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4)이 잘해도 너무 잘한다.

토트넘 홋스퍼가 28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레나 CSKA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E조 2차전 CSKA 모스크바와 원정 경기에서 후반 26분 결승골을 기록한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토트넘의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는 손흥민은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2차전 역시 왼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드로 선발 출전했다. 토트넘은 빈센트 얀센(22, 네덜란드)을 최전방에 두고, 손흥민-에릭센(24, 덴마크)-라멜라(24, 아르헨티나)가 2선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홈팀 모스크바는 203cm의 장신 스트라이커 라시나 트라오레(26, 코트디부아르)를 중심으로 조란 토시치(29, 세르비아)와 게오르기 밀라노프(24, 불가리아)가 공격을 지원하는 형태로 경기에 나섰다. 특히,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37, 러시아)와 바실리 베레주츠키(34, 러시아)는 러시아 국가대표팀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만큼 토트넘과의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를 더했다. 

경기 초반 모스크바는 홈 팬들의 엄청난 함성을 등에 업고, 측면을 활용한 빠른 역습을 시도했다. 측면에 있는 밀라노프와 토시치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갔고, 미드필드 선수들은 다소 내려앉으며 토트넘의 역습을 대비했다.

 28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레나 CSKA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E조 2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CSKA 모스크바의 경기에서 손흥민(가운데)이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볼을 지켜내려 하고 있다.

28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레나 CSKA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E조 2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CSKA 모스크바의 경기에서 손흥민(가운데)이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볼을 지켜내려 하고 있다. ⓒ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토트넘은 원정임에도 내려앉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 홈이었음에도 AS 모나코에 완패를 당했기 때문에 승리가 절실했다. 그러나 초반 분위기는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왼쪽 측면에 있는 손흥민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려 했지만, 다수의 미드필드 선수들이 내려앉아 있던 모스크바의 수비벽을 뚫는 데 애를 먹었다.

공격 기회도 모스크바가 먼저 잡아갔다. 전반 16분 토트넘 진영에서 알리의 볼 컨트롤 실수를 놓치지 않은 트라오레가 빠른 역습을 전개했지만, 슈팅까지는 이어지지는 않았다. 30분에는 로만 에레멘코(29, 핀란드)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트라오레를 의식한 토트넘 수비진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고, 수비의 방해를 받지 않던 토시치가 볼을 잡아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허공을 갈랐다.

토트넘은 전반 33분 에릭센이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를 통해 페널티박스 안까지 들어왔고, 최종적으로 델레 알리(20, 잉글랜드)에게 향한 볼이 슈팅으로 이어졌으나 크로스바를 맞추며 강한 아쉬움을 남겼다. 토트넘은 이 장면 외에 제대로 된 공격 기회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할 만큼 답답한 경기를 이어갔다. 중원에서 이루어지는 패스는 대부분 끊기기 일쑤였고, 측면에 있던 손흥민과 라멜라는 모스크바의 협력 수비를 이겨내지 못했다.

 28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레나 CSKA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E조 2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CSKA 모스크바의 경기에서 손흥민(왼쪽)이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8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레나 CSKA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E조 2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CSKA 모스크바의 경기에서 손흥민(왼쪽)이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토트넘에 승리를 안겨준 손흥민의 슈팅

모스크바는 후반 시작과 함께 변화를 줬다. 전반전 엉덩이 쪽에 통증을 느낀 베레주츠키를 빼고 쌍둥이 동생인 알렉세이 베레주츠키(34, 러시아)를 투입했다. 토트넘에서는 손흥민과 라멜라가 서로 위치를 바꿔 후반전에 임한 것이 눈에 띄었다.

다소 지루했던 전반전과는 달리 후반전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후반 5분 토트넘의 공격 상황에서 에릭센이 수비수 뒷공간으로 연결해준 패스를 손흥민이 드리블 돌파를 통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빠르게 달려 들어온 수비의 태클에 걸리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모스크바는 바로 역공을 가했다. 트라오레가 왼쪽 측면에서 빠르게 역습을 전개해 나갔고, 낮고 빠른 크로스를 통해 토시치에게 완벽한 슈팅 기회를 제공했으나 다시 한 번 골문을 넘어갔다.

곧바로 이어진 토트넘의 공격 상황에서는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밖으로 흘러나온 볼을 감아 차는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후반 18분과 19분에는 손흥민이 연이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수비수의 태클과 머리에 걸렸다.

토트넘은 경기를 주도하고 있으나 마무리가 되지 않자 얀센을 빼고 조르주 케빈 은쿠두(21, 프랑스)를 투입하는 변화를 줬다. 이 선택이 이날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교체 투입된 은쿠두가 왼쪽 측면에서 공격을 주도하기 시작했고, 간결한 드리블 돌파를 통해 상대 수비의 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득점이 나왔다. 후반 25분 중앙선 부근에서 토비 알데르베이럴트(27, 벨기에)의 빠른 패스를 라멜라가 받아 모스크바의 수비진 사이로 연결했고, 이 공을 손흥민이 잡아 침착하게 슈팅으로 연결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이고르 아킨페프(30, 러시아)가 손흥민의 슈팅을 건드리기는 했지만, 골키퍼 팔과 다리 사이로 찬 슈팅의 정확도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손흥민은 곧바로 추가골의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도 라멜라가 밀어준 볼을 손흥민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뒤따라온 수비수의 태클에 살짝 걸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후 토트넘은 볼을 소유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간혹 이루어지는 모스크바의 역습을 막아내는 데 주력했고, 마지막까지 손흥민의 결승골을 잘 지켜내면서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28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레나 CSKA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E조 2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CSKA 모스크바의 경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손흥민이 원정까지 응원 와준 토트넘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28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레나 CSKA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E조 2차전 토트넘 홋스퍼와 CSKA 모스크바의 경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손흥민이 원정까지 응원 와준 토트넘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손흥민의 자신감이 만들어낸 결승골

손흥민의 활약이 무서울 정도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포함해 5경기 출전, 5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그간의 좋았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먼저, 모스크바의 수비 조직력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 토트넘의 공격 상황에서는 모스크바의 최전방에 있었던 트라오레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가 깊숙이 내려와 수비에 힘을 더했다. 포백 수비진과 5명의 미드필드진이 간격을 최대한 좁게 가져가면서, 토트넘의 공격 시도 자체를 틀어막았다.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두 선수 이상이 압박해 들어왔고, 패스할 공간 역시 모스크바의 선수들이 미리 자리를 잡고 막아버렸다. 전반전 토트넘의 에릭센이 무리하다 싶은 중거리 슈팅을 연이어 시도한 것은 공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모스크바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은쿠두의 투입 이후 수비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것이 손흥민의 결승골을 만들어내는데 보이지 않는 공헌을 해냈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양 팀 선수 중 가장 많은 7번의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전에는 슈팅 기회를 잡는 것조차 힘겨웠지만, 후반에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하면서 여러 차례 슈팅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결승골로 연결된 슈팅 외에는 5번이 수비에 걸렸고, 1번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세계적인 팀들도 부담스러워 한다는 러시아 원정이어서인지 손흥민을 포함한 대다수 토트넘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 보였다.

그래서인지 손흥민은 슈팅 기회에서 한 박자씩 늦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확실히 지난 시즌과는 달랐다. 손흥민은 풀리지 않는 경기 상황 속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고,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촘촘히 들어선 수비진 사이에서도 드리블 돌파를 3번 시도해 모두 성공했고, 4개의 키패스를 연결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결승골을 만들어냈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모든 경기를 잘할 수는 없다. 리오넬 메시(29, 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 포르투갈)도 매 경기 골을 넣고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한다. 그러나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에도 감독과 팬들이 이들에게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팀을 승리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손흥민에게도 팀을 승리로 이끌어줄 수 있는 강력한 한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90분 내내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더라도 팀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결정력이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지금처럼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면, 손흥민의 미래는 아주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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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VS모스크바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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