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1인 방송' 전성시대다. 아프리카TV, 다음TV팟, 브이앱, 라인 라이브, 유튜브,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서 개인 방송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갖추어지면서 시청자는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위치를 바꾸었다. <아이뉴스24>에 따르면 유튜브 박태원 팀장은 1인 방송에 대해 "대중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BJ(방송자키)가 여과 없이 보여주길 기대한다"라고 분석한다. 아프리카TV의 신병휘 상무는 "인터넷 방송의 최대 매력은 다양성이다. 대중은 편집되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솔직한 BJ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 강조한다. 기존 방송국과 다른 스타일, 채팅으로 실시간 시청자와 의견을 교환하는 양방향 소통을 앞세운 인터넷 개인 방송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혼숨> 포스터

<혼숨> 포스터 ⓒ (주)프레인글로벌


영화 <혼숨>은 '혼숨'(일종의 강령술로 귀신을 불러내어 함께 숨바꼭질을 한다는 죽음의 놀이를 뜻한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귀신과 접촉하는 혼숨은 '분신사바'나 '위자게임'과 다를 바 없는, 공포 영화에서 자주 다루던 이야깃거리다. <혼숨>은 혼숨이란 익숙한 소재를 특별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을 대표하는 아프리카TV를 활용하여 신선한 공포를 창조한다.

<혼숨>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프리카TV에서 공포 방송 <야광월드>를 진행하는 BJ 야광(류덕환 분)과 박 PD(조복래 분)는 새로운 소재를 찾다가 실종된 여고생의 혼숨 영상이 담긴 이메일을 받는다. 특종이라 여긴 두 사람은 레전드 방송을 만들 요량으로 여고생을 추적하는 생방송을 준비한다.

<혼숨> 영화의 한 장면

▲ <혼숨> 영화의 한 장면 ⓒ (주)프레인글로벌


<혼숨>은 "이 영상은 2015년 11월에 방송된 아프리카TV <야광월드>의 34회부터 37회차 실제 방송입니다"라는 문구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시점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의 특징인 1인칭 카메라 시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혼숨>의 시점은 아프리카TV의 개인방송 시점을 쓰며 기존의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차별을 형성한다. 방송 화면, 채팅창, 별풍선, 심지어 로고까지 아프리카TV의 것이 그대로 나온다. 그래서 <혼숨>을 보고 있으면 아프리카TV에서 개인방송을 시청하는 기분이 든다. 평소 아프리카TV를 통해 개인 방송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를 느낄 것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는 화면을 1인칭 시점으로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아야 한다는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폐가>의 마지막 장면처럼 시점을 무책임하게 바꾸면 개연성은 사라진다. <혼숨>은 시점의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혼숨'을 했던 버려진 건물을 찾은 <야광월드>가 레전드 방송을 위해 여러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설정한다. CCTV 같은 시점, BJ 야광의 생방송 시점, 드론까지 동원하며 시점의 단조로움과 한계를 영리하게 돌파한다.

영화 대부분을 BJ 야광과 박 PD에게 맡긴 <혼숨>은 연기력이 탄탄한 류덕환과 조복래를 캐스팅한 효과를 톡톡히 본다. 레전드 방송을 찍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BJ 야광과 방송 랭킹에 점차 집착하는 방송 제작자 박 PD를 류덕환과 조복래는 훌륭히 소화했다. 이들이 보여주는 광기 어린 행동엔 관심을 바라는 욕구와 '별풍선'이란 이익을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전개도 마다치 않는 인터넷 개인 방송의 어두운 현실이 겹쳐진다. 영화 속 상황은 결코 과장스럽지 않다.

<혼숨> 영화의 한 장면

▲ <혼숨> 영화의 한 장면 ⓒ (주)프레인글로벌


한국 영화가 만든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대표작으론 <목두기 비디오>와 <폐가>가 있다. <혼숨>에도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피가 흐른다. 또한, 인터넷 개인 방송이란 형식으로 보자면 살인마를 스마트폰으로 생중계하는 <라이브 TV>와 유사한 구석이 많다. 그러나 <라이브 TV>가 영화 전체를 하나의 장면으로 구성하는 <사일런트 스크림>에 가깝다면,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을 활용하는 <혼숨>은 페이스북을 화법으로 도입한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을 연상케 하는 차이점도 있다.

연출을 맡은 이두환 감독은 "<혼숨>은 기존의 영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BJ 야광과 함께 실시간으로 사건을 파헤쳐가며 영화 속의 숨은 모든 이야기를 찾아내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혼숨>은 인터넷 개인 방송의 명암을 성공적으로 중계하며 <라이브 TV>가 주었던 서사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었다.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담은 <혼숨>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소리를 주목한 <귀신소리 찾기> 이후 오랜만에 접한 형식의 성취이기도 하다. <혼숨>은 올해 한국 영화의 오싹한 발견이다.

혼숨 이두환 류덕환 조복래 이수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