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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를 졸업한 변씨는 재수하는 셈치고 1년 동안 전국 맛 기행에 나섰다. 강원도에서부터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까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여수 엠블호텔 조리사 변우민 씨. 그는 한식조리사를 꿈꾸며 강원도에서 '음식의 고장' 전라도로 유학을 왔다가 호텔 조리사가 됐다.
 여수 엠블호텔 조리사 변우민 씨. 그는 한식조리사를 꿈꾸며 강원도에서 '음식의 고장' 전라도로 유학을 왔다가 호텔 조리사가 됐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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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높다. 조리사에 대한 인기도 가히 폭발적이다. 출연자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시청자들의 식욕을 돋우는 '먹방'과 출연자들이 직접 요리하며 요리법까지 보여주는 '쿡방'이 유행하면서부터다.

"중학교 때부터 요리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본 조리사의 모습이 정말 멋졌거든요. 주방에서 엄청난 속도로 칼질을 하고, 프라이팬을 돌리면서, 이른바 불쇼를 하는데요. 그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었습니다."

여수 엠블호텔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는 변우민(25)씨의 말이다. 그날 이후 조리사의 꿈을 품은 변씨는 어머니의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자상하게 가르쳐줬다. 방학 땐 요리학원에도 다녔다. 그렇게 배운 요리 솜씨를 친구들한테 뽐내며 살았다.

조리사를 향한 변씨의 꿈은 고등학교 때 구체화됐다. 호텔조리사, 한식조리사로 좁혀졌다. 부모가 반대하기는커녕 팔을 걷고 도와줬다. 조리사 꿈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교사를 설득시킨 것도 그의 부모였다.

엠블호텔 조리사 변우민 씨. 올해 그는 여수 엠블호텔의 3년차 조리사다.
 엠블호텔 조리사 변우민 씨. 올해 그는 여수 엠블호텔의 3년차 조리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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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엠블호텔 변우민 조리사. 저녁 식사시간을 앞두고 차려진 뷔페를 둘러보고 있다.
 여수 엠블호텔 변우민 조리사. 저녁 식사시간을 앞두고 차려진 뷔페를 둘러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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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변씨는 재수하는 셈치고 1년 동안 전국 맛 기행에 나섰다. 강원도에서부터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까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팔도의 음식을 직접 맛보며 비교해 보고 싶어서였다.

"음식은 역시 전라도더라고요. 직접 돌아다니면서 실감을 했습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하나까지 느낌이 달랐어요. 전라도 분들이 '게미'라고 하던데요. 결코 가볍지 않고, 풍부하고 진한 느낌이랄까요."

변씨는 조리사의 꿈을 안고 전라도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뜻밖의 걸림돌이 생겼다. 지금껏 꿈을 키워주던 부모가 망설였다. 어린 자식을 멀리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을 걱정했다. 변씨의 고향은 강원도 정선이다.

한동안 고민하던 부모가 결국 전라도행을 허락했다. 여수엑스포를 앞둔 2012년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청암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에 입학했다. 조리사를 꿈꾸며 강원도에서 전라도로 유학 온 셈이다.

"하루하루가 즐거웠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고, 경험도 부지런히 쌓았습니다.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봤던 그 조리사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자부심을 갖고 학교생활을 했죠."

변씨는 학교에 다니면서 한식조리기능사, 양식조리기능사 등 필요한 자격증을 땄다. 취업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졸업을 앞둔 2013년 말, 학교로 찾아온 엠블호텔의 취업설명회가 계기였다. 설명회 직후 이뤄진 채용 면접에서 큰 어려움 없이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조리사 변우민 씨가 일하고 있는 여수 엠블호텔. 여수엑스포장 바로 앞에 우뚝 서 있다.
 조리사 변우민 씨가 일하고 있는 여수 엠블호텔. 여수엑스포장 바로 앞에 우뚝 서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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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민 씨가 일하고 있는 여수 엠블호텔의 조형물. 그 사이로 여수시내 풍경이 들어온다.
 변우민 씨가 일하고 있는 여수 엠블호텔의 조형물. 그 사이로 여수시내 풍경이 들어온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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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가 일하는 엠블호텔은 2012년 여수엑스포를 앞두고 대명레저산업이 지은 특급호텔이다. 여수엑스포장 앞 바닷가에 우뚝 서 있다.

변씨는 이 호텔의 식음사업부 조리팀에서 한식파트 부파트장(Sous Chef)으로 일하고 있다. 주방에서 쓰는 식재료를 깨끗하게 관리하고 보관하는 식자재 수불 관리와 주방의 환경과 위생 관리, 조리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조리사에게 기본이 되는 업무가 식자재 관리입니다. 식자재를 제대로 관리하고 보관하지 못하면 음식에 문제가 생기거든요.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거죠. 조리는 식자재 관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식자재 창고와 주방의 환경, 주방기기와 조리도구의 위생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고요."

변씨의 말이다. 물론 조리가 중요한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조리는 조리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면서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취향과 요구사항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가 부단히 노력하는 이유다.

호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변우민 조리사. 그는 강원도에서 전라도로 유학을 와 한식요리를 공부하고, 호텔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호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변우민 조리사. 그는 강원도에서 전라도로 유학을 와 한식요리를 공부하고, 호텔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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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엠블호텔의 조리사 변우민(왼쪽) 씨와 박송이(오른쪽) 씨. 호텔에서 선후배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고, 내년에 혼인도 할 예정이다.
 여수 엠블호텔의 조리사 변우민(왼쪽) 씨와 박송이(오른쪽) 씨. 호텔에서 선후배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고, 내년에 혼인도 할 예정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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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는 엠블호텔의 3년차 조리사다. 그 동안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노력한 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 근무환경도 좋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반려자가 될 연인(박송이·24)을 만난 것도 행복이다. 박씨는 같은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그의 동료 조리사이면서 후배다. 내년에 혼인도 할 예정이다.

"저희 호텔에는 전라도가 아닌, 다른 지역 출신들이 많이 일하고 있습니다. 전라도 청년들이 학업과 취업을 위해서 지역을 떠난다는데요. 청년들이 다 떠나면 여기는 갈수록 낙후될 수밖에 없잖아요. 전남에도 좋은 기업이 얼마든지 있고요. 중요한 건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변씨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지만 결코 안주하지 않고, 최고의 조리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꿈도 계속 키워 갈 것"이라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주방에서 조리를 하던 변우민 씨가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변 씨는 여수 엠블호텔의 3년차 조리사다.
 주방에서 조리를 하던 변우민 씨가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변 씨는 여수 엠블호텔의 3년차 조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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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변우민씨 인터뷰는 지난 15일 진행했습니다.



태그:#변우민, #조리사, #엠블호텔, #청년취업, #호텔조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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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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