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한국 대표팀 장현수가 공을 쫓고 있다.

지난 9월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한국 대표팀 장현수가 공을 쫓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 국가대표팀 수비진을 둘러싼 공기가 심상치 않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10월 최종예선 2연전에서 아쉬운 경기력으로 보였다. 특히 축구팬들은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 저하에 대한 우려 섞인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카타르전과 이란전을 통해 나타난 홍정호나 장현수등 의 부진으로 논란이 크게 점화됐을 뿐 '중국파'를 둘러싼 기량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집권이래 꾸준히 '축구굴기'를 내세우며 축구를 자국의 중심 스포츠로 육성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중국의 프로구단들은 앞다투어 세계적인 스타들을 영입하고 있다.

세계무대를 호령하던 선수들이 아시아 클럽에서 축구를 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과거 브라질의 지코, 둥가, 잉글랜드의 게리 리네커,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 등이 선수생활의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 J리그에 입성해 활약했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끌어들이는 스타들은 성격이 다르다. 선수생활의 최전성기에 있는 선수들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최고의 무대 보다 최고의 대우를 찾아서 낯선 잔디 위에서 축구화 끈을 묶는다. 하미레스, 잭슨 마르티네스, 뎀바 바, 그라치아노 펠레 등은 유럽에서 한창 뛸 수 있는 상태일 때 중국행을 택해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 구단의 영입 리스트에는 한국선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아시아 클럽이 가지고 있는 용병 보유 규정에 따르면 세 명까지 자유롭게 선수등록이 가능하고 AFC 가맹국 출신 선수에 한해 추가적으로 한 명을 더 등록할 수 있다. 이 한 자리를 주로 한국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수비수들의 진출이 눈에 띄는데 현재 국가대표급 수비수 중에 홍정호, 장현수, 김영권, 김기희 등이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로 백포라인을 꾸릴 수도 있을 정도다.

한국 수비수들이 선호되는 이유는 중국 수비수들에 비해 기술이 뛰어날 뿐더러 파괴력이나 신체조건이 좋은 비 아시아권 용병들로 꾸린 미드필드나 공격진에 비해 수비진은 안정감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구단의 기대에 부응해 소속팀에서 주축 수비수로 활약하며 꾸준한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팀 소집 때마다 거론되는 되는 경기출장에 따른 실전감각 이슈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선수들도 이들 슈퍼리거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돈을 좇아 중국행을 선택한 선수들 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같은 실수에도 더 엄중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사실이다. 돈 때문에 실력하락을 감수한 자격미달의 선수라는 논리다.

선수의 입장에서 변을 하자면 그들은 국가대표이기 이전에 프로선수다. 그리고 프로의 생리는 돈이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가치를 더 인정해 주는 곳에서 뛰고 싶은 것이 당연지사다. 중국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라도 더 대우를 해주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 가서 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러나 팬들은 대표급 선수들이 돈만을 생각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특히 전성기도 지나지 않은 선수들이 무더기로 중국으로 가 대표팀 수비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허탈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논란을 낳는다. 이들의 실력이 정말 퇴보했을까 아니면 팬들이 더 엄격한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장현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슈퍼리거의 중국화에 대해 "누가 처음 그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중국 리그에 간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중국리그도 좋은 리그고 배울 점이 있는 리그다. 좋은 선수들도 많이 진출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에 전 국가대표 이천수 해설위원은 과거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세계적인 선수도 중국에서 뛰면 실력도 현지화 된다"며 슈퍼리그 진출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국가대표 수비수 곽태휘도 선수가 꾸준히 경기에 출장한다면 활약하는 리그는 문제가 되지 않고 더 좋은 수비를 경험 할 수도 있다는 의견으로 슈퍼리거의 현지화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물론 슈퍼리그에 진출한다고 해서 단시간 내에 선수의 기량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특정 리그에서 뛰는 선수에대한 맹목적인 비난도 성숙하지 못한 태도다. 하지만 과거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다녔고 이 고사가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에 의해 회자 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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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청춘스포츠에도 게재됐습니다.
장현수 슈틸리케 중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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