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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그토록 재미지게 놀 줄 몰랐다. 도시 사람들이 '어울림'을 갈망하고 있었구나, 자리가 마련되니 '흥'은 절로 붙는구나, 사람 사는 일에 '함께'가 이토록 중요한 요소구나,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난 21∼22일, 광산구와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가 주최하고 2016아파트DAY조직위원회가 주관한 행사 '2016아파트DAY(데이)-아파트라차차'. 이틀 동안 열린 심포지엄과 아파트대항 가을대운동회 행사는 '사활'을 걸듯 치러지는 것처럼 다채롭게 마련됐고, 사람들 참여는 3천 여 명에 이를 정도로 '만원'을 이뤘다.

'아파트데이'를 꺼내 들고 동분서주한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이하 공익활동지원센터) 윤난실 센터장을 만났다. 2013년 4월 문을 연 공익활동지원센터는 광산구 행정과 주민을 잇는 중간지원조직으로 주민마을활동, 사회적경제 지원과 주민참여 마을플랫폼운영지원, NPO지원 등의 일을 펼쳐내고 있다.

지난 24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윤 센터장은 "마을에 사람을 키워내고, 마을에 '판'이 벌어질 수 있도록 이어주고 엮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센터장
▲ 윤난실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센터장
ⓒ 김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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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데이, 아파트라차차에 대한 설명부터 들어보자.
"행사는 재밌어야 한다. 이런저런 '데이'가 많다. 아파트데이도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려 했다. '아파트라차차'는 조어다. '아파트'와 '으라차차'를 모았다. 재밌지 않나. 다들 모여서 '으라차차' 힘도 내고…. 이번 행사가 '운동회'였는데 여기저기서 '아파트라차차'라는 구호가 터지더라. 가장 신났다. 하하."

- 아파트데이가 '뭐 하자'는 것이었나.
"2014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살피면, 한국인 아파트 거주비율이 49.6%이다. 광산구는 83.5%이고. 2015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주택 10채 중 6채(59.9%)가 아파트다. 한국사람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

도시는 70∼80% 정도가 아파트다. 다른 면을 살펴보자. 2015년 광주분쟁해결센터 접수민원를 보면 생활민원 가운데 아파트 안에서의 갈등문제가 90% 이상이었다. 가만히 있을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대안을 찾는 데는 열심이지 못했다. 전국적 이슈로, 사람들 사이에 '꺼리'로 이야기돼야 한다. 아파트 현장 속에서 활용되고 확산되는 다양한 실질적 방안들, 지속적인 아파트공동체문화 형성 논의 등이 급하게 다가왔다."

- 심포지엄도 했고, 주민운동회도 열었다. 어떤 것을 기대했나?
"21일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아파트공동체를 논하다' 심포지엄(관련기사 있음)은 우리가 사는 아파트를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이 한번 '분석'해 보고 대안은 없는지 살펴보는 자리였다.

22일 공원에서 열린 아파트대항 가을대운동회는 한 번 어울려 보자, 얼굴 마주하자는 '판'이었다. 일회성 행사로 비칠지 모르지만, 주민들을 만나게 하고 마을모임, 행사를 꾸려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질적으로 이번 운동회를 통해 주민들은 이웃을 모으는 경험을 쌓았고 동마다 '마을잔치'를 치러냈다. 마을단체들도 경험을 쌓았고…. 무엇보다 정말 신나게 놀더라. 부둥켜안고, 환호성 지르고…. 그 흥겨움이 '사람 사는 것' 같았다.

심포지엄은 각 전공분야 전문가들 고민이 많이 달랐고 그래서 오히려 다양한 각도로 아파트문제를 살필 수 있어 좋았다. 아파트공동체형성을 위한 해결점도 많이 달랐다. 시간 때문에 더 깊이 논의되지 못했지만 우선 문을 열었다는 게 크다. 자료집 요청이 여기저기서 오는 것이 반갑다.

심포지엄에는 아파트 관련 30여 종이 전시되고, 세계아파트 사진전이 진행됐다. '아파트 서점' 앞에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22일 열린 아파트대항 가을대운동회에서 환호하고 있는 주민들
▲ 2016광산구아파트데이 22일 열린 아파트대항 가을대운동회에서 환호하고 있는 주민들
ⓒ 김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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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대항 가을대운동회'는 아파트주민들에게 사람을 모으게 했단다. 행사홍보를 하고 참여 신청을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진행했다. 승부차기, 긴 줄넘기, 미션계주, 자유투, 어르신장기대회 등 각종 경기의 팀이 그렇게 꾸려졌다.

당일 참여한 사람들도 어울릴 수 있도록 훌라후프대회, OX퀴즈 등도 했다. 공연무대도 '주민들'이 독차지했다. 민요, 난타, 풍물패 등 주민동아리들도 나서고 합기도, 태권도학원들도 시범을 보였다.

윤난실 센터장은 "나이 드신 어르신 분들이 종일 무대 옆에 앉아 계셨다. 깨알 같은 어린이들이 공연할 때 어깨춤을 추시더라. '어르신 막춤 경연대회'에서는 한판 잔치였다"고 전했다.

마을라디오와 버스킹(거리공연)에 참여한 주민들.
▲ 2016아파트데이 마을라디오와 버스킹(거리공연)에 참여한 주민들.
ⓒ 김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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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라디오가 버스킹과 어우러져 노래, 청소년댄스 등이 걸팡지게 치러졌다. 성덕중 청소년동아리 '아띠벨벳'은 이날이 첫 무대이기도 했다. 광산구 5개 농협이 협력에서 로컬푸드장터를 열기도 했다. 싱싱한 푸성귀, 광산구 특산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장터에서 본량동 주민들은 떡매치기, 콩타작, 새끼꼬기 등 농사체험을 했다. 어르신들 얼굴은 '손주들'이 달려들자 함박웃음이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 중심의 마을장터도 펼쳐졌다.

"모태보태 마을장터는 센터가 3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마을에서 마을주민들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데, 월곡1동의 경우, 주민들이 날짜를 잡아 마을장터를 꾸려내고 있다. 마을장터가 활성화 돼 비누, 지갑, 가방 등 살림살이 정도는 마을에서 구하고 판매하고, 튼튼한 주민부업으로 자리 잡혔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이번 아파트데이 행사에서 한 판매자는 '판매기록'을 세웠다며 좋아했다. 마을장터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원 한 쪽엔 '이상한 모양새의 종이집'이 들쑥들쑥 들어섰다. '청년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살고 싶은 아파트 만들기 아트공작소'.

"폐·재활용품으로 집 만들기인데 27팀이 참여했다. 예술가들은 상상력을 불어넣고. 원래 어린이·청소년 참여행사로 준비하며 2인 이상 가족을 모집했는데, 어른들이 더 신나서 만들더라. 아파트와 아파트를 잇는 다리를 만들고, 큰 운동장을 아파트 가운데에 놓고, 현실적인 부분을 떠나 주민들이 내놓는 또 하나의 대안이었다."

청년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살고 싶은 아파트 만들기 아트공작소. 폐?재활용품으로 집만드는 프로그램에 27팀의 가족이 참여했다.
▲ 2016아파트데이 청년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살고 싶은 아파트 만들기 아트공작소. 폐?재활용품으로 집만드는 프로그램에 27팀의 가족이 참여했다.
ⓒ 김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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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데이' 이후, 어떠한 일을 계획되고 있나?
"우선 이번 심포지엄이 아파트공동체문화형성에 대한 질문과 논의를 던져줬다. 광산구에는 전국 최초로 행정부서에 아파트공동체팀이 만들어져 있는데, 아파트현장에서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관계망을 만들고 마을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지원방법들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아파트텃밭 가꾸기, 아파트축제, 아파트의제 사업 등 그동안 활동들과 더불어 활발한 움직임을 만들어야 한다.

아파트 의제 부분에서는 임대아파트 입주민 권리문제, 경비·미화 노동문제,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공간문제, 입주자대표회의 활성화 문제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계속해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까 한다. 올해 5월 센터에서는 '마을과 협치'를 주제로 '마을론컨퍼런스 심포지엄'을 진행했었는데, 내년 '마을론컨퍼런스'에서 이 부분을 깊게 논의해볼 계획이다."

- 앞서 얘기하는 것처럼 층간소음 등 아파트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연, 아파트에서 공동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당장 아파트를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실천가능하고, 아파트 사람들의 삶이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보다 행복해지는 대책들을 열심히 찾고 지원해야 한다. 주거형태에서의 편리함, 에너지 효율성, 개인 생활의 보호 등 아파트의 이점들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아파트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아파트 이야기'들이 뉴스보도로 흘러나온다. 실질적으로 각양각색의 모임, 주민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 아파트이기도 하다. 이런 일들을 확산시켜야 나가다보면 아파트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거주공간으로 자리 잡히지 않을까. 아파트가 '고향'인 미래세대들에게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안겨줄 수 있지 않을까."

운동회에 참여한 주민들
▲ 2016광산구아파트데이 운동회에 참여한 주민들
ⓒ 김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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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센터장은 원래 '아파트대항 가을대운동회'는 올해만 진행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큰 판'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아파트문제를 현장에서부터 공론화하려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내년 계획은 각 아파트 안에 구체적인 공동체문화가 일어나는 작업을, 아파트와 아파트의 교류를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바뀌었다.

"주민들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몸 부비고 달리고, 운동회라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단합적인 부분도 있지만 소리도 치면서 지친 일상을 좀 떨어내기도 하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마을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논의되고. 운남근린공원을 하나의 마을로 생각하며 로컬푸드도 들이고, 마을장터도 하고, 예술작품도 만들고, 음악회도 하고…. 하나의 행사였지만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는 일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도 주민들과 함께 '멋진 마을'을 만들고 꿈꿔보려고 한다."


태그:#광주광역시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 #아파트데이, #주민자치, #아파트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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