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포스터.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오만한(또는 평범하거나 방황하는) 인물이 어떤 계기를 겪거나, 아니면 스승을 만나면서 각성하는 여정은 영화에서 흔히 접했던 이야기다. 영웅으로 거듭나는 <매트릭스>가 바로 떠오른다. 슈퍼 히어로 장르에선 <배트맨 비긴즈>가 비슷한 길을 걸었다. 특히 마블 스튜디오의 출발점이었던 <아이언맨>과 <닥터 스트레인지>는 무척 닮았다.

엄청난 부를 소유한 천재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는 자신이 만든 무기가 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세상을 위험에 몰아넣는다는 사실을 깨닫자 아이언맨 슈트를 개발하고 슈퍼 히어로로 거듭난다. 토니 스타크가 잃었던 것은 심장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천재 신경외과 전문의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는 사고로 손을 잃는다. 다른 점은 토니 스타크는 과학으로 심장을 얻었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법으로 손을 되찾는다는 접근법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아이언맨과 닮았다

천재이며 상실을 겪었다는 점 외에 유머 가득한 능청스러움과 거만함이란 성격도 두 사람은 공유한다. 마블의 신세기를 열었던 페이즈 1의 중심엔 아이언맨이 위치한다. 하지만, 아이언맨은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마블이 아이언맨과 비슷한 캐릭터인 <닥터 스트레인지>를 페이즈 3에 넣은 것은 페이즈 4가 닥터 스트레인지를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란 선언일지 모른다. 물론 2018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제목 미정의 2019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속편 영화'의 강력한 적인 타노스에 대항하기 위해서 마법의 힘을 지닌 닥터 스트레인지의 합류는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1~페이즈 3은 '인피니티 스톤'이라 불리는 6개의 보석으로 연결되어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에 나오는 인피니티 스톤은 '아카모토의 눈'이라 불리는 녹색의 타임 스톤이다. 시간을 조종하는 인피니티 스톤이 등장하는 영화답게 서사엔 시간이 깊숙이 스며들어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 주인공은 에인션트 원을 만나 과학자이지만 과학 너머의 것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 주인공은 에인션트 원을 만나 과학자이지만 과학 너머의 것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닥터 스트레인지는 에인션트 원을 만나러 네팔 카트만두에 갔을 때 불량배들을 마주한다. 그때 애인 크리스틴(레이첼 맥아담스 분)이 준 손목시계가 깨진다. 손목시계를 다시 찾아준 이는 모르도(치웨텔 에지오포 분). 깨어진 시계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이전의 시간, 바꾸어 말하면 익숙했던 질서와 관념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다. 마법의 세계에 속한 모르도에게 시계를 돌려받으면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새로운 세계로 발걸음을 옮긴다.

새로운 시간과 만난 닥터 스트레인지는 두 가지 선택을 목격한다. 금지된 의식으로 불멸의 삶을 얻으려는 케실리우스는 시간의 힘에 저항하는 자다. 반면에 에인션트 원(틸타 스윈튼 분)은 시간에 순응하라고 충고한다. 두 사람이 대하는 시간의 태도처럼 <닥터 스트레인지>엔 과학과 마법, 서양과 동양, 물질과 정신, 현실과 환상, 외면과 내면 등 대비되는 요소가 가득하다. 이것을 다양하게 보여주며 에인션트 원은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눈을 떠라"고 조언한다.

이런 설정에 대해 메가폰을 잡은 스콧 데릭슨 감독은 "보통 영화들에서는 과학과 초자연적인 시각이 서로 대립한다. 하지만 나는 제3의 옵션을 생각했다. 만약 과학이 끝나는 곳에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의사이므로 그가 계속 과학자로서 세상을 보는 방식을 지키면서 동시에 과학의 경계를 넘어 초자연적인 가능성을 받아들임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그는 분열과 절단을 거부하고, 화합과 연속이란 가능성에 자신을 던진다.

다가올 전쟁에서 그의 역할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 시간과 공간의 왜곡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 시간과 공간의 왜곡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닥터 스트레인지의 손목시계엔 크리스틴이 쓴 "시간이 지나가면 내 사랑을 알게 될 거야"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것은 <은하철도 999>의 마지막 회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시간은 유한하기에 아름답다는 표현이다. "시간이 지나가면"에 주목하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슈퍼 히어로로 만날 숙명도 읽을 수 있다. 시간을 지나가게 두라는 말은 힘이란 욕망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경고다. 그리고 깨어진 손목시계와 문구가 합쳐지면서 자신을 위한 시간에 몰두하던 닥터 스트레인지가 세상을 위해 시간을 쓰는 영웅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완성된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슈퍼 히어로의 진영에 균열이 발생한 후에 <닥터 스트레인지>가 도착한 사실은 유의미하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강한 마법을 얻은 후에도 '마법사'가 아닌 '닥터'로 불리길 원한다. 이것은 과학과 마법의 조화이기도 하면서 과거 자신을 잊지 않겠다는 정체성의 선언이다(이런 설정은 <아이언맨 3>의 토니 스타크가 가진 "내가 아이언맨인가, 슈트가 아이언맨인가?"란 고민과 맥락을 같이 한다). 또한, 닥터이기에 치료를 할 수 있는 존재를 뜻한다. 이처럼 <닥터 스트레인지>의 서사를 요모조모 짚어보면 흥미로운 실마리가 무궁무진하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출연한다고 예고된 상태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갈라선 지금,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떤 통합의 길을 모색할 것인가? 닥터 스트레인지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어떤 역할을 해낼지 무척 궁금하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인피니트 스톤을 모은 타노스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흑막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 장면. 인피니트 스톤을 모은 타노스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흑막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인피니티 스톤(Infinity Stone)이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1, 2, 3을 관통하는 소재는 '인피니티 스톤'이라 불리는 6개의 보석이다. 타노스가 가진 '인피니티 건틀렛'에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장착하면 우주를 지배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얻는다고 한다.

6개의 보석 중에 '테서랙트'(국내 개봉 당시엔 '큐브'로 번역)라고 불리는 공간을 지배하는 파란색의 스페이스 스톤, '에테르'라 칭하는 현실을 바꾸는 빨간색의 리얼리티 스톤, '오브'라 일컬어지는 힘을 상징하는 보라색의 파워 스톤, '치타우리 셉터'라고 알려진 정신을 조종하는 노란색의 마인드 스톤은 이미 영화에 등장했다.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에 시간을 움직이는 녹색의 타임 스톤 '아가모토의 눈'이 나온 상태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인피니티 스톤은 소울 스톤. 2017년 개봉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의 감독 제임스 건은 소울 스톤이 나오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마블 스튜디오의 2017년 다른 개봉작은 <스파이더맨: 홈 커밍>과 <토르: 라그나로크>다. 아무래도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2018년 5월에 공개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직전에 개봉하는 <블랙 팬서>에 나올 가능성도 있으나 너무 촉박하지 싶다. 이런 추측도 마블 영화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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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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