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소멸 2039 ①] 저출생, 고령화로 지방 소멸? '서울'도 위기다

20세기 전쟁이 다른 나라 국민을 죽이는 '인구 섬멸전'이었다면 21세기 전쟁은 다른 나라 국민을 포섭하는 '인구 쟁탈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1인 1표제 선거에서 상대가 투표를 포기하게끔 하는 것보다 포섭하는 편이, 2표의 가치가 있는 남는 장사라는 것과 비슷하다. 일본이 동아시아의 물자와 영토를 노골적으로 장악하고 군사력을 과시하던 2차 대전 때와는 다른 위협도 될 수 있다는 걸 한국인들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일본으로 탈출하는 청년들

 선택권이 있다면 한국과 일본 중 어디를 택할까.
 선택권이 있다면 한국과 일본 중 어디를 택할까.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사람이 귀한 시대가 되고 있다.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출산율을 대체출산율 2.1명이라 한다. 이에 못 미치면 '저출산 사회'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 사회'다. 하지만 2015년 일본의 출산율은 1.46명, 한국은 1.24명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평균적으로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다. 한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화 사회'다. 이 비율은 한국 12.7%, 일본 26.3%다.

두 나라 모두 아이 울음소리가 끊기고 국민들은 늙고 있다. 심지어 생산 가능 인구까지 줄고 있다. 한국은 내년부터 인구 절벽에 접어든다. 이 시점은 일본보다 약 20년 늦게 왔다. 즉 그동안은 사람이 남아돌았다. 따라서 청년들은 노동 시장에서 대접을 받지 못 했다. 지난 1월 취업포털 '사람인'은 성인남녀 1655명에게 이민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이중 78.6%가 '갈 수 있으면 가고 싶다'고 답했고 20~30대는 모두 80% 이상이었다. 떠나고 싶은 이유로는(복수 응답) '일에 쫓기는 것보다 삶의 여유가 필요해서' 56.4%, '근로조건이 열악해서' 52.7%, '소득 불평등이 심해서' 47.4%, '직업 및 노후 불안이 커서' 47.4%, '경쟁 강요가 싫어서' 46.3%,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44.4% 순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아 지난 1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적상실자는(자진해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등) 총 20만4302명인데 이중 31.9%가 20대와 30대다. 국적상실자가 취득한 국적은 미국(44.6%), 일본(26.8%), 캐나다(15.4%), 호주(5.4%) 순이다.

이중 2위인 일본의 아베 총리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영주권 취득 제도를 준비 중이다. 이제 일본에 '청년'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을 왜 걱정해야 하는지 납득이 갈 것이다.

이제는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는 생각 접어야

이제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때다. 청년 인구는 지방보다 도시에 집중된다. 도시의 고용력이 지방보다 우세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 왼쪽은 일본 도쿄권(도쿄도·사이타마현·지바현·가나가와현), 오른쪽은 한국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인구가 장래에 어떻게 변하게 될지 비교한 것이다. 2005~2035년 일본 도쿄권 인구 추이는 [B] 시기 2020년~2035년 한국 수도권 인구 추이와 비슷한 형태라는 게 눈에 띈다.

 (자료=일본 '도도부현별 장래추계인구' 미우라 아쓰시 <도쿄는 교외 지역부터 사라져간다!> 35쪽에서 재인용, 한국 '장래추계인구' KOSIS) *일본의 '유소년인구'는 14세 이하, 한국의 '학령인구'는 6-14세임.
 (자료=일본 '도도부현별 장래추계인구' 미우라 아쓰시 <도쿄는 교외 지역부터 사라져간다!> 35쪽에서 재인용, 한국 '장래추계인구' KOSIS) *일본의 '유소년인구'는 14세 이하, 한국의 '학령인구'는 6-14세임.
ⓒ 하지율

관련사진보기


다가오는 [B] 시기에는 두 곳 모두 전형적인 저출산·고령화·인구 절벽이 지속된다. 다만 [A] 시절의 존재가 증명하듯 수도권이 도쿄권보다 인구 절벽 도달 시점이 늦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A] 시절은 저물고 있다. 한국도 이제는 노동 시장에서 누가 갑이고 을인지 개념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청년은 생산 가능 인구의 핵심층이다.

현실적·잠재적 노동 생산성이 높다. 이제까지는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아'라는 '합리적인 선택'에서 청년을 홀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기업은 '여기 아니어도 일할 곳 많아'라는 청년의 반격에 부딪힐 수 있다. 지방에서는 기업이 더 불리한 입장에 처할 것이다(지방은 연재 1편 참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 하는 기업은 도태된다.

한편, 청년 입장에서는 일본행도 괜찮은 선택지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 청년들을 특별전형 정사원으로 뽑고 교통비와 기숙사 혜택을 제공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가를 감안해도 실수령액은 한국보다 높다.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아'라는 생각이 시대착오적이란 것도 인지한다. 물론 한국도 중국, 베트남, 필리핀인들이 유입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단순노동에 종사한다. 반면에 한국인 일본 취업자 가운데 42%가 전문 기술직이고 IT는 전체 외국인 노동자 중 13.2%가 한국인이다(관련 기사: '한국 청년 특별전형' 일본 대기업들). 전문 인력 유출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어느 선까지가 일본 취업에서 '청년'일까. 사실 몇 살부터 몇 살까지가 청년이라는 식의 단일한 기준은 없다.

다만 해외 취업이란 것이 구직자만 원한다고 성사되진 않는다. 현지 사정도 맞아야 한다. 향후 20년을 내다보면 만 26~27세인 1989년생 내외까지가 구직자 쪽이나 일본 모두 타협점을 찾을 만한 적정선으로 보인다. 왜 89년생까지인지 지금부터 설명해보겠다.

20년 뒤, 일본 '2차 베이비붐 세대' 대신할 'N세대' 맞언니·맞형

 (일본 자료=미우라 아쓰시 <도쿄는 교외 지역부터 사라져간다!> 32쪽 재인용. 점선 네모 박스는 필자가 표시).
 (일본 자료=미우라 아쓰시 <도쿄는 교외 지역부터 사라져간다!> 32쪽 재인용. 점선 네모 박스는 필자가 표시).
ⓒ 하지율

관련사진보기


한국에서 89년생은 N세대(1989~1994년생)의 맞형·맞언니다. 그런데 N세대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동생인 밀레니엄 세대와 함께 서울보다 경기도에 많이 살았다(a). 당시 33~51세였고 이들의 부모 세대였던 민주화 세대와 베이비부머들도 서울보다 경기도에 많이 살았다(c). 하지만 형·언니인 에코 세대는 경기도보다 서울에 많이 살았다(b).

자연스러운 결과다. 자식이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부모와 함께 살다가 어른이 되어 대학이나 직장을 다니면 부모와 떨어져 자취를 하는 경우는 흔하다. 또한 원래 부모와 지방에 살았지만 서울에 상경해 자취를 하는 경우까지 더해졌을 것이다. 종합해보면 20대 인구가 경기도보다 서울에 더 많은 게 잘 설명된다. 물론 딱 맞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에는 다양한 가구 구성이 있고, 여유 있는 부모가 서울에 집을 마련해도 자식은 경기도나 지방의 직장을 다니는 등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실제로 2005년 서울 1인 가구 비중은 약 24.39% 경기도는 20.29%로 서울이 경기도보다 높았다. 이제 2035년이 되면 전 연령대에서 경기도가 서울 인구를 추월한다. 출산율 감소로 서울에 유입될 2030이 줄고 기존 경기도민들은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한데 장래추계인구는 현재 인구의 지역별·연령별 증감 추세, 평균적인 생존율과 출생률을 고려해 예측한다. '왜 지금 사람들이 서울보다 경기도에 몰려드는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작 직장은 서울에 몰려 있는데 서울 시내 집값이 비싸 서울 진입을 포기하고 베드타운에 머문다는 게 가장 현실에 가까운 답 아닐까. 2035년에 N세대 맞이 89년생은 만 46세로 역시 경기도에 더 많이 산다. 뾰족한 수가 없다.

어차피 서울의 부동산 버블이 터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89년생이 20년 앞을 내다보면서 도쿄행을 택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미우라 아쓰시의 <도쿄는 교외 지역부터 사라져간다!>에 따르면 도쿄권은 이미 인구감소, 고령화 등으로 부동산 버블이 터져 지난 20년간 땅값이 60% 하락해 3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도심에서 멀수록 빈집도 많다. 역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인 도쿄 교외 52평 아파트가 390만 엔(한화 4269만 원)인 경우도 있다(2012년 3월 기준).

심지어 장기적으로 도심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 하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미우라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앞으로 '20년'을 내다봐야 할까. 위 사진 우측 하단을 주목하자. 도쿄권은 2035년에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2차 베이비붐 세대마저 생산 가능 인구에서 이탈한다. 네모 칸처럼 40대 중후반 이하부터 생산 가능 인구가 미끄럼틀을 탄다.

일손이 아쉬운 일본 입장에서 2차 베이비붐 세대와 연령대가 일부 겹치는 한국의 에코세대들은 애매하겠지만, N세대 맞이인 89년생 내외까지는 20년 뒤에도 2차 베이비붐 세대를 대신해 일본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할 테니 합리적인 타협점이 되는 셈이다.

직주분리에서 직주근접, 직주일치로

물론 장래추계인구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측이다. 변수가 있으면 바뀔 수 있다. 중요한 변수는 부동산 시장과 금리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일본식 버블 붕괴'라는 말이 있다.

한국도 일본처럼 저출산, 고령화, 인구 절벽으로 빈집이 늘고 주택 수요가 감소해 부동산 버블이 붕괴할까, 안 할까 논쟁이 있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풀어서라도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겠지만 이것은 임시변통일 뿐 인구가 줄고 하우스 푸어들이 이자를 감당 못 해 집을 내놓으면 붕괴하리라는 주장이 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가구 수가 증가 추세고, 자가 보유율이 낮고, 생산 가능 인구가 당분간 유지돼 주택 수요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덧붙여 부동산 시장이란 단순히 인구추계만이 아닌 다양한 변수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나는 모든 현상을 인구추계 하나로 설명할 수 있고 또 인구추계가 결정한다는 식의 생각을 가진 환원론자나 결정론자는 아니어서 이런 반론들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다음과 같은 고민은 해봐야 한다.

 직장인은 직주분리가 고단하다.
 직장인은 직주분리가 고단하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합리적인 이유'에서 주택 버블을 붕괴시키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합리적인 이유'에서 일본으로 탈출하는 것도 말릴 수 없다. 매일 서울에 집을 못 사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며 직주분리(직장과 주택이 떨어져 있는) 생활을 겪다 보면 직주근접이 아쉽다.

일본인도 마찬가지다. 한데 이들은 벌써 교외를 도시화해 굳이 도심까지 진입하지 않아도 직주근접·직주일치를 이룰 수 있는 대안을 고민 중이다. 미우라 아쓰시의 <도쿄는 교외 지역부터 사라져간다!>는 부동산 가격 폭락에 대한 일본 기성세대 특유의 두려움과 보상심리가 이런 고민의 동기였다는 한계는 있지만, 어쨌든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여기서 도시화란 또 건설판을 벌리자는 주먹구구 논리와 전혀 다르다. 쉽게 말해 공간 활용을 좀 영리하게 하자는 주장이다(일본인다운 발상이다). 자꾸 불필요하게 새로 지을 생각을 하지 말고 고쳐 쓸 생각을 하고, 빈 공간이 생기면 공동 사무실·청년층을 위한 셰어하우스·주민 카페·배움터 등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공동 근무, 자택 근무를 통해 주민들이 직주근접·직주일치를 이룰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대로면 도시와 도시, 도시와 지방, 나아가 국가와 국가가 청년을 사로잡고자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사로잡을 청년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대안이 얼마나 적중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청년의 입장에서는 최소한 이런 고민도 안 하는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미래를 꿈꾸는 것도 나름 '합리적인' 선택지가 아닐까 싶다. 청년의 반격은 이제 시작이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지역네트워크부에서 일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