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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타고 달리면서 시범을 보이는 마상무예
▲ 마상무예 말을 타고 달리면서 시범을 보이는 마상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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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3시부터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동문인 창룡문 안쪽 잔디밭에서 열린 수원시립예술단의 '선기대(善騎隊) 화성을 달리다' 시범이 성황리에 열렸다. 선기대란 말을 잘 타는 군대라는 뜻이다. 한 마디로 선기대는 마상무예를 잘 하는 기병들을 말한다.

무예 24기는 정조대왕이 실전에 맞게 집대성한 것으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수록되어 있는 무예를 말한다. '무예24기'는 조선시대 군사무예교범인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24가지의 무예로 '무예이십사반'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 무예도보통지 속에는 <무예이십사기>로 기록되어있다.

화성 창룡문 앞에 모여 무예24기 시범을 보기 위한 안파
▲ 관람객 화성 창룡문 앞에 모여 무예24기 시범을 보기 위한 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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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도보통지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각종 외침을 겪었던 조선이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해 조선, 중국, 일본 등 동양 삼국의 무예 중 정수만을 집대성한 실전무예지이다. 더욱 무예도보통지에는 우리나라의 무기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사용하던 무기들까지도 그 동작 등을 실어 실전의 교범으로 삼고 있다는 데에서 가히 당대 최고의 무예지라고 볼 수 있다. 무예도보통지에 전하는 무예 24기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본국검 2. 예도 3. 제독검 4. 쌍수도 5. 쌍검 6. 마상쌍검 7. 등패 8. 왜검 9. 왜검교전 10. 월도 11. 마상월도 12. 협도 13. 장창 14. 기창(騎槍) 15. 죽장창 16. 기창(旗槍) 17. 당파 18. 낭선 19. 권법 20. 곤봉 21. 편곤 22. 마상편곤 23. 격구 24. 마상재 등이다.

<무예도보통지>는 조선무예를 극대화 시킨 것

무예24기 시범을 보이고 있는 수원시립예술단
▲ 시범 무예24기 시범을 보이고 있는 수원시립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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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척계광이 지은 <기효신서>에 기록된 무예 6종은 후일 조선에도 전해져 <무예제보>에 실렸다. 이 무예제보의 내용은 이후 <무예도보통지>까지 이어지면서 조선 무예를 극대화시킨다. 기효신서에는 6가지 무기의 장, 단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장창은 길어 원거리에서 적을 처리하기 좋으며, 낭선은 길이와 더불어 가지의 철붙이로도 공격하니 장창은 낭선을 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낭선은 그 기법이 등패를 뚫지 못하고, 등패는 낭선을 이기지만 곤방의 음양수에 당해내지 못한다. 곤방은 장도를 당해내지 못하며, 장도는 당파를 당해내지 못한다. 당파는 길이에 있어서 장창을 당해내지 못한다.

원앙진까지 선보인 각종 시범에 관중들 환호성

무예24기 시범 중 전투시범을 보이는 수원시립예술단
▲ 시범 무예24기 시범 중 전투시범을 보이는 수원시립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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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24기 시번 중 진법 시범인 원앙진 시범
▲ 원앙진 무예24기 시번 중 진법 시범인 원앙진 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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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장창과 낭선, 등패, 곤방, 장도, 당파의 무기들의 장, 단점을 서로 보완하면서, 하나로 모아 진으로 구성하여 약점을 보완하고 병력을 극대화 시킨 것이 바로 '원앙진(鴛鴦陣)'이다. 원앙진은 명나라 장수 척계광이 고안한 진법이다. 원앙진이라 함은 진형을 이룬 형세가 마치 원앙의 모습과 흡사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한 원앙은 암수 한 쌍 중 한 마리가 죽으면, 남은 한 마리가 따라죽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하기에 원앙진을 이룬 병사 한 명이라도 죽으면 남은 진중의 모든 병사를 참수했다고 한다.

원앙진은 12명이 1대를 이룬다. 우선 등패와 요도를 든 등패수 2명이 앞에 서고, 그 뒤로 10명의 갖가지 무기를 든 병사가 2열종대로 진을 갖춘다. 이 원앙진은 명나라 중기 절강성을 비롯한 동중국해 연안일대에 출몰하는 왜구를 토벌하기 위해 만든 진법이다. 하지만 명군이 원앙진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조선 후기에 편찬된 <병학지남연의>라는 병서에는 원앙진의 위력을 이렇게 적고 있다.

"명나라 군대가 평양으로 진입한 다음 먼저 화포를 발사하고 이어서 화전을 발사하니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 듯했다. 화포와 화전의 공격에 왜적들은 기가 꺾였다. 적이 먼저 돌진해오면 낭선부대를 집중시켜 대기하고, 적이 움직이지 않으면 등패수들이 먼저 공격해 들어간다. 왜적이 패하여 도망가니 가히 천하무적이다."

마상무예의 진수 선보인 마상재, 그러나 문제점도 노출

시범을 보이던 중 월도를 갖고 대나무를 베고 있다
▲ 베기실연 시범을 보이던 중 월도를 갖고 대나무를 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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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타고 달리면서 활을 쏘고 있다
▲ 활쏘기 말을 타고 달리면서 활을 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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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기대 화성을 달리다'는 마상무예이다. 무예 24기 중에는 기창, 마상쌍검, 마상월도, 마상편곤, 격구, 마상재 등 모두 6종의 마상무예가 전한다. 말을 타고 시범을 보이는 무예24기 시범단의 모습은 늠름했다. 말 위에 올라타고 열을 맞춰 대열을 정리하는 모습부터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시범단의 모습을 보는 관중들은 연신 박수로 그들을 맞이했다.

말을 달리면서 활을 쏘는 마상활쏘기 시범과 마상월도, 마상편곤, 마상쌍검 등이 선을 보였다. 말을 타고 달리던 도중 중간에 마련한 짚이며 대나무, 판지 등을 내리쳐 박살을 낼 때마다 관중들은 환호했다. 보는 이들의 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마상무예는 가히 무예24기 시범의 압권이었다. 끝으로 달리는 말 위에서 재주를 피우는 마상재가 시작되자 환호성은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마상무예를 선보이던 중 두 명의 시범단이 달리는 말 위에서 떨어져 관중들을 안타깝게 했다. 마상무예를 선보이던 중 말에서 떨어지면 순간적으로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달리는 말이기 때문에 그 충격이 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을 타는 시범단들은 무엇보다 말과 교감을 이뤄야 한다.

이번 '선기대 화성을 달리다' 시범을 보이기 위해 시립예술단원 중 말을 타고 시범을 보이는 단원들은 20일 정도 말을 타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말을 잘 타고 능숙하게 시범을 보이는 단원들이지만 말과의 교감이나 말의 성능 등에 따라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연습을 할 때부터 한두 마리의 말들이 제 속력을 내지 못하는 등 무엇인가 불안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중석에서는 "말이 늙은 것 같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일 년이면 수  차례에 걸쳐 마상무예 시범을 보이는 시립예술단의 무예24기 시범. 하지만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마상무예에서 사용하는 말은 단원들이 늘 타고 훈련을 할 수 있는 전용마가 아니라고 한다. 시범을 보이기 위해 임대를 해서 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각종 재주를 선보이는 마상재
▲ 마상재 말을 타고 달리면서 각종 재주를 선보이는 마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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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24기 시범을 보이는 수원시립예술단원들은 많은 횟수의 무예시범과 마상무예시범을 보이고 있다. 무예24기 시범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단원들과 말들이 서로 충분한 교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수원시립단원들의 전용마가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조선 최고의 무예시범인 무예24기 시범을 보이는 예술단이 보이는 수준 높은 공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용마가 필요하다. 마상무예를 선보이다 낙마를 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선기대, #화성, #무예24기 시범, #마상시범, #수원시립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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