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이상으로 0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정규 시즌 1, 2위 간 맞대결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양 팀 모두 득점 기회를 잇달아 놓쳤다. 결과는 두산의 1:0 연장 끝내기 승리였다. 정규 시즌에서는 모두 장타력을 뽐냈던 양 팀이지만 11이닝 동안 장타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많은 찬스에서 득점이 나지 않고 연장전에서 승부가 갈렸다는 점에서는 NC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니퍼트-스튜어트 상반된 내용의 무실점

29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양 팀의 외국인 선발은 무실점 호투로 투수전을 전개했지만, 성격은 판이했다. 두산 니퍼트는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5회 초까지 단 한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특히 1회 초 150km/h대 몸쪽 빠른 공 15개만으로 삼자 범퇴시킨 투구 내용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니퍼트가 보인 모습과 다름이 없었다. 니퍼트는 포스트 시즌 34.1이닝 무실점을 이어가며 포스트시즌 무실점 기록을 다시 썼다.


반면 NC 스튜어트는 숱한 실점 위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점은 하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두산 타선이 집중력 부재로 인해 지난 8일 정규 시즌 최종전 이후 21일간의 공백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두산, 5이닝 연속 기회 무산

1회 말부터 3회 말까지 두산은 선두 타자 출루와 포수 김태군의 수비 실수 등이 겹쳐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1회 말에는 무사 1루에서 오재원의 6-4-3 병살타가 나왔고 2회 말과 3회 말은 각각 2사 3루와 2사 1, 2루가 잔루 처리되었다.

4회 말과 5회 말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각각 2사 2루, 2사 1, 2루 기회가 무산되었다. 5회 말 2사 1, 2루에서는 오재일의 안타성 타구를 2루수 박민우가 호수비로 아웃으로 연결했다. 플레이오프부터 시작된 박민우의 호수비 행진이 이어졌다.

지루한 공방전

하지만 니퍼트의 투구 수가 늘어나면서 경기 중반 이후 NC도 선취점을 낼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6회 초 2사 3루, 7회 초 2사 1, 3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6회 초에는 이종욱, 7회 초에는 이호준에 득점권 기회가 걸렸지만 베테랑 타자들 역시 니퍼트의 구위는 이겨내지 못했다.

7회 말을 기점으로 NC가 스튜어트를 강판시키고 원종현을 투입하며 불펜진을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두산은 원종현을 상대로 7회 말 1사 2루, 8회 말 2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7회 말 1사 2루에서는 오재원의 큼지막한 외야 타구를 우익수 나성범이 전력 질주해 아웃 처리하는 호수비를 보였다. 8회 말 2사 만루에서는 김재호가 낮은 공에 어정쩡한 스윙으로 임하다 2루수 땅볼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8회 말까지 두산은 9안타 4사사구를 얻었지만 단 1점도 얻지 못하고 잔루만 12개 기록했다. 기회만 왔다 싶으면 무섭게 몰아쳐 대량 득점과 연결하는 정규시즌 1위 두산다운 야구를 펼치지 못했다. 안타 없이 득점할 수 있는 무사 혹은 1사에 3루까지 진출한 주자가 없었던 것도 득점과 연결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다.

NC, 3이닝 연속 기회 무산

9회 초 이후로는 NC에 기회가 많았다. 9회 초 선두 타자 박민우가 우중간 안타를 쳤지만 2루까지 달리다 횡사하고 말았다. 이닝 선두 타자이며 중심 타선으로 연결되는 점, 바뀐 투수 이용찬을 흔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박민우가 무리하게 2루를 노릴 필요는 없었다. 박민우의 과욕에서 비롯된 주루사로 인해 9회 초는 선두 타자 안타에도 불구하고 3명의 타자로 이닝이 종료되고 말았다.

10회 초는 NC에 있어 통한이었다. 선두 타자 박석민의 볼넷, 대주자 김종호의 2루 도루로 만든 무사 2루에서 최고참 이호준이 희생 번트를 성공시켜 1사 3루의 기회가 왔다. 베테랑의 희생으로 인해 마련된 선취 득점 기회에서 NC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양 팀을 통틀어 무사 혹은 1사에 3루에 주자가 온 것은 처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욱이 5구 만에 3루수 땅볼을 쳤고 이때 3루 주자 김종호가 3루수 허경민에 태그 아웃되어 기회가 무산되었다. 그에 앞서 김성욱은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초구 빠른 공 스트라이크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득점권에서는 적극적인 타격이 바람직한데 한국시리즈라는 상황이 그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11회 초에는 1사 후 이종욱과 박민우 테이블 세터의 연속 볼넷으로 만든 1, 2루 기회가 나성범의 6-3 병살타로 날아갔다. 유격수 김재호가 수비 위치를 3유간이 아닌 2루에 가깝게 잡은 시프트가 주효했다.

행운에 편승한 두산의 끝내기 승리

9회 초부터 11회 초까지 NC가 3이닝 연속 기회를 무산시키자 11회 말 두산으로 분위기가 넘어갔다. 선두 타자 허경민이 마무리 임창민의 바깥쪽 빠른 공을 받아쳐 중전 안타로 출루하자 김재호 타석에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김재호의 타구는 평범한 뜬공이었지만 중견수 김성욱이 타구 위치를 놓쳐 포구에 실패했다. 해가 지는 가운데 공을 찾지 못했다. 기록상으로는 안타였고 NC에는 불운했지만, 정규 시즌에서 보여준 김성욱의 빼어난 수비 능력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가 틈을 보이자 두산은 자신들의 야구를 되찾았다. 무사 1, 2루에서 박건우는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나서 좌익수 플라이를 쳤다. 이때 2루 주자 허경민과 1루 주자 김재호가 각각 다음 베이스로 진루했다. 병살타를 피하도록 뜬공을 만들어내는 타격과 주자들의 주루 능력이 어우러진 두산 특유의 야구가 뒤늦게 나왔다.


1사 2, 3루가 된 뒤 NC는 오재원을 고의사구로 내보내 만루 작전으로 맞섰다. 10회 초 1사 3루에서 김성욱과는 달리 1사 만루의 절호의 기회에서 오재일은 적극적이었다. 초구 헛스윙, 2구 파울에 그쳐 0-2에 몰렸지만 3구를 타격해 외야로 향하는 직선타구를 만들어냈다. 우익수 나성범이 포구한 뒤 홈으로 송구했지만 3루 주자 허경민은 이미 득점한 뒤였다. 오재일의 끝내기 희생 플라이로 두산 1:0으로 신승했다.

NC의 첫판 패배, 치명타 될 수도?

한국시리즈 데뷔전을 치르는 신생팀 NC로서는 1차전 승리를 통한 자신감 확보가 필연적이었다. 그러나 승리까지는 2% 부족했다. NC는 1차전의 아쉬움을 조속히 떨쳐버리고 2차전에 임하지 않는다면 보다 위축된 경기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3~4차전 선발이 마땅치 않은 약점도 NC로서는 고민이다.

반면 두산은 실전 감각 저하로 타선이 제 역할을 못 했지만 결과적으로 첫판을 따냈다. 2차전부터는 타선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9일 사이 세 번째 등판하는 2차전 선발 해커를 공략해 홈에서 2연승을 거둔다면 두산이 그간의 1차전 승리 징크스를 깨고 한국시리즈 패권을 일찌감치 차지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 보인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