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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정권수립일을 맞아 지난 9일 오전 핵실험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소식통이 밝혔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월 공개한 장면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앞에서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지도하는 모습.
 북한이 정권수립일을 맞아 지난 9일 오전 핵실험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소식통이 밝혔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월 공개한 장면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앞에서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지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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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을 한 지 불과 8개월 만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여권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가 하면,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의 징후가 있을 경우 북한 수뇌부를 즉각 대량응징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일 3국을 중심으로 이참에 김정은 체제를 붕괴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두되는가 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한·미·일의 레임체인지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강행한 5차 핵실험의 여파로 국내 정치는 물론이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훨씬 복잡하고 난해해졌다.

한반도를 대결과 대립의 격전지로 만드는 북한의 핵실험이 무모한 도발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에 여야는 물론이고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다.

북한이 계속해서 국제사회와 단절된 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대결의 정치만을 고집한다면 고립은 피할 수 없다. 당장 유엔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대북 제재안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은 추가제재의 피해가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근본 대책과 처방 없이 '분노'만 하는 박근혜 정부

한편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번 핵실험은 그동안 정부와 미국이 고집했왔던 대북 강경책의 수정이 불가피해졌음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 제재조치에 직면해야만 했다. 정부가 폐쇄시킨 개성공단 역시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대북 제재조치의 일환이었다. 그동안 정부와 미국은 이같은 강경 제재조치가 북한의 핵개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온 터였다.

그러나 이번 5차 핵실험으로 대북 강경 제재조치가 핵개발 억제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북한은 건재했고 그들의 핵개발 의지는 더욱 불타 올랐다. 오히려 북한은 핵실험 기간을 앞당기는 능력을 과시하며 국제사회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이는 북핵문제가 압박과 제재 등의 강경책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뜻이며, 정부의 대북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대응이 영 이상하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분노의 감정만 도드라질 뿐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과 처방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을 꽉 막혀있는 사드 배치 정국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정치적이며 계산적인 대통령의 '불순세력' 발언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순방 결과 비롯해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으로 인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주로 논의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 자리 안내하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순방 결과 비롯해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으로 인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주로 논의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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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9일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는 국내 불순세력이나 사회불안 조성자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 등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북한의 핵실험을 '불순세력'과 연계시키는 대통령의 인식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발언에서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고집해왔던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에 그렇다.

대통령의 발언은 사드 배치와 맞물려 상당한 파괴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더욱 정치적이며 계산적이다. 안보불안을 부추겨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는 것은 보수세력이 즐겨 사용해 온 전략이자 집권을 위한 상수다. 대통령이 내년 대선까지 내다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북한의 핵실험을 사드 배치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통령이 안보상황점검회의에서 "끊임없는 사드 반대와 같은 대안 없는 정치공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못박은 것은 그런 맥락일 터다.

대통령은 이날 '불순세력', '사회불안 조성자' 등 과거 권위주의 시절 횡횡했던 공안통치를 연상시키는 수사를 동원하기도 했고, 북한 김정은 노동장 위원장을 향해선 "정신상태가 통제불능"이라고 맹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전자가 현 정권이 애용해온 통상적인 국민 갈라치기 전략이라면, 후자는 냉철함을 상실한 감정적 대응밖에는 안된다.

박 대통령은 심지어 12일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 통일의 과업을 달성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대통령에게 있다는 사실과, 전쟁 가능성을 언급할 만큼 위태로운 현 시국이 강경책만을 고집했던 정부의 극단적인 대북 정책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독단적인 국정운영이 불안하게 비치는 이유

21세기 대한민국은 다양성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 국가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획일주의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는 다이내믹한 사회라는 뜻이다. 외교적으로도 남북 분단에 따른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대외정책이 필수적이다. 특히 사드 배치와 북핵문제 등과 맞물려 중·장기적인 대미·대중 외교 정책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인식 속에는 다양성의 시대에 걸맞은 입체적 사고가 도무지 엿보이지 않는다. 겉으로는 통합을 말하면서 국민을 애국세력과 불순세력으로 편 가르기 하고, 정파를 초월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경일변도의 대북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을 뿐이다. "정신상태를 통제할 수 없"다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못지않게 박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국정운영이 불안하게 비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북한 5차 핵실험, #박근혜 한반도 전쟁, #대북한 경제제재조치, #전술핵 배치, #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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