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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가 2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추모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가, 기둥 뒤에 돌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가 2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추모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가, 기둥 뒤에 돌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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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7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매일 이 시간에 진행되는 촛불문회제가 막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아직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 검증영장이 발부되기 전이었다. 법원이 이날 중으로 영장의 발부·기각 여부를 발표한다고 알려져, 긴장감 속에 촛불문화제가 진행됐다.

문화제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기둥 뒤에 서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노란 윗도리, 노란 팔찌, 노란 리본, 노란 휴대폰 케이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였다. 권씨는 차마 문화제를 더 지켜볼 수 없어서, 그리고 흐르는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기둥에 기대 흐느끼고 있었다.

권씨의 손에는 피켓이 들려 있었다. 한쪽에는 "살인정권 규탄한다!", 다른 한 쪽에는 "특검으로 책임자 처벌!"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가슴에도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검은 리본을 달았다.

"울어야 버텨, 하도 삭이고 삭이서..."

세월호 유가족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가 2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추모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가, 기둥 뒤에 돌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권미화(고 오영석군 어머니)씨가 28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추모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가, 기둥 뒤에 돌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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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막 눈물이 나오네…."

기자가 머뭇거리며 다가가자, 권씨는 괜찮다는 듯 옅은 웃음을 내보였다. 기자의 손을 꼭 잡고 한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그는, "크흠!"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울어야 버텨요. 화가 잔뜩 쌓여서, 하도 삭이고 삭여서…. 그래서 울어야 버텨요."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을 삭여봤지만, 이내 권씨의 볼에는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백남기) 어르신 돌아가신 것,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어르신을 죽인 사람들이 또 몸에 손을 댄다잖아요. 정부한테 당하는 게 얼마나 비참한지 우리도 너무 잘 알아서, 그래서 지금 어르신의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어할지 짐작돼서, 그래서 눈물이 한없이 나오네요."

이틀 전(26일), 같은 자리에서 1987년 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목숨을 잃은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를 만났다. 배씨는 "또 이렇게 사람이 죽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관련기사 : "또 이렇게 사람이 죽었어요..." 백남기 빈소, 이한열 어머니의 한숨). 1987년 이한열, 2014년 세월호, 2016년 백남기…. 또 이렇게 사람이 죽었다.

문화제가 끝나고, 권씨는 곧장 장례식장에 마련된 밥차에 가 일을 거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법원이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딸 백민주화씨는 "아빠를 지키겠다"라며 눈물을 흘렸다(관련기사 : "경찰 손 절대 못 닿게 하겠다" 백남기 유가족 '조건부 부검' 거부).

그리고 오늘(30일)이 지나면, 정부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 해산하기로 한 그날이 온다. 권씨가 또 눈물을 흘려야 하는 그날.


태그:#백남기,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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