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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역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역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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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지나가면 된다! 몇 시간만 더 버티면 돼!!'

2016년 9월 13일, 수많은 직장인이 출근하면서 곱씹은 말이리라. 근로기준법상 8시간, 거기에 빼놓지 않고 있을 것만 같은 야근이지만... 뭐, 좋다. 오늘만 지나면 추석 연휴가 시작되니까.

으레 연휴가 다가오면 각종 매체는 추천 도서를 보도하곤 한다. "긴 명절 동안 귀성길 차 안이나 고향에 내려가서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면서 말이다. 언론 보도를 살펴보니 알랭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행나무), 드라마로 인기몰이 중인 <구르미 그린 달빛>(윤이수, 김희경, 열림원), 인문 서적 <바이올렛 아워>(케이티 로이프, 갤리온) 등의 책이 추천됐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밀정>부터 시작해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추석 전 주에 개봉했고, <매그니피센트 7> <벤허(2016)>가 연휴의 시작과 함께 관객들을 만난다. 어떤 직장인은 야근 때문에 보지 못한 드라마나 웹툰을 정주행할 듯하다.

다 좋다. 업무와 멀어지는 단 5일의 해방. 감성을 적셔주고, 이성을 채워주는 여러 콘텐츠들은 연휴가 아니고서는 만나보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연휴처럼 사무실에서 멀어질 때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지는 직장을, 자꾸 당신을 집에 보내지 않는 상사를, 직원들과 다른 세계에 사는 듯한 사장님을 유쾌하게 '까주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다. 또 스스로 '잘하고 있어'라면서 다독이는  것도 바람직하겠다. 이번 기사에선 이름하야 추석특집 '사무실 해독'(Office detox, 오피스 디톡스) 콘텐츠를 소개한다.

[사축일기]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김 부장이 떠오를 것이다

사축(社畜). 익히 알려진 대로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을 뜻하는 말이다. 지난해 11월에 출간된 책 <사축일기>(강백수, 꼼지락)는 직장인, 특히 '아랫것'들의 일상을 속 시원하게 담았다는 평을 받았다.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다. 작가가 묘사한 직장인의 삶을 감상해보자.

<눈치 게임>
1! 2! 3! 4! 5! / 3월이면 학교 앞 호프집에서 / 분위기를 타기 위해 즐겨 하던 눈치 게임 / 눈치를 잘 봐야 벌주를 안 먹는다.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 / 매일 여섯시 반부터 / 퇴근 지옥철을 타기 위해 시작되는 눈치 게임 / 순서를 잘 지켜야 욕을 안 먹는다. - 책 25쪽

<사축일기>는 어느 직장이나 꼭 있을 법한 '꼰대' 상사를 짚는다. 당신의 파트장이, 팀장이, 부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쫄지 마시라. 어차피 책 속에 있다. 이 페이지를 읽을 때만이라도 대거리 한번 시원하게 하시라.

 책 <사축일기> 중 한 페이지. 우리 주변에 만연한 꼰대 '김 부장'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책 <사축일기> 중 한 페이지. 우리 주변에 만연한 꼰대 '김 부장'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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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의 사정>
이번 달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평일 회식을 두시까지 달려야 하는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오늘 사장실에서 깨지고 돌아온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그리고 그 다음날 신입사원이 화장실에서 토를 한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화장실에 휴지가 채워져 있지 않은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커피믹스가 떨어진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복사기가 고장난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고 달이 지구 주위를 돌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안 오르고 출퇴근길 강변북로는 늘 막히는 이유
요즘 것들이 해이해서
- 책 53쪽


[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 이제... 상사를 관리하라

모든 상사가 위와 같은 건 아니지만, 김 부장 같은 사람을 만나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그렇다면 나는 어찌해야 하는지'가 고민될 것이다. 연휴 때 차분하게 자신의 일터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 있다. 2014년 6월에 나온 <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손성곤, 한빛비즈)가 바로 그것.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매우 이성적이다. 회사라는 조직이 굴러가는 원칙과 그 속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진단과 대안을 담아놨다.

손성곤 작가는 위 김 부장 같은 '노답' 상사와 당신의 상관관계를 두고 "가까이 일하는 상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닮게 된다"라면서 "일하는 방식도 생각하는 수준도 상사를 닮아 퇴보하는 당신을 떠올려보라, 끔찍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이런 조직원은 상사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신이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가 제시한 세 가지 해법은 다음과 같다.

 책 <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 중 한 페이지. '관리자를 관리하라'는 조언 이외에도 주옥같은 회사생활 꿀팁이 담겨 있다. 영양가가 좋은 책.
 책 <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 중 한 페이지. '관리자를 관리하라'는 조언 이외에도 주옥같은 회사생활 꿀팁이 담겨 있다. 영양가가 좋은 책.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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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상사의 감정에서 당신을 떼어내라 : 망설이지 말고,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주도적으로 상사와의 관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둘째, 상사가 일을 제대로 시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 일의 목표와 상사가 원하는 구체적 기준, 기대사항, 마감기한을 파악하라.
셋째, 기록하라 : 문서화된 것은 당신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게 해준다. 마치 당신을 흡혈귀로추터 지켜주는 성서와 같다. 상사는 펜을 든 직원을 절대로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 책 144~149쪽.


삼성그룹 공채로 제일모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손성곤 작가는 '직장생활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며, 국내 1호 '퇴사 컨설턴트'로 살고 있다. 책 이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더 보고자 한다면? 그가 운영하는 직장생활연구소 누리집에 가보시라. 알토란같은 정보들이 있다(http://kickthecompany.com/).

[약치기 그림] "인생은 어차피 고통... 조그마한 재미·행복 필요해"

 <약치기 - 81> 피해보려다 피해봄.
 <약치기 - 81> 피해보려다 피해봄.
ⓒ 약치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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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 : "피할 수 없다면 즐ㄱ...!!"
사원 : "못 피했으니 즐기세요! (따귀 찌약)"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약치기 그림'이다. 일러스트를 그리는 이는 '그림왕 양치기' 양경수(33) 작가. 그는 흥이 돋지만 천박하지 않게, 한국인의 일상을 조명한다. 야근·초과근무에 찌들어 사는 직장인의 애환부터 다이어트나 의상 등 아이 엄마들의 삶, 팍팍함으로 점철된 학생들의 일상 등을 여과없이 담아낸다.

현대불교미술, 웹툰 등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려왔던 양경수 작가는 지난 5월 나온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히노 에이타로, 오우아)의 삽화를 계기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약치기 그림의 강점은 '공감'이다. 마치 내 속 마음 같아 사람들은 타임라인에 약치기 그림을 퍼다 나른다. 모든 작품이 직장 생활을 다루는 건 아니기 때문에 공감의 영역도 넓은 편이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약치기 그림'을 시작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힘들고' '짜증나고'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마음이 삶의 기본 바탕이라고 생각해요. 삶은 곧 고통입니다. 거기에 행복이 찾아오는 거죠. 근데 사람들은 '내 바탕은 행복인데, 짜증을 유발하는 게 끼어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결국 힘든 상황이 생기면 경계부터 하고 보는 거죠. 그래서 이런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웃음이라도, 행복이라도 주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힘들고 화나는 상황을 재미있게 그리기 시작했어요."

'약치기 그림'은 소셜 미디어, 특히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다. 굳이 오랜 시간 페이지를 넘겨 보지 않고, 단 한 컷으로 승부한다. 현재 <스포츠경향>에 '세상 약치기'를 연재하고 있고, 최신 작품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약치기 그림'에서 만날 수 있다(페이지 좋아요 수가 순식간에 10만을 돌파했다).

[윤직원의 태평천하] 차분히 덤덤하게, 지극히 생생하게

약치기 그림이 재미와 해학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현실적인 상황 묘사로 직장인의 심금을 울리는 웹툰이 있다. 브런치 작가 '윤직원'의 작품 '윤직원의 태평천하'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까지 101개에 달하는 에피소드가 올라왔다. 직장 생활 중 일어나는 일이 상당수지만, 학생들의 사례도 녹여냈다.

덤덤하게 직장 풍경을 옮겨놓은 그의 코멘트를 감상해보자.

"원래 신입 월급은 팔할이 욕값이래"(밥 안 먹어도 배부른 신입사원 중)
"회사 생활에 힘든 점은 없고?" … "굳이 꼽자면 출근이 가장 힘들죠"(팀장 면담 중)
"직원씨가 있어서 회사가 빛나는 군..." … '나의 야근으로 빛나는 회사'(빛나는 회사 중)
"사람 지나가니까 갑자기 일하는 척하는 거 다 안다"(사수는 다 안다 중)

개인적으로 백미는 '직장생활능력시험' 편이었다. 회사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함께 문제를 풀어보자(더 많은 작품은 여기에! https://brunch.co.kr/@yoonjikwon). 아, '윤직원의 태평천하'는 책으로도 엮여 나올 계획이다(출판사 시드페이퍼). 9월 20일께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단다.

 자, 풀어보자. 답은...? (몇번이지...;;;)
 자, 풀어보자. 답은...? (몇번이지...;;;)
ⓒ 윤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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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아저씨] 이 시대 중년을 위한 힐링 만화

회사엔 사장, 부장, 팀장 아래 바로 최하층 사원들만 있는 건 아니다. 위에서 까이고 아래에 받히는 중간관리직도 있다. 중년으로 대표되는 중간관리직의 고단함과 즐거움을 그린 작품도 있다.

네코마키가 그린 일본 만화 <시바 아저씨>(학산문화사, 2016년 5월)는 당신에게 훈훈한 힐링을 안겨줄 것이다. 회사에서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가정에서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존재. "사랑하는 가족을 부양할 책임을 진 남자(아빠)가 진화한 모습'을 '시바견'으로 표현했다.

 책 <시바 아저씨> 중 한 장면. 중간 관리직의 애환을 녹여낸 작품이다. 아재들의 힐링에 딱이다(기자도 아재라 힐링 받았음을 밝힌다, 중간 관리직은 아니지만...).
 책 <시바 아저씨> 중 한 장면. 중간 관리직의 애환을 녹여낸 작품이다. 아재들의 힐링에 딱이다(기자도 아재라 힐링 받았음을 밝힌다, 중간 관리직은 아니지만...).
ⓒ 학산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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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빠가 개가 되는 건 아니다. 전제조건이 따른다. "가정 내 실권을 아내에게 넘길 때 또 다른 진화가 시작되는 것"이란다. 아빠, 가부장의 역할 규정 그리고 개(시바견)로 진화한 형태는 일본이라는 공간적·문화적 배경에 근거한 것이니 읽으면서 불편해 하지 않아도 좋을 듯. 장기침체의 터널을 지난 일본의 모습은 지금 한국의 사회상과 일정 부분 닮은 점이 있기에 공감 요소가 있다.

신입사원 사쿠라군의 어리바리한 일처리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휴일 이른 아침 아재들끼리 모여 서바이벌을 즐기는 밀덕(밀리터리 덕후) 취미질, "아빠가 화장실에 가면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딸의 디스까지. 재미 요소도 다분하다. 다만, 이 작품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왜 없느냐는 것이다(집에 있는 존재로 규정된다).

5일이라지만 당신의 연휴는 짧다. 그리고 찰나의 시간이 지나면 당신을 기다리는 건 '또다시 출근' '망할 월요일'이다. 짧디 짧은 연휴, '월급쟁이'의 애환이라도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풀 수 있길 바란다. 이런 게 '오피스 디톡스'요, 정신 건강 특효약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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