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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농협 노동조합은 지난 5월 A 상무와 D 직원이 사무실 탁상달력에 숨겨둔 녹음기를 발견해 불법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광양농협 노동조합은 지난 5월 A 상무와 D 직원이 사무실 탁상달력에 숨겨둔 녹음기를 발견해 불법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 광양농협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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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한 단위농협이 일부러 계약직을 채용해 직원의 노동조합 가입을 막아 온 사실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을 상대로 단위농협 측의 불법도청 논란과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의 개입 의혹도 불거졌다.

<오마이뉴스>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광양농협 이사회 회의 녹취록(9월 29일)'과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아무개 광양농협 조합장은 신입 직원이 노조에 가입할 것에 대비해 일부러 해고가 쉬운 계약직 직원을 채용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작년에 노조가 생겨 여기에 대비를 해서…. 우리 직원이 사실 부족합니다. 부족한데, 지난해부터 일반직(정규직) 직원 채용을 하지마라, 그래서 한 명도 채용 안 했습니다. 그 부족한 인력을 계약직으로 채용합니다. (중략) 내가 대비를 했어, 대비를. 만약에 일반직 직원 채용해서 또 (노조에) 가입해버리면 (안 되니까). 계약직원은 (노조에) 가입하면 계약을 안 해주면 돼. 그래서 저는 항시 간부들에게 '만약을 대비해 가능성을 열어놓고 일해라' (말합니다)."

"아들이 노조가입? 탈퇴하던가, 그만두던가..."

이어 김 조합장은 최근 지인과 전화 통화한 사례를 들며, 지인 아들의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고 설명한다.

"오늘 누구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자기 아들이 노조에 가입을 했다고 (하더라고). (그 사람이) '어이 조합장, 미안하네. 나 이제야 알았네'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노조를) 탈퇴하던가, 그만두던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이야기했다고."

녹취록에는 이사회 구성원들이 정회 후 식사자리에서 한 노조원을 거론하며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내용도 담겼다.

A(경영관리상무) "○○(노조원)라뇨?"
B "깜둥이."
A "들먹이지 마십시오. 구역질나려고 하네."
C "꼴통분자."
A "개놈의 새X. 진짜 배은망덕한 놈, 저XX."
B "뭐 하러 데리고 와, 고흥에서."
A "에이 씨, 박 조합장 살아 있으면 진월로 보내버릴 건데. 지가 우리 조합장님한테 그러면 안 되지. 개놈 새X. 호로 XX. 패 죽여버린다고, 뺨을 때려버려요, 개XX를.

이러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됐다. 한 노조원이 지난 5일 광양농협의 한 사무실에 있던 탁상달력 안에서 한 녹음기를 발견했는데, 이 안에 이사회 회의 녹음파일이 있었던 것이다.

"무음 카메라 어플로 사진 찍어, 싹 다 징계시키게"

더 놀라운 점은 녹음기를 발견했을 당시에도 녹음이 진행되고 있었고, 이를 A 상무와 D 직원이 갖다 놓았다는 것이다.

녹음기에는 9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녹음된 총 10개의 파일이 들어 있었다. 이 시기는 광양농협 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광주전남본부 협동조합지부 광양농협지회)가 파업을 진행(9월 26일~10월 7일)했던 시기와 겹친다.

녹음기를 갖다 두면서 녹음된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녹음뿐만 아니라, 농성하는 모습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라. (노조원들) 영업방해로 다음에 징계를 줘야한다"는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즉 광양농협 사측이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노조를 상대로 도청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D(직원) "핸드폰 있잖아요."
A(경영관리상무) "안 돼. 핸드폰은 약해."
D "아니, 그러니까 이거 설정해주시고요."
A "(설정) 해놨어. 바로 녹음 시켜놨어. 지금 그냥 내려놔두면 돼. 그리고 ○○(직원)한테 핸드폰으로 사진 몇 장 찍을 수 있으면 찍어보라고 해. 살짝 모르게. 지금 저거 영업방해, 업무방해라. 저놈들 저걸로 다음에 징계를 싹 다 시켜버려야 해."
D "(통화하는 듯) 내가 저기 책상 위에 뭐 하나 올려놓을 거예요. 그거 출입문 쪽에 올려놓고 건들지 말라고 하시고요. 그리고 지금 언니 무음 카메라 혹시 돼요? 어플 깔아 놨어요? 무음 카메라 어플 하나 다운받아 가지고, 지금 직원(노조원)들 2층에 줄줄이 앉아 있지? 그것 좀 찍어줘. 응, 사진. 그래서 괜히 언니가 곤란할까봐 무음으로 찍으라는 거지. 어? 그러니까 무음으로 하면 되지. 네, 언니. 지금 올라갈게요."  

이정미 의원은 "광양농협 조합장은 노조를 약화시키고자 조합원이 늘어날 수 있는 일반직 채용을 하지 않고 계약직만 채용했다"라며 "노조 활동에 지배, 개입했기에 처벌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 3자가 대화내용을 녹음하는 것 자체도 실정법 위반이다"라며 "뿐만 아니라, 대화 내용 중에 노조의 동향을 은밀히 수집하고 이를 이용해 조합원을 징계하겠다는 발언이 나오는데, 이는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을 넘어 노조를 파괴하고자 하는 의도까지 담긴 것으로 봐야한다"라고 비판했다.

농협중앙회도 개입했나

이정미 정의당 의원(자료사진).
 이정미 정의당 의원(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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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사회 녹취록에는, 광양농협의 원청 격인 농협중앙회가 이번 파업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담겨 있었다.

"대체인력 투입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농협중앙회에 농협중앙회가 위촉한, 농협에서 채용해 직원으로 일하는 공인노무사가 있습니다. 공인노무사와 제가 하루에 두 번씩 아침, 저녁으로 동향을 보고하면서 통화를 하고 있는데, 전부 해석을 받아 대응합니다.

(중략) 농협중앙회 광양시지부 농정지원단이라는 부서가 있습니다. 그 부서에서 예를 들어 월요일 '광양농협', 수요일 '진상농협', 금요일 '다압농협' 이렇게 나가서 노력지원을 해준다고 합시다. 이것도 (파업 중 대체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에) 위반입니다. 사실은 지난번에, 월요일에 (농정지원단에서) 와서 일을 좀 했습니다. (중략) 그런 것도 다 걸린다는 것입니다." - A(경영관리상무)

이정미 의원은 "농협중앙회와 단위농협(광양농협)은 원청, 하청과 유사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라며 "원청에서 하청 노사관계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있다.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광양농협 노사관계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농협, #노조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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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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