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2016~17 KCC 프로농구가 22일  지난 시즌 우승팀 고양 오리온과 준우승팀 전주 KCC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약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는 이번 시즌으로 20주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인기하락과 차세대 스타 부재, 승부조작과 불법도박 등 다양한 사건사고 속에서 부침을 겪었다. 점점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마니아 스포츠 혹은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간다는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인기 중흥을 위하여 몸부림치는 농구계의 노력과 의지가 팬심을 얼마나 돌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016~2017 시즌의 판도를 예상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전력평준화'와 '세대교체'다. 올해는 대형 신인들의 가세와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의 등장으로 각 팀마다 전력이 대체로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뚜렷하게 독주가 예상되는 팀이 보이지 않는 한편, 확실한 약체로 보이지 않는다. "어떤 팀이 우승할지보다 누가 6강에서 탈락할지가 더 궁금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만큼 전문가들도 판도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시즌이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호텔 리베라 서울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과 선수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호텔 리베라 서울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과 선수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1. 고양 오리온

지난 시즌 챔피언 오리온의 최대 무기는 역시 두터운 선수층이다. 에이스 애런 헤인즈와 수비의 핵 이승현을 중심으로 문태종-김동욱-최진수-허일영 등 포워드진의 양과 질이 모두 KBL 최상급이다.

다만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폭발적인 활약을 보여줬던 조 잭슨과 베테랑 이현민이 이탈하며 가드진은 다소 약해졌다. 잭슨에 비하여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안정적이고 이타적인 포인트가드로 평가받는 오데리언 바셋의 활약이 관건이다. 바셋이 KBL 적응을 얼마나 빨리 마치느냐에 따라 오리온의 최대강점인 토종 외곽슈터들을 살리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전주 KCC

'원투펀치' 안드레 에밋과 하승진이 건재하다. 에밋은 현재 KBL 최고의 득점력과 해결사 본능을 갖춘 외국인 선수다. 최장신 센터 하승진의 높이는 어느 팀이든 부담스럽다. 여기에 장신 외국인 선수로 KBL에서 득점력을 검증받은 리오 라이온스가 가세했고, 트레이드를 통하여 하승진을 받쳐줄 백업 빅맨 주태수를 보강했다.

약점은 에밋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 지난해 에밋과 리카르도 포웰의 사례처럼, 이번에도 둘 다 공격 성향이 강한 두 외인 에밋과 라이온스의 공존 문제를 어떻게 조율해나가느냐가 숙제다. 하승진과 전태풍, 김민구 등 풀타임을 뛰기 어려운 선수들이 많아서 백업 활용도가 중요하다. 고졸 출신 송교창의 활용과 성장 여부도 주목을 모은다.

3. 울산 모비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 모비스는 신인 전체 1순위로 최대어 이종현을 지명하는 행운을 누리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KBL 무대에서 벌써 5번의 우승을 이끈 명장 유재학 감독의 탄탄한 수비농구에 베테랑 양동근-함지훈의 경험, 이종현의 높이가 더해지면 완벽한 신구조화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시즌 후반기에는 수비력이 뛰어난 장신가드 이대성도 군복무를 마치고 합류한다.

다만 찰스 로드-이종현-함지훈으로 이어지는 모비스의 트리플포스트가 팀밸런스상 공존이 가능할지가 관건. 이종현이 가세한다고 해도 리그 적응과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로드는 돌출행동으로 자주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다. 어느덧 노쇠해가는 양동근을 보좌해야 할 단신 외국인 선수 네이트 밀러의 활용도에 따라 초반 승수 관리가 좌우될 전망이다.

4. 인천 전자랜드

'언더독' 전자랜드는 지난해에 비하여 변화가 가장 큰 팀 중 하나다. 확실한 정통 포인트가드와 토종 빅맨이 없다는게 약점이었던 전자랜드는 올시즌 트레이드로 국가대표 장신가드 박찬희를 영입한 데 이어 신인 지명 3순위로 강상재까지 영입하며 단숨에 전력을 끌어올렸다. 국가대표까지 경험한 정효근과 단신 빅맨 커스버트 빅터도 골밑에서 힘을 보탤 수 있다. 유도훈 감독 특유의 끈끈한 농구가 조화를 이루면 선수구성상 중위권은 충분히 노릴만한 전력.

하지만 수비에 비하여 공격에서 특출한 선수가 부족하고 각 포지션에서 확실히 상대팀을 압도할 만한 스타가 없다. 조직력이 받쳐주지 못할 경우 오히려 어정쩡한 팀이 될 위험부담도 있다.

5. 서울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은 높이와 득점력에서 삼성의 든든한 양대축이다. 여기에 몇 년간 고전해왔던 가드진에 트레이드로 국가대표 출신 김태술을 영입했고, 신인 4순위로  듀얼가드 천기범까지 가세하며 최고참 주희정과 함께 가드왕국의 부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장신포워드 김준일과 임동섭의 성장이 더해지면 상위권도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에도 보유한 전력에 비하여 경기력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라틀리프를 제외하면 수비력이 아쉬운 선수가 많다. 사령탑 3년차를 맞이하는 이상민 감독은 현역 시절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명성을 떨쳤지만 지도자로서는 경기운영 능력과 교체 타이밍 등에서 아직 의문부호가 남아있다.

6. 안양 KGC 인삼공사

인삼공사는 몇 년간 선수구성에 비하여 유난히 불운한 팀이었다. 국내 선수층의 면면은 여전히 국가대표급이다. 하지만 주전들이 매년 돌아가면서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포지션 중복으로 역할 분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난 해는 감독이 불미스러운 사태로 교체되는 악재도 있었다. 올해는 안정감있는 빅맨 데이비드 사이먼과 폭발력있는 돌파형 가드 키퍼 사익스라는 괜찮은 외국인 조합을 구축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전력의 핵심인 오세근과 양희종이 시즌 내내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하면서 완주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경쟁팀들의 전력보강과 상향평준화로 인하여 KGC의 선수층이 가진 장점도 많이 희석됐다. 공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

7. 원주 동부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웬델 맥키네스와 모두 재계약하며 지난해와 비교하여 가장 선수구성의 변화가 적었던 팀이다. 부상에서 돌아온 윤호영과 노장 김주성도 건재한 만큼 조직력과 노련미에서는 10개 구단 중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베테랑 선수들은 어느덧 한 살 더 나이를 먹었고 기량도 서서히 하락하고 있다. 맥키네스 외에는 공격에서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갖춘 선수도 부족하다. 부상이 잦은 윤호영과 김주성의 철저한 출전시간 관리와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난 시즌 후반기와 같은 재앙이 반복될수 있다. 백코트를 책임질 두경민과 허웅은 올시즌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8. 서울 SK

지난 시즌 급격한 팀 개편이 실패로 돌아가며 추락했던 SK는 다시 한 번 새 판짜기를  택했다. 외국인 선수 코트니 심스가 복귀했고 테리코 화이트와 신인 최준용이 가세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FA 자격을 얻은 김선형도 잔류했다. 문경은 감독은 장신에 기동력을 겸비한 최준용을 2~4번에서 전술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전망이다.

김선형-변기훈의 백코트진과 김민수-화이트-최준용으로 포워드진까지 득점력은 믿을 만하지만 높이와 수비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내년 상무에서 제대하는 최부경이 가세하면 골밑 운용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 애런 헤인즈처럼 걸출한 외국인 에이스에 대한 전술적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문경은 감독의 지도력이 시험무대에 오를 시즌이다.

9 창원 LG

LG는 올 시즌 빠른 농구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단신임에도 뛰어난 득점력을 보여준 마이클 이페브라의 기량이 연습경기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중장거리 슈팅이 다소 떨어지고 돌파에 의지하는 이페브라의 패턴이 이미 상대팀에게 분석당하며 시즌에 돌입하면 오히려 고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 빅맨을 상대할 시간이 길어질 김종규의 체력적 부담 가중도 우려되는 대목. 가드진도 내년 1월에야 상무에서 복귀할 김시래가 돌아오기 전까지 확실한 리딩가드 없이 정창영-정성우-한상혁 등의 물량공세로 버텨야 한다.

10. 부산 KT

KBL 최고의 슈터로 자리잡은 국가대표 조성민이 건재하지만 그 외 포지션에서 타팀에 우위를 점할 만한 카드가 부족하다. 외국인 선수 1순위 크리스 다니엘스는 아킬레스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일시적으로 KBL 무대 경험이 풍부한 제스퍼 존슨을 영입했지만 완전 대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한 명의 외국인 선수 래리 고든도 햄스트링 부상을 호소하고 있다.

가드진은 천대현, 김종범 등이 가세하며 백업자원이 넓어졌지만 정작 토종빅맨이 약한 KT로서는 시즌 초반부터 높이의 열세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공격성향이 강한 가드인 이재도와 조성민의 역할이 자주 겹치던 불균형을 어덯게 해소할지도 조동현 감독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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