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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었던 지난 2일, 총선넷 관련 경찰 조사 받았습니다. 저는 지난 8월, 2016년 총선넷 활동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습니다. 제가 몸이 아픈 관계로 병원에서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2일, 총선넷 관련 경찰 조사 받았습니다. 저는 지난 8월, 2016년 총선넷 활동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습니다. 제가 몸이 아픈 관계로 병원에서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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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었던 지난 2일, 총선넷 관련 경찰 조사 받았습니다. 당일 오후 1시 50분부터 오후 3시 49분까지 2시간에 걸쳐 서아무개·정아무개 두 경위에게 조사를 받았습니다. 2016 총선넷 낙선운동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였습니다. 저는 지난 8월, 2016년 총선넷 활동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 경찰 출석 통보, 수술 앞둬 병원이라 했더니?).

제가 몸이 아픈 관계로 병원에서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다인실 병실이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조용한 공간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적당한 장소가 없더군요. 옥상 휴게실에 올라갔는데 다른 환자들이 흡연을 하러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도중에 여러 번 조사를 쉬어야 했지요.

경찰은 "불편하면 다음에 조사를 받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왕 시작한 조사니 받겠다고 했지요.

경찰의 신분증도 확인하고 진술을 거부할 권리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 등 피의자의 기본 권리를 고지받고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총선넷 활동, 경찰의 질문에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조사내용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로 인적 사항, 직업, 소득, 종교, 혈액형, 전과 여부, 정당이나 사회 활동, 기사, 가족사항 등 개인정보에 관한 것을 자세히 묻더군요. 기본적인 이름과 생년월일 빼고 모두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둘째, 제가 활동 중인 시민단체인 '장준하 부활 시민연대'와 '백만 등불운동'에 관하여 묻더군요. 단체의 발족식부터 대표와 조직 구성, 활동 상황, 나의 역할 등을 모두 캐물었습니다. 이미 많은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알아낸 것 같더군요. 저는 이에 관해 모두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셋째는 총선넷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주모자, 조직 자금 논의 사항, 낙선·낙천 운동을 위해 미리 대상자를 선정하고 언론 플레이, 댓글단 등을 운영한 것에 관해서 물었습니다. 조직적으로 활동했다는 전제하에 치밀한 질문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그 질문 자체에 모욕감을 느꼈고 아는 사실도 없어서 질문 자체를 듣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질문의 내용을 읽어 보는 것으로 의견을 냈습니다. 질문지를 읽어보니 기가 막히더군요.

"총선넷이 치밀한 계획 아래에 '기자회견을 빙자한 집회'를 하며 낙선 투어를 다녔고 사회자가 퍼포먼스 등을 빙자 선동을 했다. 장준하 부활 시민연대는 분담금을 얼마나 냈나? 누구를 낙선자로 선정했나? 몇 명의 회원이 가담하고 같이 다녔나?"

이를 보면, 총선넷과 함께한 시민단체나 개인을 엮으려는 질문을 보였습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함께한 시민단체의 유권자 운동을 '불법'으로 엮으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보이더군요.

질문지를 읽으면서 심한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경찰은 시민 단체 활동가나 시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 것일까요. 참여연대 안진걸 처장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시민단체가 마치 로봇이나 하수인처럼 역할을 분담해 특정인의 낙선운동을 계획적으로 실행했다는 주장은 정말 어이없는 발상입니다. 시민들이 생각이 없는 바보라고 여기는 건가요?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8월 17일 열린 기자회견 "총선넷 활동은 정당한 유권자 운동"
▲ 총선넷 수사 규탄 지난 8월 17일 열린 기자회견 "총선넷 활동은 정당한 유권자 운동"
ⓒ 안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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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활동가는 누구보다 소신이 뚜렷하고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환경·노동·인권·주거·청년 문제·장애·교육 등 각자 지향하는 방향도 다르고요. '총선넷'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함께한 것은 그 모든 문제가 유권자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해 바로 알리려 했을 뿐, 활동가들 사이에서 관심 영역도 다 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찰은 제가 함께 한 춘천 김진태 낙선 투어에 관해서도 물었습니다. 참가 사실, 발언 내용,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정권, 단 한 표도 주지 맙시다"라고 적힌 손피켓 제작 여부, 녹취 내용, 사진, 사회자 소개 등에 관해 증거를 내밀며 묻더군요. 제 발언과 관련된 기사를 읽었는지 "국정원 앞 발언 외에 또 한 번의 발언이 있었다"며 발언의 내용을 읽어 주더군요. 저에 관한 사실은 인정하고 다른 사람 발언과 동행자 기자회견 상황 피켓 등에 관해서는 모두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종로 오세훈 낙선 투어 2회 참가 사실도 확인하더군요. 구멍 뚫린 피켓을 들고 있던 것, 발언 여부 등에 관해서요. 참가 사실과 피켓을 들고 있었던 것을 인정하고, 나머지 상황에 대해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저는 마지막에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총선넷은 전국 1000여 개의 시민단체와 개인이 유권자의 권리를 위해 큰 틀에서 각자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려 모인 것이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조직된 단체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오세훈 당시 후보의 경우 급식 관련 운동을 하는 단체나 학부모라면 '무상급식 논란'을 일으켰던 사람이 후보로 나왔는데. 하고 싶은 말이 왜 없겠는가.

지난 총선 당시 춘천 지역구 같은 경우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세월호 가족에게 막말을 한 사람이 후보로 출마했다. 화가 나서 달려가지 않겠나. 저도 그래서 함께한 것이다."

그리고 저는 경찰에게 개인적으로 제안을 하나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능범죄수사대'라는 부서의 이름을 다른 명칭으로 바꾸라고 말입니다. 부서명이 듣기에 상당히 기분 나쁘고 거부감이 든다고 했습니다.

출력해 온 조서를 읽고 수십 번 도장을 찍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 조서 카드에 지문날인을 요구하더군요. 지문 날인은 필수 사항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 날인을 거부하고 조사를 마쳤습니다.

시민은 시민의 권리를, 경찰은 경찰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 날을 위해 저는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태그:#총선넷 낙선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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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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