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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분개하는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것이 있다. 왜 박 대통령이 최씨를 이토록 의지하며 믿어왔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최씨의 부친 최태민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관계가 이어지는 동안 박 대통령은 최씨 가족 때문에 수차례 어려움과 위기를 겪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를 암살한 김재규는 살해 이유 중 하나로 '최태민과 박근혜의 관계'를 꼽기도 했다. 분명히 악연인데도 그 인연의 끈을 단단히 붙잡아 온 것이다.

'영세계 메신저' 자처한 최태민

이 질긴 인연에 대한 의문은 점점 증폭되고 있다. 대체 이 미스터리의 실체가 뭘까?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 '최태민의 사이비종교'에 초점을 맞춰 미스터리를 풀어보려는 시도까지 등장한다. 오죽하면 그럴까.

70년대 초 '영세계 칙사'(이후 영세교, 영생교라고도 불림)로 자처했던 최태민. 해방 전후에는 경찰이었고, 6.25 직전(1949년)엔 육군헌병대 문관으로 근무하다가, 1954년 무렵엔 스님 행세를 하기도 했다.

70년대 중반 작성된 당시 중앙정보수의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최태민은 1969년 천주교 중림성당에서 영세를 받는다. 71년에는 서울 방화동 호국사에서 기독교-천주교-천도교의 교리(깨달음, 성령강림, 인내천)를 한데 묶어 '영혼합일법'을 주장한다 그는 스스로를 칙사(영세계의 메신저)뿐 아니라 '원자경' 혹은 '태자마마' 등으로 호칭했다.

"주문 외우면 병 낫는다"

이때부터 사이비종교 행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된다. <국민일보>가 1973년 최태민이 <대전일보>에 게재한 '집회광고'를 공개했다. 여기서 최태민은 '조물주께서 보내신 칙사님'으로 소개된다. 광고 전문이다.

"영세계 주인이신 조물주께서 보내신 칙사님이 이 고장에 오시어 수천 년간 이루지 못하며 바라고 바라든 불교에서의 깨침과 기독교에서의 성령강림, 천도교에서의 인내천 이 모두를 조물주께서 주신 조화로서 즉각 실천시킨다 하오니 모두 참석하시와 칙사님의 조화를 직접 보시라 합니다.... 난치의 병으로 고통 받으시는 분께 현대의학으로 해결치 못하여 고통을 당하고 계시는 난치병자와 모든 재난에서 고민하시는 분은 즉시 오시어 상의하시라... 장소 대전 대흥동 현대예식장. 칙사님 임시 숙소는 대전시 대사동 케이블카 200m 지점 감나무집."

최태민이 사이비종교 행각하며 묵었던(1973) 장소. 현재는 주차장으로 사용
▲ 옛 보문산 감나무집 자리(대전시) 최태민이 사이비종교 행각하며 묵었던(1973) 장소. 현재는 주차장으로 사용
ⓒ 다음 지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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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종교 연구가인 고 탁명환 선생이 이 감나무집을 찾아갔던 모양이다. 최태민의 숙소 벽에는 색색의 둥근 원이 붙어 있었던 모양이다. 탁 선생을 만난 최태민은 이 원을 응시하면서 '나무자비조화불'이란 주문을 외우면 모든 병에서 해방되고 도의 경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최씨 부녀 종교성향의 영향 받았을까?

이랬던 최태민이 목사로 불리기 시작한다. 박 대통령을 접촉할 무렵(70년대 중반)부터다. '안정된 신분'을 내세워 대통령 영애에게 접근할 목적으로, 또 구국선교단 활동을 위해서 기독교 목사로 위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통령은 이런 최태민과 20년 동안 친분을 쌓았다. '사이비교주'인 아버지 최태민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최순실씨와는 40년 지기다. 강산이 여러 번 바뀔 시간 동안 지속된 관계다. 이쯤에서 이런 추론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최태민 부녀의 종교 성향이 박 대통령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다. 추론의 '근거'가 될 만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 날 개최된 '희망이 열리는 나무' 제막식. 이 행사는 최순실씨가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나무에 장식돼 있던 물건은 '오방낭'이었다. '오방낭'은 다섯가지 색으로 이뤄지는데 중앙의 흰색은 우주의 중심을, 바깥의 4색은 동서남북을 가르킨다. 우주의 기운을 담은 주술적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 취임식 '희망을 주는 나무' 행사
▲ '오방낭' 앞에서 대통령 취임식 '희망을 주는 나무' 행사
ⓒ KB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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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적 의존관계? 그 정황들

최순실씨와 관련된 문양엔 '용'이 자주 등장한다. 미르재단의 로고에도 '용'이 그려져 있다. 승천의 의미로 해석되는 '용'은 사이비종교가 숭배하는 문양이다. 그런데 지난 6월 교체된 국정원의 로고에도 용 문양이 선명하다. 이를 두고 야당 일각에서는 국정원 로고 교체에도 최씨가 개입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술적' 정황은 대통령의 옷에서도 발견된다. 해외순방 중 입었던 옷의 색깔을 최순실씨가 사주와 궁합 등을 고려해 지정해 주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위원이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을 질타하며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의 공식 '어록'에도 주술적 경향이 감지되는 표현이 나온다. 공식석상에서 쓰기엔 부적합한 용어가 거침없이 등장한 것이다.

"우리가 경제 활성화를 해야 된다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염원하는데 그것에 대한 하늘의 응답이 바로 (중동 진출이라는) 메시지라고 읽어야 된다." (2015.3.19. 청와대 무역추자진흥회의)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는 말이 있다." (2015.5.5. 어린이날 행사)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2015.11.10. 청와대 국무회의)

청와대 비서관회의
▲ 주술적 용어들 청와대 비서관회의
ⓒ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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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응답, 기도, 메시지, 우주, 혼... 국정을 논하는 공식석상에 주술적 의미가 내포된 이런 용어가 대통령의 입에서 튀어 나온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가 단순한 '인간관계'가 아니라 '주술적 의존의 관계'는 아닐는지.


태그:#최순실 박근혜, #최태민 사이비종교, #영세계 칙사, #최순실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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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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