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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연일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학교 폭력 등 좋지 않은 소식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 한구석을 송곳으로 찌른 것처럼 아프게 한다. 학생인권만 무너진 게 아니라 교권도 동시에 무너졌다. 이 암담한 교육현실에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이가 있어 만나보기로 했다.

서울 성산초등학교 4학년 6반 담임선생님 김해선(30)씨.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화가를 꿈꿨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꿈이 좌초되고 지금은 교사의 길을 걷고 있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려 네이버 그라폴리오에 올리고 있으며, 그림은 학부모, 교사 할 것 없이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학생들을 말이 아닌, 따뜻한 그림으로 보듬어주고 다독여준다.

"엄마, 그림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선물인가봐"

 그림 그리는 선생님 김해선
 그림 그리는 선생님 김해선
ⓒ 김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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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나요?
"우연히 그라폴리오라는 곳을 알고 나서, 제가 그린 그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도전 크리에이터'였는데, 챌린지에서 투표로 뽑혀서 '크리에이터' 배지를 받았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고정적으로 연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무래도 교사로 보내는 시간이 많기에 지금은 짬짬이 올리고 있습니다."

-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나요?
"사실 꿈꿨던 건 교사가 아니라 화가였습니다. 사물이나 자연을 볼 때 물감을 어떻게 섞으면 저 색을 만들까 늘 생각했습니다. 친구들이랑 놀 때도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면서 노는 게 제일 좋았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과 주변의 반대로 화가의 꿈을 잠시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교사가 되면 그림을 그리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철없는 이유로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금은 그림을 그리는 교사로서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좋아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림이 정말 좋으신가 봐요.
"부끄럽긴 하지만, '해본 것 중 가장 재미있는 놀이'이자 '애틋한 첫사랑' 같아요. 초등학생쯤 되었을 때, 엄마에게 '그림은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선물인가 봐'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림을 그릴 때면 신이 나서 몇 시간이 후딱 가기도 하고,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미대 진학을 포기하고 그림을 다시 그리기 전까지 꽤 긴 공백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림을 떠올리면 늘 애틋했던 것 같아요. 그립지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첫사랑 같은? 앞으로도 평생 그림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 아이들을 그림으로 그려주면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주인공이 된 아이는 신기한 듯 한참 봐요. 주위의 다른 아이들은 우르르 모여들어 구경하고, 자기들도 그려달라고 조르곤 합니다."

울상 짓는 아이, 왜인지 물어봤더니

 수박씨를 삼키면
 수박씨를 삼키면
ⓒ 김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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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의 주인공이 된 아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나요?
"수많은 소소하고 행복한 기억들이 있는데요, 제 그림 중에 '수박씨를 삼켜버렸어요'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작년에 가르친 1학년 학생이 급식을 먹다가 갑자기 입을 틀어막고는 당황한 얼굴로 제게 다가와서는 '수박씨를 삼켜버렸어요' 하고 울상을 짓는 거예요. 그게 왜 문제인지 잘 몰랐는데 '뱃속에서 수박씨가 자라면 어떡해요' 하길래 너무 귀여워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 1년이 지나고 아이들과 작별하려면 선생님께는 꽤 힘든 시간이겠어요.
"6학년 졸업식에 축하공연으로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함께 어설픈 밴드연주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깜짝 공연이었고, 처음으로 일렉 기타를 배워 연주를 겨우 마쳤어요. 졸업식이 끝난 후 아이들이 일제히 뒤돌아 엄마를 찾아 저에게서 멀어져 가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때, 늘 반항하고 투덜대며 저를 힘들게 했던 남학생이 갑자기 뒤돌아 저를 보더니 돌아와서 꼭 안아주고 '선생님, 오늘 진짜 멋있었어요' 하고 가더라고요. 그때 마음이 참 따뜻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반 아이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 복도에서 얼싸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주위 학부모님들이 그런 저희를 보며 따뜻하게 웃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 팬들로부터 받은 피드백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그림을 보고 위염이 나았습니다!' 하고 농담해주신 분이 떠오르네요. 요즘 아동학대 문제로 마음이 아팠는데, 제 그림을 보고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는 분도 있고요. 그밖에 아이를 키우고 계신 어머니들, 선생님이 되려고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학생, 현직 교사 분들께서 그림에 공감해주시는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 왜 선생님의 그림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직 그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걸음마 수준이라 감히 작품세계를 논하기가 많이 부끄럽습니다. 다양한 스타일과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면서 '이렇게도 그릴 수 있구나!'하며 저를 조금씩 발견해 가는 중입니다. 일단 '어린이'라는 주제 자체를 많은 분들이 따뜻한 눈으로 보아주시는 것 같아요."

- '그림 그리는 선생님'으로서의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교사이자 작가로서 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어린이들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의 마음과 그들의 생활에 아주 가까운, 좋은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si그림책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이곳에서 열심히 배워 좋은 그림책 작가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몇 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선생님이자, 좋은 그림책 작가가 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약 발라주세요
 약 발라주세요
ⓒ 김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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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http://m.post.naver.com/my.nhn?memberNo=4832522)> 1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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