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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자 간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철도, 지하철, 병원, 가스,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공공성서비스를 제공하는 6만여 명의 공공기관 노동자가 9월 27일 대규모 무기한 동시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9월 23일에는 금융노동자, 9월 28일 보건의료노동자가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성과주의는 '국민피해' '민영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사회공공연구원과 오마이뉴스는 공공부문 성과주의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총 6회에 걸쳐 짚어본다.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의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산별노조(연맹)로서, 조합원 17만명의 민주노총 산하 최대 조직이다. 철도, 지하철, 건강보험, 국민연금, 가스, 서울대병원, 출연연구기관 등 주요 공공기관 및 학교와 지자체비정규직(공무직)·인천공항비정규직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버스, 화물연대 등 운수산업 노동자를 포괄하고 있다. [편집자말]
얼마 전 한국전력 직원들이 1인당 2000만 원에 육박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기사가 떠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온 국민이 열대야에 시달렸던 지난여름 일반 가정에서는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해 살인적 고지서를 받은 곳이 속출했던 데 반해, 국민들에게 오히려 전기료 폭탄을 안긴 한전은 성과급을 받는다니 그럴 만도 하지 않은가.

한전은 지난 6월 발표한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저유가로 인한 재무성과 외에 자구 노력과 해외사업 매출, 에너지신산업 선도, 에너지밸리 조성 등 다양한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A등급을 받았다. 액면가로는 전기요금 누진제와는 관련이 없다.

더욱이 한국전력을 포함한 7개 전력 공기업(한국전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전KPS)이 올해 상반기 기록한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평균 10.7%로, 국내 제조업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10.1%, 개별기준), 현대자동차(9.8%, 개별기준)보다 높은 수준이었고, 30대 그룹 상반기 영업이익률 평균(6.4%)보다는 훨씬 높았다.

특히 한국전력의 경우 지난해 11조 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순이익도 2014년 상반기 5429억 원의 적자에서 지난해 상반기 1조9290억 원의 흑자로 바뀐 뒤 올해 상반기 2조4475억 원으로 흑자폭이 커졌다.

국민 상대로 독점이윤 거둬들인 한전, 이래도 될까

한전이 영업을 잘하고 합리적인 조직 운영을 통해 그러한 성과를 냈다면 의미가 있겠으나, 온 국민의 지갑을 털어서 돈벌이한 것을 잘 봐주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국민들을 상대로 독점이윤을 거둬들인 셈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이래도 되는 걸까?

정부 정책에 따르면 이래도 되는 것만이 아니라 이래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은 국민들이야 전기요금 폭탄을 맞건 말건 상관없이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 공공요금이 인상되더라도, 국민의 안전이 위험해지더라도 흑자를 내면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성과퇴출제를 통해 공공기관에 본격적으로 성과주의를 도입하고자 한다.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공공부문에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찾기 어렵고, 민간에서조차 폐기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과주의가 공공부문의 성과를 향상시키고 경영 효율성을 높여줄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주의가 이미 파산선고를 받았음은 에너지 공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실패에서 잘 드러났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4대강 사업과 함께 MB 정부 이후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단기간에 실적을 요구하는 정부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려던 에너지 공기업들의 욕심이 맞물려 문제가 된 경우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에만 집착하여 관련 법령과 내부규정에 따른 절차를 무시하고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성과급 1550억, 부채 42조, 손실 10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철도-건강보험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철도-건강보험노조 수도권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철도-건강보험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철도-건강보험노조 수도권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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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기업들을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 경쟁으로 내몬 것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였다. 정부는 2010년 12월 '제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통해 2009년 9.0%인 원유·가스 자주개발률을 2019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여 공기업에 에너지 자주개발률(한 국가의 에너지 자립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총수입량에서 자주개발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 목표치를 부여하였다.

이로 인해 석유·가스의 경우 자주개발률이 2003년 3.1%에서 2011년 13.7%로 증가하는 등 매년 수조 원씩 투자 규모를 확대해 지분투자와 M&A에 나섰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기관장의 인사를 좌우하는 것은 물론 그에 따라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성과급이 0~250%까지 차이가 났기 때문에 에너지 공기업들은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해외 개발·생산 광구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자원개발 회사를 인수하는 데 사활을 걸었던 것이다. 더욱이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시로 공기업과 연락하며 실적을 점검했고, 에너지 공기업들이 실적 압박을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해외 자원외교를 자신의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5년 임기 동안 한국광물자원공사·석유공사·가스공사 등 자원 3사의 기관장과 임원에게 지급된 성과급은 1500억 원에 달하지만, 같은 기간 자원 3사의 부채는 무려 42조 원이었고,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가 해외자원개발로 손실을 본 것만 무려 10조 원에 달했다. 성과주의로 인해 에너지 공기업들은 부채 및 부채비율이 급증하여 재무구조가 악화되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묻지마'식 투자로 자원 개발에 열을 올렸던 에너지 공기업들이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른 부채 감축 압박에 따라 해외자산을 헐값에 '묻지마 매각'하였다. 공공성이나 공공기관의 공적 역할은 안중에도 없었다. 국민들에게 전기요금 덤터기를 씌웠으면서도 이를 경영 성과로 둔갑시키는 비정상적인 현실이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에너지 공기업의 대규모 부채와 적자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잘못된 정부 정책 추진에 책임이 있는 기획재정부는 오히려 공공기관 정상화 운운하며 공공기관 직원들의 후생복지비 삭감을 공기업 개혁으로 포장하였고, 이제는 성과연봉제를 강제하고 있다.

공공노동자들의 '착한 파업'이 필요한 때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었다. 아니 성과연봉제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자체가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성과 연봉제의 도입 시한을 정하면서 그 안에 노사합의가 되지 않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정부가 협박하는데, 버틸 수 있는 경영진은 없다.

결국 공기업·준정부기관 119개 기관 가운데 60개 사업장에서 불법적 노사합의, 이사회 일방 의결 등 불법적인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진의 독단과 일방통행을 부추긴 것이다.

이러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목적하는 건 뭘까? 안전보다 이윤, 생명보다 돈이다. 국민의 기본권인 에너지를 생산, 공급하고 있는 에너지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국민의 이익보다는 돈벌이 경쟁, 국민의 안전보다는 비용절감 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으며,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을 영리화, 상업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민영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산업 부문을 민간에 넘기려고 끊임없이 시도해왔던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의 '전기요금 누진제 불만'에 편승하여 에너지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이라는 미명하에 가스와 발전 등 에너지 부문 전체를 민영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월 14일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발표된 '에너지 분야 기능조정 방안'이 그것이다. 정부는 곧바로 민영화와는 무관하다고 발뺌했지만, 발전사들의 주식 일부를 상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력판매 시장도 개방하여 민간 사업자들이 진입하도록 경쟁체제를 만들겠다는 게 민영화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수순으로 봤을 때 성과연봉제는 민영화의 가장 큰 저항세력인 노동조합을 무력화한 후 공공기관을 팔아먹겠다는 사전 정지조치나 다름없다. 성과연봉제로 대표되는 공공부문의 성과주의를 분쇄하고자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파업을 나선 이유다. 이제 정부의 '나쁜 정책'을 바로잡을 공공노동자들의 '착한 파업'이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입니다.



태그:#공공부문성과급제, #공공부문, #에너지공기업, #한국전력, #전기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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