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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통영 미륵도 미륵산 미래사 삼회도인문과 대웅전입니다.
 경남 통영 미륵도 미륵산 미래사 삼회도인문과 대웅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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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에 부딪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슬픔 없이 티끌 없이 안온한 것. 이것이야 말로 더 없는 행복이다."

경남 통영 미륵산 미래사 입구 안내판에 쓰인 문구입니다. 행복 찾기의 시작은 흔들리지 않는 마음입니다. 그러고 보니, 자랄 때 어른들께서 중요한 일 등이 눈앞에 닥치면 종종 "마음 단단히 먹어라"고 당부하셨지요.

당시 어른들이 격려하셨던 "마음 단단히"가 바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강조하신 듯합니다. 무엇이든 '마음먹기 나름'이라니, 삶에 있어서 마음 다잡는 게 내공 쌓는 일 아닐까 싶네요.

 효봉 스님 석상입니다.
 효봉 스님 석상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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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의 큰 스승이셨던 효봉 대종사를 모시기 위해 1954년에 구산종사께서 두어 칸의 토굴을 지었으니 미래사의 시작이다. 미래사에는 효봉 스님이라는 큰 그늘에 항시 눈 푸른(젊은) 수행자, 삶의 길을 묻는 불자들이 끊이질 않았다. 제자로 구산, 일각, 법흥, 보성, 박완일, 고운 등 헤일 수 없음이요. 당시 출가한 이로는 수산, 구암, 법정 등이셨다."

효봉문중 발상지 통영 미래사, 법정스님께서 출가했던 절집입니다. 미래사 안내판에서 '효봉'과 '법정'을 확인하니 반갑대요. 효봉 스님은 석두 스님 상좌이며, 구산 스님, 법정 스님의 은사 스님입니다. 그러니까 효봉 스님과 법정 스님은 스승과 제자였습니다. 이는 사회로 치면 영혼으로 묶인 부모와 자식, 아버지와 아들인 셈입니다. 절집에서 스승과 제자란 특별한 관계에 대한 스님들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속세의 부자지간보다 훨씬 더 끈끈한 스님의 세계

 사찰에서 학인 스님 장학금 모금에 나서기도 합니다.
 사찰에서 학인 스님 장학금 모금에 나서기도 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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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오늘 점심 어떠세요?"
"오늘은 공부하던 맏상좌가 와서 힘들어."

목소리가 보통 때와 다릅니다. 안 봐도 입이 귀에 걸린 걸 알겠습디다. 그냥 지나쳤다간, 스님 여기서 삐치십니다. 말을 걸어줘야 예읩니다.

"스님, 맏상좌가 절에 오니 좋으시나 봅니다."
"좋다마다. 아래 상좌랑 둘이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용돈 줘 내보냈어."

"얼마나 주셨어요?"
"오십만 원."

"와. 상좌들에게 용돈 많이 주시나 봅니다."
"상좌들 가르치느라 학비와 용돈 그리고 먹이고 입히려면 돈 많이 들어."

이 정도면 자식 농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속세의 부자지간보다 훨씬 더 끈끈하다"고 합니다. 산 속에 있어, 돈 쓸데없을 거 같았던 스님들도 사용처가 널렸더군요. 재밌는 건 돈 있는 스님과 없는 스님의 차이가 속세와 비슷하다는 겁니다. 일례로 어떤 스님은 "저 스님은 은사 스님을 잘 둬 석·박사에 외국 유학까지 갔다"며 부자 은사 둔 걸 은근 부러워합니다. 산사 역시, 자본주의 세상입니다.

제자를 향한 지극정성은 은사 스님이 뒷방 늙은이로 나앉을 때 상좌들의 보살핌 등으로 보상(?) 받습니다. "상좌가 없을 경우, 노후에 여기저기 절집을 기웃거리는 등 초라한 신세다"고 하니까. 천주교는 "퇴직 신부를 위한 복지센터가 있어 노후 걱정이 없다"는 소식입니다. 불교계도 최근 "은퇴 스님들의 노후 복지 강화 움직임이 있어 다행"입니다만, "아직 미흡하다"고 합니다.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절집 출가 후, 은사 스님과 상좌는 어떻게 정할까?

 출가한 이들을 위한 행자 교육 중입니다.
 출가한 이들을 위한 행자 교육 중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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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은사 스님과 상좌는 어떻게 정할까? 물론 스승과 제자는 인연의 끈이 있어야 합니다. 먼저, 깨달음을 얻고자 출가하려는 사람은 '스님이 될 자격조건이 되는가?'부터 따지게 됩니다. 이도 조계종이냐, 태고종이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첫째, 대략 만 15세~60세 이하(태고종)여야 합니다. 둘째, 고졸 이상이어야 합니다. 셋째, 몸에 3cm 이상의 흉터와 문신이 없어야 합니다. 넷째, 독신 유무(조계종)입니다.

속세를 떠나 절에 들어가 머리 깎는다고 바로 사제지간이 되는 건 아닙니다. 평소 인연 있던 스님을 은사 삼아 출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예비 스님 단계인 행자는 행자등록 후 행자생활을 할 경우, 스님들 가운데 한 분을 은사 스님으로 모시고 싶다고 청해, 허락을 받아야 비로써 법제자가 됩니다.

어떤 분을 은사 스님으로 모셔야 할지 모를 경우, 사찰에서 은사 스님을 권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미계를 받은 후 은사 스님을 정하기도 합니다. 이 때 가장 큰 고려사항은 "법을 배울만한 분인가?" 외에 "자신과 비슷한 공부를 했"거나, "전생부터 맺어진 인연" 등을 꼽습니다. 정신적 스승과 제자 관계는 그만큼 소중한 인연이기 때문이지요.

스님이 되려면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예를 들면, 목탁 두드리는 법, 타종하는 법, 참선과 염불하는 법, 사찰 예절 등은 기본입니다. 이 외 종단에서 하는 6개월에서 1년 간 행자교육 후, 면접 등을 통과해야 사미계를 받습니다. 이후 강원과 김포 승가대학 등에서 수행관 생활과 함께 4년 과정을 마쳐야 정식 승려인 비구계를 받게 됩니다.

진리의 길에서 누렸을 '행복한 삶'과 '관계의 미학'

 칠판에서 행자교육 프로그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칠판에서 행자교육 프로그램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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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상좌 있으세요?"
"인연이 아직 닿지 않았습니다."

스님들 상좌 없다는 소리는 되도록 피합니다. 다만, 아직 닿지 않은 인연을 기다린다는 거죠. 한편으로 스님들의 상좌 두기는 소리 없는 전쟁입니다. 스님들에 따르면 "스님 교육을 하는 강원에 행자가 들면 어떤 행자가 쓸 만한 지 눈 여겨 본다"면서 "눈에 띠는 행자는 큰스님들이 찜을 해놓는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행자의 미래는 보장"되는 셈입니다. 어떨 땐 쓸 만한 제자 쟁탈전(?)도 벌어진다더군요. 어느 스님과 대화입니다.

"스님, 상좌는 어떻게 택하나요?"
"처음 절에 머리 깎으러 들어올 때 누구를 택해서 들어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다 상좌가 되고 은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양쪽이 다 통해야 스승과 제자가 됩니다."

"스님의 경우는 어땠나요?"
"맏상좌를 택할 때 몇몇 스님께서 이 상좌를 욕심냈어요. 그럼에도 고맙게 맏상좌가 나를 택했지요."

"어떤 이유로 스님을 택했대요?"
"심지가 깊다나, 뭐라나."

한 번 맺어진 인연은 끊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연 중 반드시 맺어져야 할 인연, 즉 필연은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 부부 등 다양합니다. 인연, 만나느니만 못한 악연이 되지 않아야겠지요. 그러려면 좋은 인연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통영 미륵산 미래사 안내판에서 효봉스님과 법정스님 이름을 보니, 그들이 진리에의 추구 길에서 누렸을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삶, 아무래도 '관계의 미학'이지 싶네요.

 통영 미래사 범종루입니다.
 통영 미래사 범종루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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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 미래사, 진리에의 추구 길에서 누렸을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통영 미래사, 진리에의 추구 길에서 누렸을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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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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