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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본점.
 KB국민은행 본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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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경북도 수재민을 돕기 위해 한국과 미국에서 성금을 모으고 있는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씨가 KB국민은행(아래 국민은행) 계좌에 모인 성금 인출 및 송금을 거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이 북한 수재민 돕기 성금까지 제재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 측이 송금을 거부한 이유는 ▲ 위임장 내용 미비 ▲ 자금활용계획 확인 요망이다. 국민은행 측은 "본인(신은미씨)이 직접 은행에 방문한 게 아니기 때문에 (위임자의 금융거래를 위해)보다 명확한 서류가 필요하다고 판단, 서류 보완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은미씨는 올해 1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방당해 5년간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상태다.

신은미씨는 국민은행 측의 이와 같은 조치에 "공증을 거친 위임장을 작성해 법무법인에 전달해 모든 권한을 위임했는데도 인출 및 송금이 안 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신은미씨의 성금 모금이 난항에 부딪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21일 미국 클라우드펀딩 사이트 유케어링(YOUCARING)은 신씨의 모금 활동이 '미국 정부의 정책(대북제재)에 어긋난다'면서 펀딩을 중단시킨 바 있다(관련 기사 : 미국은 '북한 수재민 돕기 펀딩'을 막았다).

공증 거친 위임장 보냈는데도 '금융 거래 거부'

국민은행의 금융거래 거부를 비판한 신은미씨 페이스북 글.
 국민은행의 금융거래 거부를 비판한 신은미씨 페이스북 글.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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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씨는 지난 9월 중순부터 태풍으로 큰 수해를 입은 북한 함경북도 수재민을 돕기 위한 기금 모금활동을 진행했다. 10월 11일 현재 국민은행, 유에스뱅크(US BANK), 페이팔(PAY-PAL) 계좌로 모인 금액은 3779만 원가량. 이중 국민은행 계좌에는 약 2400만 원의 성금이 모였다. 신은미씨는 이 성금으로 중국에서 쌀을 사 북한 수해지역에 전달할 계획이다.

신은미씨는 지난 9월 23일 한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부탁해 국민은행 계좌로 모인 돈을 곧 중국에 방문할 친척(국내 거주)의 계좌로 송금할 계획이었다. 국내 송금이었다. 하지만 국민은행 측은 이를 거부했다. 신은미씨는 "현장에 있던 어머니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1시간 동안 여기저기 전화를 하더니 위임장과 자금활용계획서를 가져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당시 위임장은 없었는데, 지금까지 통상 어머니가 나 대신 은행에서 업무를 봐왔다, 갑자기 이번 건에 한해 업무를 거부했다"라고 전했다.

이에 신은미씨는 미국에서 아포스티유(외국공문서에 대한 인증 요구를 폐지하는 협약) 확인을 거친 공식 위임장을 만들어 법무법인 향법에 이 일을 위임했다. 신씨는 위임장에 "예금인출을 포함해 예금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법무법인 향법에 위임한다"라고 적어놨다.

지난 10일 법무법인 향법은 국민은행을 방문해 신은미씨 계좌에 있는 돈을 송금하려고 했다. 하지만 위임장 내용 미비 등의 이유로 송금을 거절당했다. 이에 법무법인 향법은 신씨의 계좌에 있는 돈을 현금 인출하려고 했으나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은행 "서류 보완 요청... 자금활용계획서는 거래목적 확인 차원"

국민은행이 신은미씨 계좌에 있는 돈의 송금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금융 거래가 있었던 국민은행 지점 관계자는 지난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은행 본점 관계부서의 지침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은행 본점 관계자는 "신은미씨가 보낸 위임장에 명시된 내용과 현장에서 처리되는 업무의 내용이 달랐다"라면서 "서류 보완을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서류 상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법무법인 향법에 확인해본  결과, 국민은행은 '고객번호변경'에 대한 위임 내용이 없어서 현금 인출 요구가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초 송금 시도 때(9월 23일) 은행 측이 신씨의 어머니에게 자금활용계획을 밝히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 국민은행 본점 관계자는 "(신은미씨 측이) 표현을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다"라면서 "특정금융정보법 상 고객 확인은 은행의 의무다. 인출 및 송금을 하려는 자가 예금주 본인이 아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금융거래 목적 확인 차원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9월 22일 신은미씨 어머니가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메모. 국민은행은 신씨가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적어놨는데, 메모 중에 "자금활용계획서(구체적으로 쓰시고)"가 명기돼 있다. 

이에 신씨는 위 서류 목록 중 '자금활용계획서'를 제외한 나머지 서류를 모두 준비해 법무법인 향법에 위임했다. 신씨는 "개인 계좌에 든 돈에 대한 금융거래에 자금활용계획서를 작성하는 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22일 신은미씨 어머니가 국민은행으로부터 받은 메모. 국민은행은 신씨가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적어놨는데, 메모 중에 "자금활용계획서(구체적으로 쓰시고)"가 명기돼 있다. 이에 신씨는 위 서류 목록 중 '자금활용계획서'를 제외한 나머지 서류를 모두 준비해 법무법인 향법에 위임했다. 신씨는 "개인 계좌에 든 돈에 대한 금융거래에 자금활용계획서를 작성하는 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신은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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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금융정보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고객이 2000만 원 이상의 일회성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 고객 신원을 확인'해야 하고, 고객이 실제 소유자인지 여부가 의심되는 등의 상황에서는 '금융거래의 목적과 거래자금의 원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한다. 신씨의 행위가 앞서 나열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국민은행 측은 법무법인 향법이 지난 10일 현금 인출을 하려 했지만 거래를 거부한 사실을 부정했다. 국민은행 본점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전해 들었다"라고 답했지만, 법무법인 향법은 "분명히 은행 측에서 거절했다"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자금세탁 우려 있는 것도 아닌데... 국민은행 이해 안 돼"

국민은행은 신은미씨 계좌 현금 송금 및 인출과 관련해 '특정금융정보법 제5조의2'에 근거해 금융거래를 거부했다. 법무법인 향법은 이 조항 중에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제시돼 있는지 신은미씨의 사례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은 신은미씨 계좌 현금 송금 및 인출과 관련해 '특정금융정보법 제5조의2'에 근거해 금융거래를 거부했다. 법무법인 향법은 이 조항 중에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제시돼 있는지 신은미씨의 사례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 법제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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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의 조치에 예금주인 신은미씨와 신씨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법무법인 향법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남성욱 법무법인 향법 변호사는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은행이 '고객번호변경'에 대한 위임 내용이 없음을 문제삼고 있지만, 이는 고객 관리의 필요상 활용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위임장을 새로 받으라는 요구는 근거가 없다"라며 "또한 자금사용목적을 '인도적 지원사업'이라고 밝혔음에도 더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남 변호사는 "국민은행 측은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과 관련 업무 지침을 거래 거부의 근거로 삼았는데, 신은미씨는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할 우려'가 없다"라면서 "그런데도 국민은행이 금융 거래를 거부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난 9월 23일 신은미씨 어머니가 송금하려고 했을 때 '북 수해를 돕기 위한 돈'이라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국민은행 측이 신씨 계좌 속 돈이 북한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 지레 겁을 먹은 것 아니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은미씨는 "국민은행 계좌 안에 있는 돈은 엄청난 수해를 당해 고통받고 있는 북녘의 동포들을 돕기 위해 남녘의 동포들이 모아 준 성금"이라면서 "국민은행은 속히 인출 및 송금이 가능하도록 조치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향법 측은 향후 국민은행에서 원하는 대로 위임장 등 다른 서류를 보완해 제출할 예정이다. 남 변호사는 "이번 금융거래 거부에 대한 위법 여부를 따져보고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신은미 "사비로 쌀 구입한 다음 북한 가겠다"

북한 선전매체 '내나라'가 공개한 함경북도 지역의 홍수 피해 모습. 홍수로 가옥들이 파손되고 다리가 끊어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북한 선전매체 '내나라'가 공개한 함경북도 지역의 홍수 피해 모습. 홍수로 가옥들이 파손되고 다리가 끊어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 내나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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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계좌로 모인 '북한 함경북도 수재민 돕기 성금'을 송금·인출하지 못한 신은미씨는 계획을 일부 수정해서라도 북한 수재민 돕기 활동을 실행하겠다는 의사다. 신은미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녘동포들이 보내준 모금액수를 제 사비로 충당하겠다"라면서 "미국에서 모금한 성금과 함께 일단 쌀을 구입해 북녘 수해지역으로 가겠다"라고 전했다.

신은미씨는 중국에서 쌀 30톤을 구입한 뒤 10월 말경 연길에서 육로로 북한에 들어가 수해지역인 함경북도에 방문할 계획이다.

북한에선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2일까지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폭우가 내려 두만강이 범람했다. 그로 인해 함경북도 회령과 남양·무산 등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130명이 넘는 주민이 사망하고, 395명이 실종됐으며 가옥 3만5500세대가 수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신은미, #국민은행, #북한, #수해, #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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