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대학농구리그 챔피언이자 올 해 2관왕에 오른 연세대가 실업팀 놀레벤트 이글스에게 무너졌다. 그동안 아마추어 무대를 장악했던 팀들의 역사를 이어가려 했던 연세대가 역대 최고의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이다. 그동안의 설움을 씻고 새로운 역사를 쓰려 했던 그들의 노력은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들의 패배가 이토록 안타까운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실업팀에 패배했다는 것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 동안의 아마추어 무대에서 나타난 연세대의 상황을 살펴보자.

프로 출범 이후, 사실상 아마추어 농구는 상무의 지배하에 놓였다. 52연승을 자랑하던 대학농구리그 초대 챔피언 중앙대마저 전국 체전과 농구 대잔치에서 상무의 우승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종규(창원 LG), 김민구(전주 KCC), 두경민(원주 동부)을 주축으로 한 경희대가 대학리그 출범 이후 최초로 3관왕(MBC배 대회, 대학농구리그, 전국체전)에 성공하면서 한 시대를 지배했다. 2014년에는 고려대가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대회까지 우승하면서 4관왕에 올라 아마추어 최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승현과 이종현을 앞세운 고려대는 대학농구리그 우승을 독식했다.

이승현과 이종현을 앞세운 고려대는 대학농구리그 우승을 독식했다. ⓒ 한국프로농구연맹


중앙대, 경희대, 고려대의 시대가 이어지면서 연세대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고려대에게 철저히 밀리며 최고의 자리는 멀어져만 갔다. 하지만 2016년은 연세대의 해였다. MBC배 대학농구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3전 4기 끝에 첫 번째 대학농구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다.

이번 전국체전도 사실상 상무와 연세대의 우승 경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4강에서 승리하는 팀이 실질적인 우승 팀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반대편 라인에 '다크호스' 단국대와 중앙대가 위치하고 있었지만 탄탄한 전력을 갖춘 두 팀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연세대의 첫 번째 경기 상대인 놀레벤트 이글스는 대학농구리그에 속해 있는 팀이 아닌 실업팀으로 프로농구리그에서 잠시 동안 뛰었거나 드래프트에 뽑히지 못한 선수 등으로 구성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대학농구리그 챔피언인 연세대에게 상대가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들이 조선대를 꺾고 올라왔을 때에도 그저 운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놀레벤트 이글스는 생각보다 강했다. 크고 작은 실수들이 많았지만 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승리를 향한 집념은 연세대를 뛰어넘었다. 개개인의 능력을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그들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면서 연세대를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연세대는 경기 초반, 점수 차를 크게 벌리면서 다소 방심했다. 저학년 선수들을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려 했던 그들은 오히려 이글스에게 무차별적인 외곽슛을 허용했다. 뒤늦게 허훈과 최준용을 투입하며 경기 막판, 역전에 성공했지만 이미 기세를 탄 그들을 막아내기는 힘들었다.

연세대가 놀레벤트 이글스를 단순한 실업팀으로 생각하며 경기를 치르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고려대와의 정기전과 챔프전을 통해 선보인 그들의 강력한 수비력을 생각하면 이번 경기에서의 모습은 방심했다는 말 이외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그들은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 버렸다.

 연세대학교 은희석 감독.

연세대학교 은희석 감독. ⓒ 대학농구연맹


연세대는 전국체전 패배를 통해, 두 가지를 잃었다. 먼저 그들은 한 시대를 지배한 팀으로서 기억되기 힘들어졌다. MBC배 대회와 대학농구리그 우승을 한 그들의 업적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2011년의 경희대와 2014년의 고려대와 비교해봤을 때 연세대는 3관왕이라는 타이틀을 놓치면서 확실하게 아마추어 무대를 장악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또한 앞선 두 팀이 그 해(최강이라 불리던)에 상무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연세대가 올 한 해, 최고의 팀이 되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두 번째로 역사에 남을 패배를 당했다는 것이다. 사실 농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이변이 적은 편이다. 손으로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실수할 가능성이 적고 5명의 선수만이 뛰는 터라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의 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구에서 이변이 일어나면 그 기억이 오래가는 편이기도 하다.

사실 국내 아마추어 농구에서 이변이 일어날 확률은 더욱 적다. 워낙 팀 간의 전력 차이가 심하고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대부분 상무나 대학농구리그의 강팀들이 대회 우승을 놓고 경쟁을 펼치기 때문이다.

2011 농구 대잔치에서 약체로 평가 받던 명지대가 준우승을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이변이 거의 없던 국내 아마추어 농구에서 실업팀으로 분류되는 놀레벤트 이글스의 승리는 역대 최고의 이변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그 상대가 바로 연세대이기 때문에 더욱 큰 화제가 된다.

사실상 연세대는 전국체전 우승 후보에서 이변의 희생양으로 변모했다. MBC배 대회 우승과 대학농구리그 우승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그들에게 있어 실업팀에게 패배한 이미지는 앞 선 두 번의 우승을 퇴색시키는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연세대 천기범과 최준용은 이번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연세대 천기범과 최준용은 이번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 대학농구연맹


연세대의 이러한 패배는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4학년 선수들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특히 오늘 경기에서 유독 부진했던 천기범은 '강력한 4순위 후보' 타이틀을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지훈에게 넘겨줄 수도 있는 상황까지 왔다. 또한 팀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며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잡아내지 못한 최준용은 그동안 문제 되어 왔던 멘탈적인 부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경기에서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그것도 첫 번째 경기에서 '이변의 희생양' 이 된 것은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4학년 선수들은 그들의 마지막 무대를 이렇게 장식하게 되면서 다소 아쉬운 마무리를 지었다. 앞으로 프로 무대에 진출할 그들에게 있어 이러한 결과는 결코 좋은 추억으로 남기 어려울 것이다.

큰 상처를 입은 연세대는 올해 마지막 대회인 2016 농구 대잔치를 앞두고 있다. 전국 체전의 악몽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들의 올해 마지막 대회 또한 좋은 성적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청춘스포츠에도 게재됐습니다.
연세대 전국 체전 놀리벤트 이글스
댓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