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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오전 7시 30분, 유성구 반석네거리. 한 초등학생이 신호등에 무엇인가를 달고 있다. 같은 시각 둔산동 수정타운아파트, 이번에는 중학생 한 명이 아파트 입구에 무엇인가를 설치하고 있다.

정림삼거리, 시청사거리, 삼천초등학교, 목동 용두아파트, 송촌초등학교 등 교차로와 학교, 아파트에서 무언가를 설치하는 사람들이 발견됐다. 이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들은 매년 9월 22일 '세계 차 없는 날'에 대전의 대기 오염도를 조사하는 대전시민대기오염모니터링 조사단이었다.

한 참가자가 대전의 대기오염도를 측정하는 캡슐을 부착하고 있다.
▲ 대기오염 측정 중 한 참가자가 대전의 대기오염도를 측정하는 캡슐을 부착하고 있다.
ⓒ 임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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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가자가 대전의 대기오염도를 측정하는 캡슐을 부착하고 있다.
▲ 대기오염 조사중인 참가자 한 참가자가 대전의 대기오염도를 측정하는 캡슐을 부착하고 있다.
ⓒ 임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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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한국가스공사는 2005년부터 '푸른하늘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BLUESKY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시행되는 <대전시민 대기오염모니터링>은 올해로 12년째를 맞은 국내의 대표적인 장기 환경 캠페인이다.

조사는 어떻게 하나?

9월 22일(목) 아침 7시와 8시 사이에 조사캡슐을 설치하고, 9월 23일(금) 아침 7시와 8시 사이에 조사캡슐을 수거한다. 조사캡슐은 대전대학교 환경공학과 김선태 교수가 만든 간이측정캡슐(Passive Sampler)이며 대전대학교 대기실험실에서 분석을 한다.

이산화질소를 측정하는 간이측정기
▲ 대기오염측정캡슐 이산화질소를 측정하는 간이측정기
ⓒ 임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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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는 어렵지 않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이른 아침에 조사를 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다. 시민 임유진씨는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들었다"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또 한가지 어려운 점은 주변의 시선이다. 이들이 불법 광고물을 부착하는 것은 아닌지 테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시민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허준현(가장초) 학생은 "캡슐을 설치하는 잠시 동안이지만 지나다니시는 어른들, 텔레캅 아저씨들, 등교하는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보는 시선에 얼굴이 후끈 달아 올랐지만 나와 동생이 자랑스러웠다"라고 이야기했다. 2017년 차없는 날에 무엇인가를 부착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따뜻한 시선과 응원의 한마디를 보내주기를 바란다.

무엇을 조사하나?

이번 2016 대기오염모니터링은 120지점을 약 200명의 시민들이 참가하여 조사했다. 대기오염모니터링에서는 대기오염 물질의 하나인 이산화질소를 조사한다. 이산화질소는 천식, 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환경성질환을 유발하며, 산성비와 스모그를 일으키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특히 미세먼지를 생성시키는 2차 생성물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동네 대기 오염은 우리가 조사한다!

현재 대전시가 운영하고 있는 대기질 자동측정망(이산화질소 측정)은 총 10곳으로, 시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대기질을 가늠하기는 그 수가 모자란다. 게다가 측정망이 사람이 숨 쉬고 지내는 높이가 아닌 동사무소 옥상과 같은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어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이 직접 우리 동네에서 내가 숨 쉬는 공기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해보는 대기오염모니터링은 매우 의미가 있다.

대기오염모니터링은 조사 결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조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대기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에서 의미가 크다. 이지무(버드내초)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내주변, 우리 동네의 공기가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측정해 봄으로써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공기, 대기 오염에 큰 관심이 생겼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변윤지(둔원초) 학생은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나도 대중교통 이용을 해야겠다"라고 다짐을 하는 등 대기오염모니터링은 참가자의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2016 대기오염모니터링은 지난 9월 22일~23일에 조사가 진행됐고, 11월에 조사결과가 발표된다. 시민들이 조사한 대전의 대기오염도가 어떨지 관심이 모아진다.

<2015년 대기오염지도 보러 가기>

<2016 대기오염모니터링 기부하러 가기>

<참가자 후기>

#대기오염모니터링 끝! 이 아닌 관심의 시작 : )
대기오염모니터링 참가자
▲ 대기오염모니터링 대기오염모니터링 참가자
ⓒ 임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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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녹색연합 회원이다. 회원이라는 이유로 녹색연합 활동가가 나보고 이걸 하라고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게 걱정이 되었지만, 거절하기는 조금 미안한 맘이 들었다. 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대기오염모니터링을 시작했다.

9월 22일

역시나 늦게 일어났다. 택시를 탔다. 잠이 덜 깨 택시에서 또 잤다. 조사 지역(큰마을네거리)에 도착했더니 택시비가 8800원.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 아저씨가 나 잔다고 길을 돌아서 왔나?'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면서 카드를 내밀었다. 비몽사몽한 정신을 붙잡고 큰마을네거리, 은하수네거리 기둥에 대기오염모니터링 조사 캡슐과 스티커를 부착했다.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느껴졌다.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나칠까?

9월 23일

이번에는 조금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조사지역에 갔다. 어제 부착했던 캡슐 뚜껑을 닫고 다시 가방에 담았다. 캡슐 안에 담긴 공기의 오염도는 얼마나 될까?

일찍 일어나야 하는 번거로움, 길을 걷는 시민들이 보내는 의아한 시선을 견딘 1박 2일간 내가 얻은 건 대기오염에 대한 관심이었다. 첫날 내가 탔던 택시는 사실 매일아침 붐비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한 탓에 8800원이 나온 것이었다. 예전 같았다면 비싼 택시비에 심술부터 났겠지만 앞으로는 아침 출근길 가득한 자동차에 시선이 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질문을 떠올릴 것이다. "자가용 사용을 조금만 줄여도 대기가 조금 더 깨끗해지지 않을까?" 앞으로는 일기예보로 오늘의 미세먼지 상태를 확인하고 마스크만 챙길 것이 아니라, 평소 우리가 마시는 공기를 어떻게 하면 깨끗이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새로운 질문을 가지고 살 것이다. 녹색연합 회원답게.


태그:#대기오염모니터링, #대전충남녹색연합,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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