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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에 반발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국회 대표실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일 오후 7일만에 단식을 중단하고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 7일만에 단식중단 이정현 병원으로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에 반발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국회 대표실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일 오후 7일만에 단식을 중단하고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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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세균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오늘부터 시작하겠다" 단식 투쟁 1일 째(9월 26일)
▶ "과거에 이렇게 하는 걸 쇼로 봤다. 그러나 이정현이 하는 건 쇼가 아니다. 며칠 정해놓고 장난식으로 (단식)할 거면 시작하지 않았다" 단식 투쟁 2일 째(27일)
▶ "정말 그쪽이 죽든지 내가 죽든지 끝장을 볼 것" 단식 투쟁 4일 째(29일)
▶ (위문 온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상황 변화가 없다면) 나는 죽을 것" 단식 투쟁 7일 째(2일)

정세균 국회의장은 제2차 믹타(MIKTA : Mexico, Indonesia, Korea, Turkey, Australia) 국회의장 회의에 참석하느라 호주를 방문 중이다. 그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국회의장'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일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실려갔고, 휴식을 취한 후 지난 6일 퇴원을 했다. 그리고 공식 일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여전히 새누리당의 '당 대표'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죽지(사퇴하지) 않았고, 이정현 대표도 죽지 않았다. '끝장'은 나지 않았고, '며칠 정해놓고' 하지 않는다던 그는 정말 '며칠'밖에 굶지 못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무려 46일 동안 단식을 이어갔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응원'도 무색할 만큼 짧디 짧은 단식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66세의 노령에도 13일 동안 단식을 했다. 그에 비하면 이정현 대표(58세)는 청춘이다.

유시민은 JTBC <썰전>에서 "야권은 국정감사라는 무대를 활용해서 이 정부에 관한 여러 의혹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의식을 북돋으려고 하는 것이고, 여당은 이걸 피해가려고 한다. 국정감사 기간이 3주이기 때문에 이정현 대표의 단식이 최소한 3주는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 예언은 무참히도 빗나갔다. "이왕 하는 거 24일로 기록을 세워보자"던 전원책의 우스갯소리는 정말 우습게 됐다.

이정현 대표의 단식에 대한 유시민의 논평
 이정현 대표의 단식에 대한 유시민의 논평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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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 대표의 단식농성은 대통령에게 그냥 잘 보이고 싶은 거 뿐이어서, 대통령이 '장하다', '잘했다'고 하면 (곧바로) 끝날 것"이라고 예측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중했다. 지난 9월 30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두 차례 방문(9월 30일과 10월 2일)하고 난 후, 이정현 대표는 단식을 중단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를 외치지 않았을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정현 대표는 무슨 낯짝으로 계속 정치를 해내가려는가. '나는 죽을 것'이라던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내놓음으로써 신의를 지켜야 하는 건 아닐까? 이토록 냉담히 그의 단식을 비판하고, 그의 단식을 조롱하는 까닭은 아무런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목은 '국회의장 중립 위반'에 대한 단식 투쟁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정감사 마비'를 위한 단식 투쟁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정현 대표의 육탄 방어 때문에 농민 백남기씨의 사인 규명과 '최순실'이라는 키워드로 엮여 있는 미르·K스포츠 재단의 비리,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의혹 등은 '언론'에서 모습을 쏙 감쳤다. 덕분에 박근혜 대통령은 한시름 놓았고, '이제 됐다'며 단식을 거둘 것을 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고, 주군의 애정을 다시 확인한 계파 정치꾼은 그제야 '소임'을 다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제20대 총선이 치러졌던 4월 3일의 '충격'을 기억한다. 당시 전남 순천에 재출마했던 이정현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노관규 후보(44.5% VS 39.1%)를 꺾고 재선에 성공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2014년 7·30 재보궐 선거의 승리보다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완벽한 승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주의 장벽을 뛰어넘은 공을 인정받아 새누리당 지명직 최고위원이 올랐고, 그 기세를 몰아 당 대표에 출마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오전 김재수 농림축산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항의와 정세균 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을 3일째 이어가고 있다. 이대표는 단식을 하면서 불면과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 불면과 어지러움 호소하는 이정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오전 김재수 농림축산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항의와 정세균 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을 3일째 이어가고 있다. 이대표는 단식을 하면서 불면과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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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지세(騎虎之勢)로 내달리는 이정현을 막을 사람은 없어 보였다. 총 7만6264명 중 4만4421표(40.9%)를 얻어 당 대표에 당선됐다. 첫 호남 출신 당대표의 탄생이었다. 차점자인 주호영 후보는 3만1946표(29.4%)에 그쳤다. 설움받던 보수 정당의 호남 정치인은 뒤늦게 만개했고, 그의 앞날엔 꽃길만 놓여 있는 듯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며, 그 누구보다도 '최측근'으로 통하는 이정현의 시대가 열리면서 다시 한번 '친박 체제'를 정비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맹목적인' 새누리당을 만들었다. '대통령에게 할 말 하는' 정당이 아니라 "대통령에 맞서는 게 정의라고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정당이 돼 버렸다. 당 대표에 당선된 직후 "섬기는 리더십이 새누리당의 색깔이 되도록 하겠다"던 이정현 대표는 여전히 '국민'이 아니라 '단 한 사람'만을 섬기는 정치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호위 무사'의 낯뜨거운 정치를 언제까지 묵인해야 한단 말인가. 부디 이정현 대표는 "나는 죽을 것"이라던 발언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길 바란다.


태그:#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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