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6연승 후 6연패라는 믿기 어려운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거의 손에 더 잡힌 듯 했던 가을야구도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가고 있다.

SK는 지난주 10일 한화와의 주말 2연전을 시작으로 이번주 두산-삼성전까지 6경기를 내리 패했다. 16일 인천 홈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난타전 끝에 10대 13으로 재역전패했다.

SK는 9월 들어 연승과 연패를 오가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9월 첫째 주를 3연패로 시작했던 SK는 지난 3일 NC전부터 6연승 행보를 내달리며 다시 안정궤도에 접어드는 듯 했다. 9일까지 65승 65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을 회복하며 4위에 올라 가을야구 진출을 조기에 확정지을 기세였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사이에 승수를 고스란히 까먹으며 다시 6위까지 급추락했다. 5위 기아와는 반게임 차이지만, 7위 한화와도 1게임, 8위 삼성과도 2게임 차이에 불과하다. 한 시즌간 공들인 농사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절체절명의 위기다.

  30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SK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2016.8.30

지난 8월 30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SK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는 모습. ⓒ 연합뉴스


연패 기간 동안 SK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선발야구가 무너진 게 뼈아프다. SK는 6경기에서 무려 54점을 내줬다. 선발진이 줄줄이 무너지며 기선싸움에서부터 밀렸다. 이 중 비자책점으로 내준 실점만 7점이나 될 만큼 수비의 안정감도 떨어졌다.

에이스 김광현이 이 기간 2번이나 등판했으나 10일 한화전에서 2.2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고 16일 삼성전에서도 5이닝 7안타 4실점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당시 승리조건을 갖춘 상황이었고 투구수가 81개에 불과했으나 SK 벤치는 김광현의 공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조기교체를 단행했다. 결과적으로 SK는 김광현 강판 이후 불펜진이 줄줄이 무너지며 역전패를 당했다.

시즌 중반 팔꿈치 부상으로 한 달 넘게 공백기를 거쳤던 김광현은 올 시즌 10승 8패 자책점 3.89를 기록 중이다. 8월 복귀 이후 비록 3승을 거뒀으나 최근 8경기에서 자책점이 5.97로 크게 치솟았다. 특히 9월 3차례의 선발등판에서는 13.2이닝 동안 자책점이 무려 7.90에 이른다.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확실한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김광현을 성급하게 복귀시킨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다른 선발투수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메릴 켈리(5이닝 6실점)-브라올리오 라라(2.2이닝 4실점), 박종훈(6.2이닝 6실점), 윤희상(4.2이닝 5실점)까지 연패 기간 동안 선발 로테이션의 모든 선수가 대량실점을 허용하며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했다. 초반 실점이 많으니 따라가는 데 급급하다가 끝나버린 경기가 많았다.

설상가상 SK는 타선이 그리 안정감있는 팀이 아니다. 올 시즌 팀 홈런 1위(171개)를 기록하고 있지만 팀 타점(679점)과 득점(714점)이 모두 8위에 그치는 데서 보듯, 홈런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다. 정작 득점권에서의 결정력이나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시즌 내내 받고 있다.

기복도 심하다. 연패 기간 동안 SK는 13일부터 15일까지 올 시즌 팀 최장기간인 23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15일 삼성전에서 0-9로 뒤진 8회에 5점을 만회하며 무득점 기록을 겨우 깨기는 했지만 이미 승부는 넘어간 뒤였다. 16일 경기에서는 오랜만에 타선이 폭발적으로 터졌으나 이번엔 마운드가 무너지며 고비를 넘지못했다.

특정팀 열세도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고 있다. SK는 올 시즌 두산(4승 12패)와 한화(4승 11패)에 일방적인 열세를 기록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6연승 이후 만난 한화와 두산을 상대로 연패를 당하며 급격한 수렁에 빠졌다. 만일 SK가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다면 이 두 팀과의 천적관계에서 발목을 잡힌 게 결정적인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에게도 이번 2연전을 모두 내주며 7승 8패로 우위가 뒤집혔다. SK는 이번 주 주말 2연전을 치르는 NC에게도 6승 7패로 근소한 열세다.

 SK 김용희 감독. 그의 김광현 활용법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SK 김용희 감독. ⓒ SK 와이번스


잔여일정도 SK에게 썩 유리하지만은 않다. 유독 우천 취소 경기가 다른 팀보다 적었던 SK는 이제 올 시즌 8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잔여일정이다. 5강 경쟁팀인 LG와 기아는 12경기, 한화는 1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만큼 다른 팀에 비하여 승수를 만회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18일까지 NC와의 2연전을 마치고 나면, 앞으로 잔여일정을 소화하는 남은 3주간은 일주일에 2경기 씩만 치르는 여유있는 일정이라는 점. 포스트시즌처럼 에이스급 투수들의 집중 투입과 마운드 총력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SK에 유리하다. 한화(9월 25일)와의 최종전을 제외하면 상대전적에서 우세하거나 큰 차이가 없는 팀이라는 것도 해볼만하다는 희망을 걸 수 있다.

다만 6위로 밀려난 현재 상황에서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압박감을 극복해야한다. 앞으로 1경기를 패배할 때마다 자력 5강 진출의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진다. 또한 불규칙한 휴식일로 경기감각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은, 마운드보다는 가뜩이나 장타 의존도가 심한 타선에 더 부작용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NC와의 주말 2연전에서 최소한 1승을 거둬 본격적인 잔여일정을 앞두고 연패 부담을 탈출하는 게 급선무다.

SK는 지난해도 치열했던 5강 경쟁에서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던 팀이다. 지난해보다 더 치열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올 시즌 순위싸움에서 SK가 또 한 번 탈락 위기를 극복하고 가을 DNA를 증명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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