 이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라고 노래했던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지드래곤의 노랫말처럼, 그 권력이 영원하리라 믿었을 최순실씨는 물론 그의 파트너 차은택씨 마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와중에 권력의 단맛을 누렸을 이(연예계와 문화예술계 당사자)들은 지금 사면초가의 심정일 것이다.

권력의 단맛과 특혜를 누렸다면, 그 책임까지 달게 질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거꾸로 되돌린 표현의 자유 위축과 더불어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나 새누리당의 '김제동씨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 등 연예계를 포함한 문화예술계를 향한 탄압과 겁박의 상흔이 너무 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문체부가 받는 각종 문화융성과 창조경제 정책에 관한 의혹이나 연예계의 특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법적, 사회적 처벌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지금도 어느 래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디스'하는 랩을 속속 선보이고 있고, 또 어느 연예인, 어느 문화예술인은 자신의 SNS에 나라를 걱정하는 글을 적고, 의견을 개진하는 중이다. 반면, 포털에는 최순실, 장시호씨와 연루된 연예인들의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신은 과연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인가.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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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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