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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명이 넘는 용역들이 지곡초등학교 앞 산을 벌목하기 위해 지난 2015년8월10일 새벽 밀려왔다.
 100명이 넘는 용역들이 지곡초등학교 앞 산을 벌목하기 위해 지난 2015년8월10일 새벽 밀려왔다.
ⓒ 류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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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에 작은 산이 있다. 부아산이라 불리는 이 산은 아이들에겐 놀이터고, 어른들에겐 산책 공간이다. 그런데 한 기업이 산을 깎고 콘크리트혼화제연구소를 지으려 한다. 그것도 학교담장에서 고작 28미터 떨어진 곳에 말이다. 학교 앞 도로는 왕복 2차선 좁은 도로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쿨존이라 부르는 이 도로가 덤프트럭의 통행로가 된다니 학부모들 걱정이 오죽하랴.

연구소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처음 안 것은 지난해 1월이다. 그런데 이 기업은 용인시에 허가 신청을 했다가 실패하기를 이미 세 번이나 반복한 상태였다. 그러다 전 김학규 용인시장이 2014년 2월 5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기업은 2014년 10월 건축허가를 받아냈다.

학교 앞 자그마한 산에 몇 번의 벌목 시도가 있었고, 놀란 사람들이 산으로 달려가는 일이 벌어졌다.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의 순간들이 계속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기업과 용인시 사이에서 울고 웃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폐수배출시설 드러나 용인시 4월 허가 취소, 그러나...

 겨우 감싸 안을 수 있는 큰 참나무들이 지난 2015년1월26일과 8월10일, 불법으로 벌목되었다. 사업지 외의 원형녹지의 나무들이 이렇게 참담하게 잘려나갔다.
 겨우 감싸 안을 수 있는 큰 참나무들이 지난 2015년1월26일과 8월10일, 불법으로 벌목되었다. 사업지 외의 원형녹지의 나무들이 이렇게 참담하게 잘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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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초기에 상지대 산림학과 엄태원 교수는 20년 미만 숲이라는 환경영향평가가 잘못 됐다고 지적했다. 분명히 30-40년 이상 된 숲이라는 설명이었다. 새벽잠을 설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 언제 벌목을 시도할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산꼭대기와 산 아래, 두 곳에 천막을 치고 교대로 산을 지켰다. 말 그대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산을 지켰다. 그러다 지난해 1월 28일과 8월 10일, 기업은 원형보존녹지의 나무를 불법으로 자르게 되고 용인시는 공사중지명령을 내리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집요하게 파헤쳤다. 화학 물질의 안전성 뿐만 아니라 행정절차 그리고 법에 대해 스스로 찾아서 공부를 해야 했다. 정보공개 청구부터 시작해 넣을 수 있는 민원은 다 넣었다. 수없이 많은 안내문을 써서 마을에 붙이고 피켓과 현수막을 만들었다. 온라인 서명을 시작으로 길거리 서명 받기와 수많은 집회를 열었다.

시청과 도청, 한강유역환경청과 교육청 그리고 국회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시청 앞에서 진행된 일인시위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되었다.
  
지난해 7월 지곡초를 찾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현장을 살펴보고 "학교 옆 이런 숲 하나를 만드는데 수십 년 이상 걸린다"며 "학교 주변 생태 파괴는 교육현장을 파괴하는 일로 교육적 입장에서 아이들을 위해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곡초등학교 옆 콘크리트 연구소 건설 허가가 어떻게 났는지 모르지만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입장을 교육청 차원에서 용인시에 공식 전달하겠다. 학생 건강을 위협하는 어떤 시설도 학교 주변에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느 날 이 기업 연구소의 설계도면이 공익제보를 통해 세상에 밝혀졌다. 기업이 지금까지 주장했던 내용과는 너무도 달랐다. 엄연한 폐수배출시설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은 지난해 10월, 한강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하 1층에 폐수처리장이 존재하며, 수중양생조가 폐수처리장으로 유입되도록 설계되어 있고, 이 시설은 폐수배출시설이 맞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용인시는 올해 4월 허가를 취소했다. 그렇게 사태가 마무리 되나 싶었는데 그 기업은 굴복하지 않고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를 찾았다.

반전,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 기업측 손 들어

 학교 앞 숲을 지켜주세요.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세~라며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이 시위를 하기도 했다.
 학교 앞 숲을 지켜주세요.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세~라며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이 시위를 하기도 했다.
ⓒ 류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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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앞 숲을 베어내는 잘못된 사업을 막아야 한다고 지난 2015년 7월 1일 현장을 찾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강조했다.
 학교 앞 숲을 베어내는 잘못된 사업을 막아야 한다고 지난 2015년 7월 1일 현장을 찾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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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심위는 '용인시가 기준 이내 폐수 발생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기업측 손을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행심위의 결과에 불복하며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심위가 끝나고 '변경된 설계도면을 보여 달라'는 마을사람들의 요구는 거절당했다. 행심위 회의록 공개 요청도 '행심위원들의 보호를 위해 비공개'라는 말로 거부되었다.
 
지난 9월 8일, 경기도의회 제313회 제3차 본회의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정교육감이 있는 자리에서 남종섭 경기도의원이 행심위의 잘못된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남 의원 발언의 일부다.

 남경필 도지사와 이재정 교육감과 모든 경기도의원들이 있는 도의회에서 남종섭 의원이 행심위의 잘못을 질타했다.
 남경필 도지사와 이재정 교육감과 모든 경기도의원들이 있는 도의회에서 남종섭 의원이 행심위의 잘못을 질타했다.
ⓒ 경기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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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허술하게 진행되다 보니 법조계 커넥션이 발동되었다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업자도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이 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의 대표도 동문이고 행심위원 7명 중 사업자의 청구를 반대한 위원 3명은 모두 우리 경기도 행정가 출신인데 반해 찬성한 4명은 모두 변호사 출신이었습니다. 법조인이 연합하여 사업자를 일방적으로 두둔한 것입니다.

본 의원은 이번 사건을 보면서 왜 우리가 행정심판위원회를 두어야 하는지 본질적 회의마저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자체장의 횡포로부터 주민을 보호하자는 취지는 어디 간데없고 돈과 법조인을 앞세운 사업가가 정당하게 취소한 지자체장의 처분을 뒤엎는 데 악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이런 행정심판위원회라면 조속히 폐지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싸움은 제자리, 소송금액 17억...용인시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지곡초등학교 앞 산의 나무들을 자르기 위해 몰려 온 용역들과 벌목공들.
 지곡초등학교 앞 산의 나무들을 자르기 위해 몰려 온 용역들과 벌목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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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곡초등학교 교실 바로 곁에 숲이 잘릴 위기에 놓여있다. 저 숲의 나무들을 자르고 산을 깎아내고 건물을 짓는 1년여동안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으며, 어린 학생들이 받을 상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곡초등학교 교실 바로 곁에 숲이 잘릴 위기에 놓여있다. 저 숲의 나무들을 자르고 산을 깎아내고 건물을 짓는 1년여동안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으며, 어린 학생들이 받을 상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 류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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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아이들이 달리는 바로 곁의 저 숲이 잘리고. 콘크리트혼화제 연구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과연 이게 타당할 일일까? 이제 정찬민 용인시장의 현명한 선택과 결단이 필요한 때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달리는 바로 곁의 저 숲이 잘리고. 콘크리트혼화제 연구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과연 이게 타당할 일일까? 이제 정찬민 용인시장의 현명한 선택과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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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22개월이란 시간 동안 기업은 마을 사람 마흔세 명을 상대로 모두 여덟 건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36억이었던 소송금액이 재판 과정을 거치며 조정되어 지금은 17억까지 떨어진 상태다. 소송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두려움에 내몰렸다. 기업과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하면 소송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조금씩 사람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 기업이 사람들에게 등기우편을 보내왔다. 행정소송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담긴 편지였다. 고소한 사람들의 소송 종류와 금액, 진행경과를 써놓았다. '불행하게도 피고가 된 주민'이라는 말과 함께, 써니밸리 주민들께 드리는 제안이라고 적어놓았다.

"써니밸리 주민들 중 민·형사 소송에 관련되어 있으나, 이제는 당사 연구소의 건립을 인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희망하는 분들은 000-000-0000 연락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절대 비밀이 유지될 것이며...(중략) 당사의 제안은 11월 4일까지만 유효함을 알려드립니다."

행정심판을 앞두고 있을 때, 용인시 관계자는 만약 행정심판에서 지게 되면 '다른 사유로 다시 허가취소를 하면 될 것'이 아니냐며 큰소리쳤다. 그러나 지금은 공사중지명령까지 해제해 버렸고, 자신들은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제 정찬민 시장이 결단을 내려야할 때다. 사업 허가를 내준 곳도 용인시이고,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에 패소한 것도 용인시이기 때문이다. 용인시의 잘못을 지곡초등학교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떠넘겨선 안 될 일이다.

지곡초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제는 용인시가 나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초등학교 안전이 기업의 이익보다 더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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