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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한눈에

  • "김제동씨가 국회의원 하려는 게 아니라는 진정성을 믿고 있어요"
사람들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정치 이야기다. 특히 명절 때 친지들이 모여 하는 정치 이야기는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클 정도로 우리는 누구나 정치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치인을 모두 비판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사회 유명인사 등이 조금만 튀는 발언을 하면 '정치 하려고 그러냐'는 핀잔을 듣는다.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을 꿈 꾸는 게 비난받아야 할 일일까?

이런 궁금증을 갖던 차에 국회의원에 대한 책이 나왔다. 바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말 출간한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이다. 이 책은 좋은 국회의원과 나쁜 국회의원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국회의원 사용법과 국회의원 아는 법까지 알기 쉽고 흥미롭게 서술되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서 지난 13일 망원역 부분 사무실에서 정 전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정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지난 13일 정청래 전 의원이 이영광 시민기자와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를 했다.
 지난 13일 정청래 전 의원이 이영광 시민기자와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를 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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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총수가 출판사까지 소개해줬죠"

- 지난 9월 28일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이란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보름 정도 지났는데 기대만큼 반응이 오진 않는 것 같아요(웃음).
"보자마자 디스네요(웃음). 반응이 좋지도 않고 안 좋지도 않고 순조로워요. 다만 폭발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웃음)."

- 국회의원을 좋은 의원과 나쁜 의원 유형으로 분류해 소개하셨잖아요. 쓰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알다시피 컷오프되고 원래는 다른 책을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김어준 총수가 '이제 국회의원도 아닌데 국회의원은 과연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인지 많이 왜곡되어 있어서 국회의원 바로 알기 차원에서 국회 의원에 대한 책을 쓰면 좋겠다'고 해요. 또 '실제 국민이 국회의원을 욕하지만, 국회의원을 제대로 알고 그러는 거 같지는 않다. 그리고 국회의원 되려는 분들도 많고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도 국회의원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한다. 국회의원 되는 법까지 써봐라'라며 김 총수가 출판사까지 소개해서 쓰게 됐죠."

- '들어가는 말'은 지난 4월에 있었던 총선 컷오프 이야기를 쓰셨어요. 그 이야기를 처음에 배치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만약 현역 국회의원이 됐다면 안 썼을 거예요. 저 같은 경우 소위 말하는 국민의 의사와 반하게 공천을 결정해서 엄청난 반향이 있었잖아요. 정치인들이 여의도에서 나쁜 짓 못 하도록 하고 정치인을 국민 손에 돌려주는 것이 제 개인의 사적인 복수가 아니라 공익적 복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에 배치했어요."

- 불출마하셨는데 후회한 적은 없나요?
"후회는 안 했는데 아픈 적은 많아요. 실제로 몸도 많이 아팠고 그 소식을 접했을 때는 한동안 정신이 멍했어요. 실직을 한 것이잖아요. 가족은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냐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제가 컷오프를 당했는데 이게 정당한 것인가란 생각에 분노도 했어요. 하지만 절 여기까지 키워준 당을 배반하고 탈당을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당은 나를 버렸지만 나는 당을 지키겠다. 당의 제물이 되고 나를 제사상에 올려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겠다'고 말하고 더컸유세단으로 지원유세를 다녔죠."

- 그런 모습에 사람들은 정 의원님을 바보 같다고 했는데.
"저는 바보가 아니에요. 그런데 자기의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당과 국민을 위해 일하는 길이 진정 바보의 길이라면 기꺼이 바보의 길을 가겠어요."

- 이 책은 3장으로 1장은 국회의원 감별법, 2장은 국회의원 사용법, 3장은 국회의원 되는 법, 그리고 부록으로 대통령 선거에 이기는 법이에요. 가장 중점은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 책은 감별법, 사용법, 되는 법으로 돼 있는데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대통령 선거 이기는 법이에요.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그걸 보면 좋겠죠. 어떻게 보면 이걸 가장 쉽고 빠르게 썼어요. 대선이 총선보다 먼저잖아요. '대통령 선거 이기는 법'은 맨 끝에 배치했지만 제일 먼저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감별법에서 좋은 국회의원의 실명은 공개했지만, 나쁜 국회의원 실명은 안 밝혔어요. 
"좋은 국회의원은 좋은 내용이라 그분들의 실명을 써서 칭찬을 해주고 싶었어요. 때문에 유형별로 했죠. 예를 들어 김광진 의원이나 도종환 의원이 한가지 유형에만 속하는 건 아니에요. 좋은 국회의원은 여러 가지 유형에 속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쁜 국회의원은 아무리 나쁘고 밉지만 이름을 써서 명예훼손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읽다 보면 누군지 짐작은 다 할 수 있어요. 제 입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독자들은 누굴까를 상상하며 읽는 것도 책 읽는 재미일 것 같아요."

- 책에 소개된 것 말고도 나쁜 국회의원 유형이 있나요?
"책에 쓰지 않은 유형 중에 가끔 돈 먹고 감옥 가는 형이 있잖아요. 그것은 분류를 안 했죠. 그리고 새로 추가한다면 국감장에서 엉뚱한 소리 하는 유형이죠. 누군지 알죠(웃음)?"

- 흔히 국회의원이 낮에는 여야로 나눠 싸우지만, 밤에는 같이 술 마시며 형님 동생 한다는 소리가 있는데.
"그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에요. 다만 여야가 같이 해외출장 갈 때 긴 시간 같이 있으니까 그땐 술도 한잔 같이하고 밥도 먹을 수밖에 없잖아요. 국회의원이 여야로 나뉘어 있지만 매일 싸울 수는 없잖아요. 그건 여야를 떠나 사람 관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 계파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어요.
"계보정치는 이 책에서도 말했지만, 답이 없는 거예요. 국회의원도 사람이고 살다 보면 친소 관계가 있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국회의원 300명도 사람 사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모임과 현상이 있다는 건데, 일반적인 사람과 다르게 정치에서는 계보라는게 있죠. 그건 힘 있거나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의 우산을 쓰고 싶은 거죠. 계보를 없애자는 데도 그게 잘 안돼요. 저는 좀 더 건전하게 친소관계로 모여 예를 들어 '정권 교체를 위해 목숨 거는 모임'은 좋잖아요. 질적으로 이렇게 변하면 좋겠어요."

"김제동씨에게 정치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난 13일 정청래 전 의원이 이영광 시민기자와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를 했다.
 지난 13일 정청래 전 의원이 이영광 시민기자와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를 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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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이나 사회 유명인사가 튀는 행동이나 발언을 하면 따라오는 말이 '정치 하려고 그렇게 하냐?'예요. 듣기에 따라서는 정치를 꿈 꿈꾸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은데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어떻게 보세요?
"이런 것과 똑같아요. 책에도 썼지만, 대통령을 했던 사람은 국회의원 출마를 안 하지만 국무총리나 대법관을 한 사람은 국회의원에 출마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거의 유행처럼 말을 시원하게 하면 '저 사람을 국회로 보냅시다'라고 하고, 튀는 말을 하면 '너 정치하려고 하냐'라고 해요.

제가 예언을 하자면 새누리당에서는 '김제동 정치하려고 그러냐?'라고 공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저는 김제동씨가 정치 잘할 것 같아서 차라리 정치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러나 김제동씨가 국회의원 하려는 게 아니라는 진정성을 믿고 있어요."

- 국회의원을 하려는 게 나쁜 건 아닌데 사람들은 나쁜 것처럼 말해요.
"무슨 욕을 하려면 국회의원을 욕하는데, 이게 바로 제가 책을 쓴 근본 이유 중 하나예요. 이 책은 옥석을 구분하자는 거예요. 국회의원을 동네북처럼 욕하다 보면 좋은 국회의원도 같이 욕먹거든요. 그럼 (국회의원은) 의욕을 잃게 돼요.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으면 누가 열심히 할까요? 그럼 일을 더 안 하게 돼요. 그래서 국회의원 잘하는 사람에게는 박수도 쳐주고 후원금도 보내주자는 거예요.

국회의원에 대한 악성 프레임을 깨자는 거예요. 국회의원에게 노릇 똑바로 하라는 것도 있지만, 유권자가 주인의식으로 주인행세를 잘해야죠. 그러려면 국회의원이 뭘 하고 다니는지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하는 거예요. 그래야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알잖아요. 그래서 이 책은 국회의원에 관심을 가지고 두 눈 부릅 뜨고 감시를 잘 하자는 거죠. 감시를 잘하는 건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어요."

- 국회의원 정수에 대해 언급도 하셨어요. 정 의원님은 현행 300명이 적당하다고 하셨어요.
"소위 말하는 새정치의 허구성이 있는 거예요. 새정치는 포풀리즘에 기반하고 있어요. 이건 모순의 악순환이죠. 그러다 보면 국민에게 박수받는 일이 국회의원 욕하는 일이고 수를 줄이자거나 세비 깎자는 거예요. 그럼 그게 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냐 그건 아니라는 거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 월급 줄이자, 보좌관 줄이자고 해서 일을 못 하도록 하는 게 새정치는 아니라는 거죠.

한 예로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고 하는데 외국에 비해 많은지 적은지를 알고 많으면 줄이자고 하고 적으면 늘리자는 게 맞잖아요. 비교를 해보니 미국과 일본보다는 약간 많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보다는 많이 적어요. 그래서 국회의원 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적은 것도 아니니 '국회의원 수 줄이자'라는 포퓰리즘으로 선동정치를 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쓴 거예요."

- 국회의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행정부를 감시할 수 있어서 좋은 것 아닌가요?
"영국이나 프랑스 경우는 우리보다 서너 배가 많아요. 그만큼 일도 많이 하겠죠. 그렇게 되려면 '행정부 감시를 위하고 제대로 된 삼권 분립을 위해서 국회 기능이 더 강화돼야 한다. 그래서 국회의원도 늘리고 보좌관도 늘려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이뤄지지는 않았죠. 그럼에도 늘리자면 몰매를 맞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 있는 데에서 최선을 다해 국민이 '국회의원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을 때까지 국회의원이 먼저 더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죠."

- 세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세비는 각국의 사례를 조사하기 어려웠어요. 제가 알기론 미국에 비해 대우가 좋은 건 아니에요. 그리고 미국 상원 의원 같은 경우 인턴 포함해서 수십 명의 보좌관을 두고 있어요. 제가 볼 때 보좌진이 많은 건 아니에요. 세비도 많은 건 아니에요. 개인 생활비로 쓰는 국회의원은 안 많거든요. 그것도 쓰다 보면 공익적으로 써요. 저는 많지도 적지도 않다는 생각을 하고 지금은 국회의원 수나 세비 타령보다는 어떻게 하면 국민이 인정할 수 있도록 일을 잘 하느냐가 중요하죠. 국회의원 수 줄이자는 국회의원도 의정활동 잘하는 건 아니에요."

- 책임편집인이 백도라지씨예요. 지난날 돌아가신 백남기씨 따님이잖아요.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백남기 선생이 사고 났을 당시 제가 제일 먼저 갔었고 계속 오갔어요. 그러면서도 전 백도라지씨가 푸른숲 출판사 직원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을 쓰기로 하고 출판사 직원을 만났는데 거기 나온 거예요. 깜짝 놀라서 여기 왜 왔느냐고 물었더니 출판사 직원이라는 거예요.

책 쓰면서 때로 아버지 문제를 상의하면 조언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신뢰관계가 쌓였죠, 그래서 사망 진단서 문제도 백도라지씨가 저에게 제일 먼저 줬어요. 스마트폰으로 찍어 공개한 게 저예요. 안행위 간사하면서 백남기 선생 사고가 났을 때 첫 인연을 맺었어요. 전 당시 '컷오프'를 당했고요. 제가 책을 쓰는 데 하필이면 편집자가 백남기 선생 따님이란 말이죠. 그러다 보니 아버지를 잃은 백도라지와 컷오프당한 정청래, 어떻게 보면 불쌍한 사람들이 만나서 한 사람은 책을 쓰고 한 사람은 책을 편집하게 됐어요. 그것도 저에게 인생을 살면서 제대로 잘 살라는 무언의 계시 같아요.

세월호 배지도 차고 있잖아요. 아프고 힘든 사람들 편에 서서 일을 하라는 또 하나의 계시가 아니겠는가 생각해요. 그래서 세월호 문제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고 백남기 선생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4개월이 지났잖아요. 더욱이 20대는 여소야대인데 여대야소였던 19대와 차이가 없어서 국민은 답답한 거 같아요.
"20대는 여소야대라서 19대보다 기대가 컸던 것 같아요. 그만큼 실망도 더 크죠. 근데 제가 객관적인 눈으로 봤을 때는 실망시킨 일도 많지만, 백남기 선생 청문회도 여소야대라 가능했지 19대 같으면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 백남기 선생 사망 진단서 등도 저들이 증인 채택을 못 하게 하지만 조금씩 진전은 있는 것 같아요.

야당이 못한다고 욕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해요. 그러나 여소야대가 당황스러우니 이정현 대표는 단식도 하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은 우병우 수석을 감싸는 등 고집불통을 보이니까 야당이 지금 당장은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이 저렇게 나쁜 사람들이다'라고 알리는 작업을 서서히 하는 것 같아요.

4개월이잖아요. 잘하는 건 잘한다고 얘기해 주면 못하는 것이 줄어들 것 같아요. 그래서 비판은 많이 하되 박수에도 인색하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태그:#정청래,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이정현, #김제동,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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