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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1 l TV조선 벌써부터 '반기문 대망론'에 '올인' 조짐
TV조선 <"혼신 다해 돕겠다"…JP '황혼 정치'>(9/17, 4번째, 조정린 기자,
http://bit.ly/2cT5rh1),
TV조선 <곧 '냉면 회동'…JP 이전 발언 보니?>(9/17, 5번째, 김보건 기자,
http://bit.ly/2d7wOU2),
TV조선 <'대선주자 변신' 귀국 후 첫 일정은?>(9/17, 6번째, 신정훈 기자,
http://bit.ly/2cYFkEn),
TV조선 <문 "지진, 국가 과제"…지도자 이미지 부각?>(9/17, 7번째, 박소영 기자,
http://bit.ly/2da9XKs)

언론인과의 만남, 박근혜?김종필 예방, 국회 연설, 하회마을 방문 등 반기문 총장의 대권 행보 직접 제안한 TV조선(9/17)
 언론인과의 만남, 박근혜?김종필 예방, 국회 연설, 하회마을 방문 등 반기문 총장의 대권 행보 직접 제안한 TV조선(9/17)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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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부터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이뤄진 여야 3당 원내대표의 미국 순방 외교가 마무리됐다. 17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진석, 우상호, 박지원 여야 원내대표는 미국 의회 인사들을 만나 사드와 북핵 문제를 논의했고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화제가 된 것은 안보 외교가 아니라 '반기문 대망론'이었다.

15일 정 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실상 반 총장의 대권 출마를 지지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도 내년 1월 귀국 후 활발한 정계 활동을 예고하면서 대선 구도가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반 총장에 대한 여론은 국내외로 마냥 호의적이지는 않다. 해외 언론은 반 총장이 국제 현안에 대해 제때 필요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꾸준히 비판해왔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지난 8월 22일에, '유엔의 자체 감독기능을 바로잡고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문화를 만드는 임무를 반 총장에게서 기대할 수 없고, 다음 사무총장에 넘길 수밖에 없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반 총장의 5월 방한 당시, 5박 6일이라는 이례적인 장기간 방한과 안동, 경주 등 사실상의 'TK(대구·경북) 행보'에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직분과 거리가 먼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일, "결심한 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셔야 한다",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는 등의 김종필 전 총리의 메시지가 알려지자 TV조선은 다시 반 총장 띄우기에 돌입했다. TV조선은 반 총장에 대한 검증과 비판 여론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반기문 대선후보 대 국내 여야 대선 주자'라는 대선구도를 전제했다.

17일 반 총장 관련 보도량을 보면 SBS와 JTBC가 1건, MBN이 2건이었던 것에 비해 TV조선은 4건을 할애해 타사를 압도했다. 보도내용도 '반기문 대망론'에 군불을 때는 수준을 넘어, 기정사실로 만드는 수준이었다. 특히 TV조선은 김 전 총리의 영향력을 내세워 그의 '지지 메시지'를 대대적으로 부각했고, 반 총장의 내년 1월 행보를 '안내'해주기도 했다. 채널A도 4건을 보도했으나 TV조선의 때 이른 '반 총장 선거 운동'에 비하면 평범한 보도였다.

TV조선 <"혼신 다해 돕겠다"…JP '황혼 정치'>(9/17)에서는 "김 전 총리는 드디어 반 총장 지원을 공개 선언하면서 충청 대망론은 다시 탄력을 받을 조짐"이라고 해석하더니 김 전 총리의 "황혼 정치"라고 치켜세웠다. 다음 보도인 <곧 '냉면 회동'…JP 이전 발언 보니?>(9/17)는 김 전 총리가 추미애, 문재인, 안철수, 김무성에게 던진 메시지를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반 총장에게 던진 메시지의 의미를 부각했다.

추석 인사를 온 추미애 더민주 대표에게는 "더 예뻐졌네"라며 친근감을 보였지만 "추 대표가 1997년 'DJP 연합'을 언급하자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았"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는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냉면을 함께 먹자고 제안했다가 추석 이후로 미뤄둔 상태"라는 것이다. TV조선은 스스로 거론한 대선 주자 중 여론조사 지지도가 가장 앞서는 문재인 대표에 관해서는 "각오가 대단하더라고. 아주, 말끝마다 나와"라고 말하는 김 전 총리의 발언만 보여줬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에도 "걸음걸이서부터 언사 구사하는 태도 내 유심히 들여다봅니다만 여유가 있어서 좋아요"라는 발언만 소개했다. 보도 말미에는 "황혼정치의 포석인지, 단순한 덕담인지, 추석 이후 김종필 전 총리의 발언이 새삼 관심을 끕니다"라며 재차 김 전 총리의 '황혼 정치'를 강조했다. 이는 김 전 총리의 정치적 영향력에 기대어 그의 '반기문 지지 선언'에 잔뜩 힘을 실은 것이다. 과연 지지 발언이 없었다면 TV조선이 김종필 전 총리의 발언 하나하나를 곱씹어가며 보도했을지 의문이다.

TV조선 보도 중 가장 노골적인 '반기문 지지 의사'가 드러난 것은 <'대선주자 변신' 귀국 후 첫 일정은?>(9/17, 6번째, 신정훈 기자, http://bit.ly/2cYFkEn) 이다.

이 보도에서 이상목 앵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후보로 안착하려면 귀국 직후 첫 1주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국회 연설로 높은 위상을 보일 수 있고 하회마을 방문 등으로 대중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니면 강연으로 멘토 이미지를 연출할지. 어떻게 첫 일정을 잡느냐에 정치적 경로도 달라집니다"라며 사실상 반 총장의 대선 행보를 '컨설팅'해줬다. 리포트는 지난 5월 방한 당시 관훈클럽에서 언론인을 만난 반 총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중정치인으로의 변신을 선언하기에 적절한 형식"이라고 훈수를 뒀다.

다음으로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 예방이 거론"된다며 "일찌감치 친박 후보나 충청 후보로 자신을 가둘 필요가 없"다며 자제를 당부했고 "국회 연설은 세계적 인물이라는 위상을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적극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하회마을 방문처럼 대중과 직접 만나 정치인으로서의 변신을 선언할" 가능성과 "대학생이나 중고등학생, 또는 낙도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나 '꿈'을 주제로 강연하며 '시대의 멘토'로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방법"도 안내했다. 사실상 반기문 총장의 대선 참모를 자임한 것이나 다름없는 민망한 수준이다.

TV조선 <문 "지진, 국가 과제"…지도자 이미지 부각?>(9/17, 7번째, 박소영 기자, http://bit.ly/2da9XKs)은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야권의 견제를 전한 보도로서, "1등 후보가 대통령이 된 건 박근혜 후보뿐이었다"라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견제 발언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야권 선두인 문 전 대표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것도 반 총장만을 견제한 것으로 해석한 SBS, JTBC, 채널A, MBN 등 타 방송사 및 타 매체들과 결을 달리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를 끼워 넣어 '야권 갈라치기'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TV조선이 아닌 타사는?

이러한 노골적인 '반기문 띄우기'는 채널A와 연합뉴스TV에서도 나타났다. 채널A는 김 전 총리의 메시지에 2건, 야권 대선 주자들의 견제에 2건 등 총 4건을 보도하면서 본격적인 '반기문 대 야권 주자' 구도를 구축했다. 연합뉴스TV도 '반기문 띄우기'에 힘을 보탰다.

17일 2건을 보도한 연합뉴스TV는 <JP "혼신 다해 돕겠다"…'충청대망론' 지원>(9/17, 7번째, 정영빈 기자, https://goo.gl/X2lJ2I)에서 "김 전 총리와 반 총장의 지역적 기반인 충청과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인 TK, 이정현 대표가 공략을 다짐한 호남이 결합하는 이른바 '삼각벨트' 구상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으면서 새누리당 대권 가도에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두 방송사 모두 TV조선처럼 김 전 총리의 힘을 빌려 야권 주자들과 반 총장의 무게감을 비교하거나, 반 총장의 대권 행보에 '충언'을 보태지는 않았다.

JTBC는 <유엔총장서 '충청 주자'로…>(9/17, 15번째, 최종혁 기자, http://bit.ly/2cJfR0F)에서 "여권에서 면담 직후에는 반기문 총장의 1월 귀국 등 대선 의지를 중요하게 먼저 부각하고 다음 날 순차적으로 김종필 전 총리의 지지를 강조하면서 의사를 부각시켰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새누리당의 '대선 복안'을 분석했다.

또한 "현직 UN 사무총장이 몸은 뉴욕에 있지만 마음은 너무 국내정치에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보태기도 했다. YTN <"충청 대망론" 들썩이는 추석 민심>(9/17, 9번째, 안윤학 기자)은 '충청 대망론'을 보도하면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대권 도전도 다루어 균형을 맞췄다.

이러한 타사의 보도를 비교해 볼 때 현직 UN사무총장의 대선 후보로서의 자격 검증도 없이 일찌감치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밀고 있는 TV조선의 보도태도는 매우 부적절했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2 l 앞뒤 맥락 '싹둑'…'대북 선제타격'만 전한 방송사들 
마이클 멀린 전 합참의장 발언과 보고서의 취지를 와전 보도한 KBS JTBC, TV조선


KBS <"북 도발 수위 한계 넘어…선제공격 가능">(9/17, 9번째, 이재원 기자,
http://bit.ly/2cBqN2T)
JTBC <핵보유 5개국, 북 규탄…미, 선제타격론도>(9/17, 14번째, 박상욱 기자,
http://bit.ly/2cBuxVe)
TV조선 <"선제타격 가능"…6자회담 '압박'>(9/17, 8번째, 이다솜 기자,
http://bit.ly/2cBtn8O)

북한과의 협상 제안한 토론회 내용 쏙 빼고 ‘북한 선제타격’ 발언만 보도한 KBS?JTBC?TV조선(9/17)
 북한과의 협상 제안한 토론회 내용 쏙 빼고 ‘북한 선제타격’ 발언만 보도한 KBS?JTBC?TV조선(9/17)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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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핵보유국 모임 'P5'가 대북 규탄 성명을 내고, 미국 상원에선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국제사회가 강경 대응을 보이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다른 목소리가 등장했다.

지난 16일, 미국 외교협회(CFR) 토론회에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통일 이후 주한미군 감축 문제까지 중국과 논의하는 대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포함된 보고서 <북한에 대한 분명한 선택 : 안정된 동북아를 위한 중국 참여시키기>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마이클 멀린 전 합참의장과 샘 넌 전 상원의원이 단장을 맡은 CFR의 대북정책 태스크포스팀이 발간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에서는 이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의 발언만 소개됐다. 토론회 내용 전반을 검토하고 보도해야 할 방송사가 이 발언만 보도함으로써,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왜곡된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준 것이다.

KBS <"북 도발 수위 한계 넘어…선제공격 가능">(9/17)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면서 CFR 토론회를 소개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 "초기 단계에선 북한의 핵 능력 동결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포괄적으로 합의해야 한다"와 같이 토론회의 중심적 내용이었던 대북정책에 대한 자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오직 "우리가 방어력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나 예전에 미사일을 발사했던 곳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라는 멀린 전 합참의장의 '선제타격 가능성' 발언 장면만 전파를 탔을 뿐이다. KBS는 이와 함께 "미국 상원도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을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을 덧붙여 국제사회의 '초강경 대북정책'에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한 셈이 됐다. 이런 태도는 이날 토론회를 보도한 JTBC와 TV조선도 오십보백보였다.

세 방송사가 보도한 것과 달리 멀린 전 합참의장의 '대북 선제타격' 발언은 북한이 미국의 전향적인 대화 정책마저 거부했을 때 택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서 나온 것임이 드러났다. 한국일보 <단독/北核 전향적인 대화 권고한 美 토론회, 국내서 '선제 타격' 와전>(9/19, http://bit.ly/2cjnTBC)에 따르면 CFR 토론회의 핵심 의제였던 보고서는 "북한이 이 같은 대화도 거부하고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발전시켜 미국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미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나아가 북한 정권 자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더욱 강경한 외교적·군사적 조치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KBS, JTBC, TV조선이 미국 유수의 외교 전문 싱크탱크인 CFR의 토론회를 보도하면서도 전체 내용과 달리 멀린 전 합참 의장의 발언과 이 보고서의 취지를 와전 보도한 셈이다. 3사의 보도가 고의적인 왜곡이든 전체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부주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쪽이든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우리 언론은 국제사회에서 대북관계 있어서 강경론만 대두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의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로 대표되는 초강경 대북정책에 대한 반성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전략을 비판하는 미국 내부의 목소리가 이목을 끈다. 미들버리 국제문제연구소의 비확산론자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은 1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한국은 북 지도부 '정밀 타격' 능력 없다...답은 대화뿐">(9/11, http://bit.ly/2c1mhYk)에서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은 일단 협상을 통해 이미 진전될 대로 진전된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시키는 것"이라며 대화를 촉구했다.

남북 관계와 동북아 정세가 모두 경각에 달한 현재, 언론의 '선제 타격론', '핵 무장론', '전쟁 불사론'이 도를 넘고 있다.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이런 수사들은 자제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국민의 생명은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론이 안일한 태도로 전쟁 위기감을 자극하며 국민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자칫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고 있다. 보다 신중하고 정확한 보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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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 #반기문, #북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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