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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는 물이 많다. 도시 어디서나 물길을 보고 다리를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이러한 자연조건이 형성된 배경은 수십만 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기원전 40만 년 전부터 3번에 걸친 크고 작은 빙하기를 겪으며 모래땅이었던 베를린을 가로지르는 슈프레 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약 2만 년전 이 지역의 마지막 빙하가 녹기 시작하며 우르스트롬탈(Urstromtal)이라고 불리는 얕은 계곡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 베를린을 가로지르는 슈프레 강과 베를린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호수 등이 만들어진 오래전 사건이었다.

베를린에서 사람들이 강에서 수영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크고 작은 자연 호수와 그리고 지역마다 구역에는 수영장이 있다 보니, 굳이 더러워 보이는 슈프레 강물에서 수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슈프레 운하와 제 2회 수영 대회 코스
 슈프레 운하와 제 2회 수영 대회 코스
ⓒ Flussbad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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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베를린 도심을 가로지르는 슈프레 강을 수영할 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베를린 박물관 섬을 끼고 흐르는 슈프레 강줄기 중 유람선 등이 돌아다니는 오른쪽 편 강줄기를 제외한 왼쪽 편 강줄기인 슈프레 운하(Spreekanal)의 하류 중 750m가량을 2025년까지 수영하기 적합한 곳으로 바꾸겠다는 베를린 강변 수영장 단체(Flussbad Berlin e.V) 의 야심 찬 목표다.

실제로 1905년에는 슈프레 강에 총 15곳의 수영 시설이 있었다. 그중 1924년까지 슈프레 운하 일대에서 수영을 한 기록도 남아있다. 하지만 1925년 위생상의 이유로 도심 내의 슈프레 강에서 수영이 금지됐다. 산업 하수가 점점 늘어나며 강물이 더러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체가 목표로 한 2025년 개장은 수영이 금지된 이후 100년이 되는 상징적인 해다.

수영에 적합한 수질 갖췄지만...

슈프레 운하에서 수영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먼저 수질 문제가 있다. 실제로 더러워 보이는 슈프레 강물 색과는 다르게, 일반적으로 슈프레 강은 수영하기 적합한 수질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1년에 최소 20차례가량 강한 비가 내린 날에는 하수가 넘쳐 강으로 유입되어 수영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수질이 며칠간 지속된다. 추가적으로 유람선이 지나지 않은 슈프레 운하 상류 인근에 수중 정화 식물 및 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또한 수영장을 설치할 일대인 슈프레 운하는 베를린 정부의 소유가 아닌 독일 연방 정부의 소유로 슈프레-오더(Oder) 강 물길이기 때문에 수질 문제와는 별도로 수영이 금지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하지만 슈프레 운하는 약 100여 년간 사실상 정기적으로 배 운항이 된 적이 없고, 다른 편 강줄기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주변이 대부분 오래된 문화재 건물 등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실제 수영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관련 법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첫 번째 수영 대회를 앞두고, 프로이센 문화재단의 회장이 수영장을 건설로 문화재 훼손 가능성이 있다며, 프로젝트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 이후 현재까지 법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상황까지 발전됐다. 더 큰 문제는 프로젝트 실행과 단체의 운영을 위해서는 당연히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로 하다는 점이다. 단체의 일원이자 이 프로젝트를 처음 생각한 연방 정부와 베를린 주 정부는 프로젝트를 실제 실행하기 앞선 연구 작업 및 계획 설립을 위한 2018년까지 약 400백만 유로의 지원금을 제공하며, 충분한 선행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심 강에서의 수영대회... 참 신기한 광경

슈프레 운하에서 벌어진 수영 대회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
 슈프레 운하에서 벌어진 수영 대회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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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이 곳에서 수영 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7월 첫 수영 대회에 이어, 이들이 주최한 2번째 슈프레 강 수영 대회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강을 이제는 수영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바꾸기 위해, 후원자와 그들의 생각을 지지하는 이들을 모으기 위한 행사였다.

수영 대회에 앞서 혹시 모를 질병 요인을 검사하기 위해 수영 코스 내의 수질 및 미생물 검사를 연구소에 요청했고, 수영하기에 안전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수영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미리 잠수부를 투입하여 위험 요소를 제거했다.

수많은 안전요원이 보트와 보드 위에 자리잡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수많은 베를린 시민들이 생소한 풍경을 보러 찾아왔고, 지나가던 수많은 관광객들도 도심 속 관광지 한가운데서 수영 대회가 열리는 신기한 풍경을 즐겼다.

박물관 섬 오른쪽 강줄기로는 유람선이 끊임없이 지나다닌다.
 박물관 섬 오른쪽 강줄기로는 유람선이 끊임없이 지나다닌다.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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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수영장만을 만드는 게 아니다. 멀리서만 바라보던 슈프레 운하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고, 다른 사람들이 수영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새로운 다른 휴식 공간을 도심에 만드는 것이다. 또한, 동시에 바라보기만 하던 수동적인 도시 공간을 재발견하고, 직접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베를린뿐만이 아니다. 뮌헨에서도 베를린 강변 수영장 단체와 유사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올 여름에 임시 강변 수영장 허가를 받고 운영하였고, 앞으로 정식 강변 수영장 운영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취리히는 강변 수영장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범 사례와도 같은 도시다. 취리히에서는 오랫동안 강변 수영의 전통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1970년대 산업 하수 등으로 강은 더러워졌고, 강화된 하천 보호법과 하수처리 시스템에 투자를 통해 다시 깨끗한 강으로 만들었다. 현재 강변 수영장(Badis)은 취리히 시민들의 큰 자랑이다.  점심시간에 강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퇴근길에 수영을 하는 것은 꿈 같은 일이 아니다.

도시는 언제나 변하는 곳이다. 90년 동안 법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공간도, 시대가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며 90년과 달리 현재는 굳이 금지할 이유가 없어졌다. 여기에 한,두 사람의 아이디어와 함께 작은 단체 그리고 시민들의 호응으로 슈프레 운하는 다시금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남 PRIDE 상품에 기고된 글입니다.



태그:#독일, #베를린, #슈프레,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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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과 도시를 이야기합니다. 1. 유튜브: https://bit.ly/2Qbc3vT 2. 아카이빙 블로그: https://intro2berlin.tistory.com 3. 문의: intro2berlin@gmx.de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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