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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자 간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철도, 지하철, 병원, 가스,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공공성서비스를 제공하는 6만여 명의 공공기관 노동자가 9월 27일 대규모 무기한 동시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9월 23일에는 금융노동자, 9월 28일 보건의료노동자가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성과주의는 '국민피해' '민영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사회공공연구원과 오마이뉴스는 공공부문 성과주의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총 6회에 걸쳐 짚어본다.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의 공공부문을 대표하는 산별노조(연맹)로서, 조합원 17만명의 민주노총 산하 최대 조직이다. 철도, 지하철, 건강보험, 국민연금, 가스, 서울대병원, 출연연구기관 등 주요 공공기관 및 학교와 지자체비정규직(공무직)·인천공항비정규직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버스, 화물연대 등 운수산업 노동자를 포괄하고 있다. [편집자말]
 기획재정부
ⓒ 기획재정부

얼마 전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한국증권금융 상임감사에 선임됐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메시지 담당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고, 새누리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을 지냈으며,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대선본부 메시지 팀장을 맡았다. 돌연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냈다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억대가 넘는 연봉의 금융사 감사로 가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보수언론들마저 공공개혁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비판기사를 쏟아냈다. 조인근 감사와 그를 감사로 선임한 쪽은 공공기관도 아닌 한국증권금융의 감사에 낙하산 논란이 일면서 관심이 쏟아지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증권금융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진 않았어도, 증권사들의 주식투자 예탁금을 보관하는 유일한 금융기관으로, 국고여유자금까지 운용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금융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금융공공기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4대 부문 구조개혁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도 못했지만, 중점 구조개혁 분야는 공공부문, 노동부문이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만을 별도로 분리하여 정책을 제시하거나 전망을 제출하지 않았지만, 핵심적인 구조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공공부문 효율성 향상을 들었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 공공기관의 역할 및 기능 조정·강화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공공기관을 정상화한다는 명목으로 공공기관 구조조정과 민영화, 노동조합 공격(무력화)에 방점을 두어 추진되고 있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흐름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2014.3) 및 새누리당 의원 155명이 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개정안(2014.11)에도 반영되었으며,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방향(2015.1.16.)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2014년에는 방만경영과 과도한 복리후생의 축소 문제로, 2015년에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로 정부와 공공기관 노동조합 사이에 갈등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2016년에는 노조의 거센 반발과 노사정 대타협의 분위기를 감안해 그동안 보류해왔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정부의 독자적인 노동개혁 추진 의사 표명에 따라 2017년부터 전면 실행하기 위해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부채, 정부 정책 실패 탓

그렇다면 이러한 공공부문 개혁은 성과가 있었을까? 우선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보자.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가 과잉복지와 방만경영의 결과라고 하였지만, 공공기관에 강제로 떠넘긴 4대강사업을 비롯한 해외자원개발, 보금자리주택과 같이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정책실패와 가스, 전기, 철도, 수도, 통행료 등 공공요금의 비정상적 통제, 불가피한 공공서비스 확충 등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

실제 공공기관 부채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가 져야할 책임을 공공기관에 돌리거나 위험성을 부풀린 정황을 발견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 급증에 대한 원인 규명과 지난 5년간 공공기관 선진화를 한다면서 공공기관 부채만 200조 이상 불려놓은 이명박 정부와 관료들에 대한 책임 추궁은 빼놓은 채 오히려 이를 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 전가해왔던 것이다.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개선은 어떨까? 방만경영이라는 용어 자체가 다른 나라에는 없는 한국식 조어다. '방만경영'은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병폐로 '철밥통'과 함께 기획재정부와 언론으로부터 지난 1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쯤되면 일소될 만도 하건만,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은 여전히 심각하단다. 심심하면 발표되는 감사원의 공공기관 감사 결과도 그렇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공공기관을 관리해온 기획재정부 자체에 문제 있는 건 아닐까.

임금피크제 도입을 살펴보면, '임금피크제 도입=청년 고용 확대'라며 지난해 정부가 공공기관을 강하게 압박한 결과 모든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하지만 정년 연장 대상자의 임금을 줄여 청년 채용을 늘린다는 애초 계획과는 달리, 정작 신규 채용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에 채용된 공공기관의 신규인원은 5,246명으로, 임금피크제가 논의되던 2015년 같은 기간 채용규모인 7,125명보다 26.3%나 줄어든 것이다. 더욱이 국회입법조사처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에 따른 채용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공공기관의 신입사원 채용률이 도입한 공공기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 기조와 상충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성과연봉제 도입·확대 강요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개혁이 잘못되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증진할 수 있는 개혁방안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효과가 검증된 바는 없다. 2010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에 따라 간부급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시장형 공기업 11곳을 분석한 결과, 성과주의 임금체계는 1인당 매출액, 1인당 부가가치 등에 부정적 효과를 나타내거나, 성과와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도리어 성과주의가 강화될수록 1인당 매출액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성과연봉제가 공공기관 본연의 설립목적과 공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는 학계와 시민사회, 노동조합의 일치된 진단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계속된 '낙하산 잔치'

이처럼 지난 10여 년 동안 계속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 공공성과 투명성을 약화시켜 왔다. 사실 공공기관의 성과 저하는 사실상 낙하산 인사에 있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었던 2012년 12월 25일 "공기업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선임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제18대 대선 공약은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국정 운영의 일환으로 공무원 및 공사의 채용 과정에서 인사비리나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에는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척결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팽겨졌고 낙하산 인사에 대한 거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낙하산 잔치는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국회 차원에서는 회기마다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들이 쏟아졌고, 최근에는 수조 원대 분식회계와 경영비리로 얼룩진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원인으로 '낙하산 인사'가 지목되면서 '낙하산 방지법'으로 이름 붙은 공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낙하산 근절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남은 임기 동안에 낙하산 인사를 꽂아넣을 자리 물색에 더 노력하고 있는 양상이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그간 주목되지 않았던 기관들에까지 '정(政)피아'(정치인과 마피아의 합성어)가 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임명된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의 경우 주무부처 전직 관료 출신이 두드러졌지만, 상임감사 자리에는 정피아가 두드러졌다. 올해도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언론과 노동조합 등이 주목하는 기관장 대신, 소리 없이 노른자위를 차지한 셈이다.

올해 임명된 공기업·준정부기관 상임감사 25명 가운데, 해당 기관의 감사로서 역량과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정치권과의 연고를 통해 임명되었다고 할 수 있는 낙하산 상임감사가 2/3가 넘는 18명에 달했다. 기타공공기관의 상임감사까지 포함하면 낙하산 인사의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다.

낙하산 인사의 경우 직무 관련 능력이나 전문성보다는 정실에 따라 임명되다 보니, 정부가 강조하는 경영혁신과도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낙하산 기관장과 감사는 정부가 전시성 공약을 이유로 무모하게 투자 드라이브를 걸어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기관 내부에 부패나 방만경영 요소가 있어도 태생적 약점 때문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자원공기업들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 실패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정피아로 대표되는 낙하산 인사들은 지방선거, 총선 등 각종 선거에 출마하거나 청와대 비서관 등 정무직 공무원으로 가면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사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공공기관 임원 자리는 다른 자리로 건너가기 위한 교두보, 다음 공천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리, 쉬어가는 자리에 불과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박근혜 정부 들어 3년간 2명의 사장이 선거에 출마한다며 3년 임기 도중 사퇴했으며, 그 과정에서 경영공백기간이 12개월이었다. 올해 초 인천공항에서 수화물 대란, 보안구멍 사태가 벌어진 것도 이러한 낙하산 인사와 무관하지 않다.

낙하산 인사가 임원으로 재직하는 경우 성과퇴출제와 같이 정부가 의도하는 정략적 성격의 공공기관 개혁은 강행처리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제대로 된 공공개혁이 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다. 이런 식의 낙하산 인사가 계속된다면 공공개혁은 요원할 것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아니, 낙하산 인사를 서슴지 않으면서 공공개혁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자 '반(反)개혁'이다.

기획재정부는 개혁 주체가 아니라 개혁 대상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책은 더 이상 개혁이라 할 수 없고, 이를 주도해 온 기획재정부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며, 자신의 책임부터 자각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년간 공공기관을 지속적으로 망쳐오면서도 그에 대한 책임은 전혀 부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부처 관료들을 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투하하면서 자기 잇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기재부 제국주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관계부처 합동'이라는 명목으로 거의 모든 정부 정책에 개입하여 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 공공기관 기능조정,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의 공공기관 정책뿐만 아니라 민간투자사업, 복지사업 통폐합, 지방재정 건전화, 규제 완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그밖에 안전문제, 노동개혁에도 관여하여 정책 왜곡, 정책 실패를 주도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대로 된 공공개혁은 정부가 강변하듯이 성과퇴출제의 강행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부문 개혁은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근절에서부터, 공공기관이 본연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는 것을 저지해온 기획재정부에 대한 개혁에서부터 시작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입니다.



태그:#공공부문 성과주의 임금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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