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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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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순실 게이트'의 정점을 찍은 청와대 문건 유출 건을 모르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 실장은 26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정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국정감사에서 관련 논란을 부인한 것과 관련해 "알았다면 그렇게 말했겠나"라고 말했다.

- (청와대 문건 유출 건을) 알고 있었나.
"알았다면 (국정감사에서) 그렇게 (말)했겠나.

- 모르고 (국정감사에서) 말한 건가.
"..."

- 지금도 봉건시대라고 생각하나.
"..."

이 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것이 가능하나"라는 질문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나. 기사를 처음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다.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언론보도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통해 관련 논란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위증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 실장을 위증죄 혐의로 고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관련기사 : "봉건시대냐" 청와대 비서실장 운명 내달 2일 결정)

우병우 경질도 "고심해보겠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순실 의혹'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예결위 출석한 황교안 국무총리 황교안 국무총리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순실 의혹'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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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실장과 황교안 국무총리는 청와대 문건 유출로 파문이 일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자리에 연연치 않겠다"라며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실장은 26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해 "취임 첫날부터 갖고 있던 자리에 연연치 않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지금도 (사표 제출을) 고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이 자리에서 "국민에게 염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라며 "자리에 연연치 않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실장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수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즉각 경질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저의 사퇴와) 같이 고심해보겠다"라고 답했다.

이 실장은 전날 박 대통령의 사과문의 경우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 의원이 "내용이 적절했다고 보나"라고 묻자, 이 실장은 "박 의원은 어떻게 봤는지 모르지만 한 나라의 국가원수가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고 스스로 국민 앞에 중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사과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두둔했다.

이어 이 실장은 "박 대통령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나"라는 박 의원의 질문에 "국가원수에 대한 문제는 법률적인 해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가 말하기엔 적절치 않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한 (대통령의) 진정성을 널리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실장은 전날 박 대통령이 인정한 사실 외에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 의원이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매일 저녁 30cm 대통령 보고서를 최순실에게 가져갔다고 한다"라고 말하자 이 실장은 "저도 언론을 통해 언뜻 봤는데, 그런 일이 가능했겠나"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그러니 (이 실장이) 허수아비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의원이 청와대 이메일 시스템과 관련해 추궁하자, 이 실장은 "확인해보고 말씀드리겠다. 개인 집에 있을 때는 이메일을 많이 사용했는데 비서실 들어간 다음에는 바빠서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답을 피했다.

한편 이날 예결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 실장이 오후 회의 불참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신경전을 벌였다.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은 "이 자리에 (비서실장이) 하루 종일 있어야 한다는 건 기존의 예결위 관례에도 맞지 않고, 뿐만 아니라 이 사태와 관련 질의에 있어서 이 실장이 답할 내용이 거의 전무하다는 생각이 객관적으로 든다"라며 "오히려 청와대에 가서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하고, 국정운영이 진상규명과 별도로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하는 게 맞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적 위기일수록 예결위는 심도 있게 세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그러기 위해 국무위원, 각 기관장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이 실장의) 이석(자리를 떠남) 허용 요청은 수용할 수없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김한정 의원도 "국회의원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질의할 의무와 책무가 있다"라며 "비서실장은 대통령 보좌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의원들의 질의에 본인의 양심과 양식을 걸고 성실히 답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 실장은 분명한 입장을 갖고 예결위 만큼은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태그:#최순실, #청와대, #박근혜, #이원종,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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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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