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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철학사이다, 왼쪽 김만권, 오른쪽 안병진 교수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왼쪽 김만권, 오른쪽 안병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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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이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간에 이미 세 차례의 토론회도 끝났다. 분위기상으로는 클린턴이 압승한 느낌이다.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조차 트럼프의 자질을 문제 삼아 이미 지지를 철회한 지 오래되었고 미국의 주요 언론 중 트럼프에 지지를 표명한 매체는 단 한 군데도 없다. 경합 주들조차 클린턴에게 넘어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인 보도를 무작정 믿기만 한다면 또 다른 실수가 될지도 모른다. 애초에 트럼프 같은 인물이 노예해방에 앞장섰던 공화당의 후보가 될 것으로 생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하층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를 업고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인구 구성상 백인 비율이 여전히 압도적이며 클린턴의 지지층인 흑인과 히스패닉들은 투표율이 낮다. 투표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미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데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책이 하나 있다.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경희사이버대 부총장이자 미국정치 중에서도 리더십이 전공인 안병진 교수의 책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정치철학자 김만권이 진행하는 <철학사이다 바로 이 책>이 안병진 교수를 만났다.

올해 받은 안식년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미국을 두어 달 둘러보고 귀국했다는 안 교수는 오바마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해 미국사회의 변화에 대해, 특유의 달변으로 한숨에 들려주었다. 리더들의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능력에서 시작해 동영상 시대에 필요한 리더의 자질, 4차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문화적 배경의 변화, 자신이 킨포크 세대로 명명한 미국의 새로운 세대와 그에 걸맞은 리더의 자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풀어놓았다.

물론 왜 트럼프 같은 인물이 공화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구조적 원인까지도 들려주었다.

이 이야기는 <철학사이다 바로 이 책>에서 들을 수 있다.

* 팟빵에서 듣기 : https://goo.gl/9V1QhH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BFA253
* 유튜브로 듣기 : https://youtu.be/MMYfRGaA-6Y

다음은 팟캐스트 내용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오바마, 미래에 대한 철학적 책임 강조한 미국 최초의 대통령

- 안병진 : 미국의 진보진영에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물론,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은 불완전하다. 상당히 불완전하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인질극으로 잡혀 있었고 빨갱이 취급을 당하는 오바마였으니까, 샌더스는 어떤 표현이 필요할까? 의료보험개혁은 불완전했지만 성공했다.

- 김만권: 미국 대선을 이야기하기 전에 꼭 드려야 할 질문이 오바마 리더십이다. 선생님은 오바마를 중도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사실 미국의 대통령이 겉보기와는 달리 무척 외로운 자리다. 자기가 임명한 내각이 자기를 돕지 않고 의회 편에 서고 상원 100명, 하원 435명의 각자의 이익을 다 맞추어주면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레임덕에 안 빠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가장 행복한 말기를 보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어떻게 레임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는지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 안병진: 오바마가 여러 아젠다에 있어서 너무 점진주의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하고 싶은 것은 오바마에게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시대의 흐름, 시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좀 불완전하기 하지만, 의료보험이라든지, 생태라든지 다양한 측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

특히 파리기후협약에서 보여준 지도력은 미국 역대 대통령 역사상 최상의 것이었다. 미국은 대단히 오만한 나라고 (미국) 예외주의(자기는 특별하다는)로 "우리는 뭐든 나쁜 짓을 해도 돼" 이런 나라다. 기후변화협약을 미국이 가장 방해했다. 하지만 오바마가 파리에서 이 협약을 주도했다. 이는 그가 시대정신을 이해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인데 (단점도 많지만) 그것을 의제로 했다는 것이 훌륭하다.

또 하나, 한국에서 잘 주목하지 못하는 포인트인데, 동영상의 시대, 오바마는 동영상이 전면화된 시대에 전 세계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페이스북을 비롯한 지금은 동영상이 전면화 되는 시대인데,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한, 그것을 가지고 시민들과 잘 소통한 대통령이라고 본다. 물론 집권 1기에는 상당히 소통에 둔했던 점도 있었는데, 집권2기로 가면 'Amazing Grace' 같은 전설적인, 미국 역대 대통령의 커뮤케이션 교과서에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순위 3위 안에 들어갈 만하다.

- 김만권 : 노래 한 곡으로 미국을 통합시키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2015년에 미국에서 정치 리더십이 가장 반짝였던 순간을 꼽아보면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 안병진 : 200% 찬성한다. 그걸 그냥 쇼맨십이라고 보기에는, 사람들이 오해가 많은데,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위는 '퍼포먼스'를 해야 하는 자리이다. 문화론적인 정치학 이론에 따르면 대통령은 영화배우들이 시대를 표현하는 것처럼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그걸 통해 시대와 소통해야 하는 자리이다. 오바마는 이것을 이해하고 있다.

- 김만권: 어쩌면 오늘 제일 중요한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 사실 선생님의 집필 의도를 볼 수 있는 질문을 하려한다. 선생님께서는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는, 다시 말해 지금 미국이 문명의 대전환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왜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셨으면 좋겠다.

- 안병진 : 기존 미국 리버럴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빌 클린턴만 하더라도 기존 미국의 문명의 패러다임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빌 클린턴은 베이비붐 세대이고, 미국의 근대 문명 패러다임 아래서 움직였다. 대표적으로 빌 클린턴은 미국 예외주의의 신봉자였고, 미국의 특별함,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신봉했다. 이런 표현도 했다. "미국은 필수 불가결의 나라이다. 미래를 앞서서 내다보는 나라이다." 이런 '선지자'의 입장을 갖고 있다.

- 김만권 : 사실 미국이 탄생하면서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온 국가다'라는 마인드가 있다.

- 안병진 : 한국에서는 미국에서 보수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이것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사항이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상당히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오바마는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인 새천년세대와 연결감을 가지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정치가이다. 나는 이것을 높이 평가한다. 새천년세대가 가지는 꿈, 가치, 욕망, 아젠다 이런 것들을 오바마는 몸으로 이해하고 있다. 전세계와의 연결감, 이란, 쿠바 등과 연결되고자 하고, 전 세계와 연결되고자 한다. 새천년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전 세계와 연결되어 태어난다.

- 김만권 : 요즘 아이들은 휴대폰을 들고 태어난다. 우리 아기도 6개월인데 아이패드를 넘긴다.

- 안병진 : 새천년세대에게는 매뉴얼이 필요 없다. DNA에 각인이 되어 있다. 오바마는 이런 연결감, "네트워크적 세계"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물론 미국이라고 하는 국가의 패권을 유지하려고도 하지만 동시에 전 지구의 연결 속에서 부드러운 리더십을 행사하고자 한 점에서 오바마가 추구하는 가치는 새천년 세대의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또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데, 오바마의 집권2기 연설을 잘 들어보면 자기 딸 샤샤와 같은 미래 세대를 위한 윤리와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최근 국립공원에 가서도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책에서는 잠시 언급하고 지나갔지만, 오바마를 과장해서 표현하면 '미래주의', 즉, 미래세대에 대한 철학적인 정당화를 몸으로 이해하고 있는 대통령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 철학'을 갖고 있는데, 과감하게 가설을 제시하면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현재의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철학적 책임을 강조하는 대통령이라 할 수 있다.

심각한 위기에 몰린 미국의 보수

- 김만권 : 미래세대 이야기가 나왔으니 여기서 선생님이 말하는 킨포크 세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 안병진: 한국도 몇 년 전부터 쿨(Cool)한 카페에 가보면 킨포크 잡지들이 꽂혀 있는 게 보이고, 긴 나무로 된 멋있는 테이블들이 있는데, 내 세대만 하더라도 카페에 옆에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 있으면 어색한데, 지금 쿨한 카페에 이런 것이 잘되어 있다.

- 김만권 : 긴 테이블에 모르는 사람들이 어울려 앉아 있다.

- 안병진 : 나는 아직도 어색하다. 이런 것이 새천년 세대에게는 익숙한데, 킨포크라는 잡지는 포틀랜드에서 출발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인데 꼭 돈이 많아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야기해 보면 한국의 절망스런 세대들에게는 자본이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닌데,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모아 100만 원을 여행비로 모으면 그중 30% 예산을 에이스라는 호텔에 가서 생활을 해보겠다는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저희 세대 같으면 그 예산을 다른 곳에 쏟을 것이다.

지금 새천년 세대는 뭔가 조금 더 쿨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정서가 다른데, 킨포크라는 잡지가 이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잡지다. 그래서 내가 새로운 세대에게 상징적으로 킨포크라는 이름을 붙여봤다. 말하자면, 에이스 호텔처럼 커뮤니티 친화적인, 서로 함께 긴 테이블에 젊은이들이 같이 모여 있을 수도 있고, 유기농, 굳이 거창한 많은 돈이 들지 않아도 소박하지만 품위 있고, 생태 친화적인 새로운 문법을 상징적으로 '킨포크 세대'로 이름 붙여봤다.

- 김만권: 미국 일상의 문화 자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으로 보아도 좋은가?

- 안병진: 한국에서도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4차 산업혁명이나 많은 아젠다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자꾸 사람들이 워싱턴에 주목하거나 혹은 기술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보려면 현재 일상 삶의 태도,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면서 그 속에서 기술을 봐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과거 68혁명의 출발은 국방성, 인터넷이라는 기술의 발명이 아니었다. 68혁명의 출발은 (안토니오 네그리가 지적한) 공장주의 사회(Factory Society)를 벗어나서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비주류들의 꿈이 드러난 것이었고, 이것이 이후 인터넷의 발명 등 다양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때는 그런 이론적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반해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미국 대선 등과 관련해 그때처럼 사회로부터 아젠다를 고민하지 못하고 자꾸 협소한 곳에 시각이 갇혀 있는 것 같다.

- 김만권 :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이런 변화는 미국 보수주의의 위기일 수도 있겠다. 기득권 내 삶의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니까. 그런데 이런 문명의 대전환을 보수들이 그냥 지켜보지는 않을 듯 한데 보수들의 반격은 어떨까.

- 안병진 :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2008년에 오바마에게 패배한 후에 절치부심을 했다. 그래서 2012년에는 이길 줄 알았다. 당시 롬니 공화당 후보는 투표 날 취임사까지 썼지만 또 졌다. 그리고 지고 나서 아주 근본적인 반성을 담은 전략적 반성 리포트를 썼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아주 좋다. 그대로만 하면 집권할 수 있는 좋은 내용인데, 이번 대선은 그 보고서에서 제시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것 중의 하나가, 훨씬 더 중도적이고 많은 행정의 경험을 가진 미국의 주지사 중심의 정당을 만들자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은 전혀 주지사와 관계없는 트럼프가 대선후보가 되었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심각한 위기감에 몰려있다. 그러나 95년의 깅그리치 혁명이후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악순환에 빠져있다. 계속 주의회, 지역 의회를 장악하다 보니까 집토끼를 대선보다는 총선 등에 늘 동원하려면 강경 보수에 어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계속 공화당의 내부는 강경 보수적인 유권자로 채워지고, 대선에 나오면 산토끼도 잡아야 하는데 산토끼는 못 잡고 트럼프가 대선후보가 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이런 악순환 가운데 공화당 일부 내부인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알긴 아는데 결국 이번에도 트럼프 신드롬에 밀려버렸다. 이번 대선이 끝나면 과연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 김만권 : 유학 시절을 돌이켜보면 오바마가 나오기 전에 정치 분위기가 '공화당이 50년은 집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는데 갑자기 오바마가 나오면서 미국의 정치지형이 바뀌어 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이번에 트럼프도 그런 현상에 가깝지 않은가, 어떻게 미국사회에서 이런 사람이 나와서 저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 엄청난 충격이었는데,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그것이 결국은 보수들이 끌어안고 있는 딜레마에서 나온 현상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2016년 대선과 미국의 미래에 대해 질문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함께 엮어서 여기서 내년으로 다가온 한국 대선이 찾을 수 있는 의미도 설명해주셨으면 좋겠다.

- 안병진 :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짧게 이야기하면, 한국 대선에 대해서는 저와 같은 전문가들의 예측을 믿지 마시라 하고 싶다. 지금 전 세계가 어쩌면 100년 후에 가서야 우리는 '아, 그게 그때 그런 의미였구나'라고 깨달을 것 같다. 지금은 어마어마한 문명적 전환기이다. 엊그제만 해도 국제지질협회에서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세기를 이야기했다. 슬픈 이야기지만 그 정도로 세상이 급변하니까 그 점에선 지금 교과서의 수명도 다했고,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신빙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참여연대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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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참여연대, #철학사이다,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안병진, #김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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