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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 사이에 유기, 수술, 출산과 이별까지 많은 일을 겪은 행복이는 무엇보다 기력 회복이 필요한 상태.
누군가 사료, 물그릇과 함께 버리고 갔다
▲ 편의점 앞에 사료와 함께 버려져 있던 고양이 누군가 사료, 물그릇과 함께 버리고 갔다
ⓒ 박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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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처럼 한 집에서 지내던 반려동물을 길에 버리면서도 개중에는 나름대로 죄책감을 느끼는지 마지막 배려를 남기는 사례들이 있다. 이를테면 보호소나 동물병원 앞에 버리거나 이름과 나이 등 인식표를 달아 버리는 등의 경우다.

하지만 스스로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한 행위일 뿐, 결국 자신이 한 생명에 대한 책임을 포기하고 남에게 미루는 행위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더구나 자신이 버린 동물을 다른 사람이 데려다가 키워 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밥만 주면 알아서 살 수 있나요 

지난 9월 초 어느 날, 한 편의점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사료, 물그릇과 함께 버려져 있었다. 몸집이 작은 치즈색 고양이는 제 앞에 놓인 사료를 먹으며 편의점 앞을 서성였다. 편의점에 들렀다 나가던 사람의 발길에 채이고도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 누웠다.

절뚝거리며 걸었고, 밤에는 편의점 앞이 술자리가 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길까 염려한 한 구조자가 결국 병원에 데리고 갔다. 어딘가 다치고 불편한 고양이는 경계하거나 공격성을 보이기 마련인데, 이 고양이(행복이, 구조자가 '행복해지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는 사람 손길을 따르며 너무 순하게 자기 몸을 맡겼다.

사람을 따르는 모습이다
▲ 편의점 앞 고양이 행복이 사람을 따르는 모습이다
ⓒ 박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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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확인해보니 다리뼈가 완전히 부러져 있었다. 부러진 지 1년은 된 것 같다는 병원 진찰에 따르면 부러진 채로 치료 없이 방치되다가 버려진 모양이었다.

나이는 두세 살 정도로 추정되지만 나이에 비해 몸집이 왜소하고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았다. 야생성이 전혀 없는 집고양이였다. 기운이 없는 와중에도 사람을 보면 얼굴을 비비고 따라 나서려고 하는 등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모습이었다.

다리뼈가 완전히 부러진 상태였다
▲ 행복이 엑스레이 사진 다리뼈가 완전히 부러진 상태였다
ⓒ 박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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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몸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일들

다리 골절이 방치된 지가 오래되어 두 번의 어려운 수술을 거친 행복이에게 더 기가 막힌 일이 생겼다. 암컷이라 중성화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회복 후 발정기가 오는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알고 보니 임신한 상태였던 것.

몸집이 워낙 작고 기운이 없어 입원한 동안에도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행복이는 세 마리 새끼를 낳았고 세 마리 모두 태어나자마자 안타깝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한 달 사이에 유기, 수술, 출산과 이별까지 많은 일을 겪은 행복이는 무엇보다 기력 회복이 필요한 상태.

남자를 보면 벌떡 일어나 곁으로 다가간다는 행복이, 혹 전에 키우던 주인이 남자였던 걸까? 그는 행복이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두 번의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다
▲ 행복이 다리 수술 후 두 번의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다
ⓒ 박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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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는 최근 경기 광주에 있는 한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검사를 받았다. 다리 수술은 잘 이루어졌으며 영양 섭취가 급선무라는 진단을 받았다. 비록 회복 후에도 다리를 절뚝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

하지만 행복이는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지켜봐주고 진정 따뜻하게 보듬어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겨우 2살 남짓한 묘생 동안 버거운 일들을 겪은 행복이에게 이제 정말 행복이 찾아와야 하지 않을까. (입양 문의 sh1905@naver.com)


태그:#고양이, #유기묘, #편의점, #행복이, #다리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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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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