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조정은. <레미제라블> 재연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던 그녀가 오는 3일,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로 돌아온다. 차기작 <몬테크리스토>도 확정된 상황.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오는 11월부터 상연될 예정이다.

2014년 뮤지컬 <드라큘라>의 초연 당시 미나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조정은의 프로필 이미지. 조정은만의 매력을 잘 보여준 필모그래피로 꼽힌다. ⓒ 오디컴퍼니(주)


"어, 이 분들 누구시죠? 지금은 안 계신 분 같은데…. (웃음)"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 전, <드라큘라> <지킬 앤 하이드> <엘리자벳> <레미제라블> 등의 프로그램 북을 꺼내어 사인을 부탁하자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던진 첫마디였다.

뮤지컬을 즐겨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초연 <레미제라블>의 판틴으로 처음 만났던 그녀. 고운 선과 애절한 음색 그리고 섬세한 연기까지, 그녀는 자신을 이루는 각 요소를 '조정은'이라는 틀 안에 용해했다. 대체불가능한 자기만의 아우라로 무대를 물들이는 몇 안 되는 배우. 애정배우로 가슴 한 켠에 당당히 자리 잡았던 그가 드디어 돌아온다.

그런데 작품이 아니라, 페스티벌이다. 선녀 조정은이 자라섬에 강림한다. 2016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서울 양재동 연습실 인근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정은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라섬 그리고 배우 조정은에 관하여.

왜 하필 자라섬일까

 PL엔터테인먼트에서 제공한 뮤지컬 배우 조정은의 프로필 이미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그녀. 주변 사람을 감화시킨 대표의 힘일까 아니면 곁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손을 잡는 조정은의 힘일까. ⓒ PL엔터테인먼트


초연에 이어 재연 <레미제라블>의 판틴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그녀는 잠시 쉬는 시간에 들어갔다. 간간이 콘서트 게스트로 모습을 드러냈을 뿐, 별다른 소식 없었다.

"특별히 뭐 안 하고 집에서 그냥 쉬었어요. 못 만났던 사람들 만나고 다니면서요."

그녀의 차기작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던 무렵, 의외의 라인업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했다. PL엔터테인먼트에서 주최하는 '2016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 6개월만의 복귀가 작품이 아닌 페스티벌이라니.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게 된 건지 궁금했다.

"대표께서 페스티벌을 하고 싶다고 처음 말씀하셨을 때, 응원해드리고 싶었어요. 적극적으로 도와줘야겠다고 고민의 여지없이 결정했죠. 대표의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았다고 하더라고요. 머리로는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 힘들게만 할 텐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라는 생각, 그리고 가슴으로는 '뮤지컬 마니아들과 일반 관객들이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 뮤지컬에 대한 대표의 열정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사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시상식이 없어지면서, 작품과 회사를 떠나 재능 많은 배우들이 다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사라졌잖아요. 한정적인 공간에서만 대중과 만날 수 있다는 게 참 안타까웠는데, 이번 페스티벌이 각자를 구분하는 경계선을 지우고 함께 즐기는 자리가 되고 또 그런 자리를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지 않을까요. 그런 말씀을 사석에서 대표가 했을 때, 조금이나마 도와드릴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라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올해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조정은의 엠마 지난 2015년 2월 15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1000회 기념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가졌다. 엠마 역으로 열연한 조정은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지난 2015년 2월 15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1000회 기념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가졌다. 엠마 역으로 열연한 조정은 역시 이 무대 위에 올라왔다. <지킬 앤 하이드> 1000회차 공연은 뮤지컬 마니아 사이에서 '레전드' 회차로 꼽히는 현장 중 하나이다. 그녀는 그 무대의 무게감에 결코 짓눌리지 않았다. ⓒ 곽우신


조정은 배우는 조곤조곤 동시에 차분한 어조로 자신이 관찰하고 느낀 것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답변을 하고 나니 함께한 PL엔터테인먼트 스태프가 웃으며 "페스티벌 레이디 같다"라고 평했다. 마치 송혜선 대표의 대변인 자격으로 이 자리에 온 것 같다고 했더니 그녀의 웃음보도 터졌다.

"대표로부터 왜 이 페스티벌을 하고 싶은지 안 들었다면, 아마 이 인터뷰 안 했을 거예요. (웃음) 제가 자라섬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얘기가 사실 별로 없잖아요. 배우로서 제가 무대에 서서 부르는 노래나 레퍼토리 정도가 다이니까…. 그런데 대표가 야근을 하고 있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페스티벌을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죠. 마침 그날 인터뷰가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은 참이었고요.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답했었는데, 대표의 말을 듣고 나니 제가 이 페스티벌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생기더라고요."

의도치 않게 인터뷰 성사에 도움 주신 송혜선 PL엔터테인먼트 대표께 감사드린다.

쉽지 않은 과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배우 조정은. <레미제라블> 재연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던 그녀가 오는 3일,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로 돌아온다. 차기작 <몬테크리스토>도 확정된 상황.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오는 11월부터 상연될 예정이다.

작품의 무대를 준비하는 것과는 또 다른 어려움을 느꼈다는 그녀. 낯선 작업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걱정을 털어버린 그녀는 한결 가벼워 보였다. 여러 경험을 토대로 여기까지 올라온 그녀였기에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 PL엔터테인먼트


"준비하는 과정이 결코 순조롭지만은 않았어요.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까 쉽지 않았죠. 아무리 아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소통과 설득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꼈고요.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잖아요. (웃음) 그래도 준비하면서 좋았어요. 작품이든 행사든 배우의 입장에서 항상 단면만 보았었는데, 다른 각도에서 관찰하면서 제작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조금이지만 이해하게 됐고요. 또 같이 소속되어 있는 배우, 같이 작품 했던 배우, 다른 시즌의 같은 역할을 했던 배우, 더블 캐스팅되어서 한 무대에 설 수 없었던 배우 등등이 함께 창조적인 걸 할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연극·뮤지컬 배우는 다른 연예·엔터테인먼트 장르의 연기자들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진다. 전파를 타고 브라운관으로 혹은 영화관 스크린으로 동시에 수십·수백만의 대중과 인사하는 이들에 비해,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한 번에 수십·수백, 대극장이라고 해 봐야 몇 천 정도의 접점이 전부이다.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에 오는 관객 중 다수는 뮤지컬 마니아이겠지만, 마니아만 오는 것은 또 결코 아닐 터이다.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한다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PL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주)랑이 홍보를 맡은 2016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의 포스터. 뮤지컬 장르에서 이렇게 대규모 '페스티벌' 형태로 무대를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기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 게 현실. 그녀는 배우의 한 사람으로 어떻게 이번 무대를 준비했을까.

PL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주)랑이 홍보를 맡은 2016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의 포스터. 뮤지컬 장르에서 이렇게 대규모 '페스티벌' 형태로 무대를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기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 게 현실. 그녀는 배우의 한 사람으로 어떻게 이번 무대를 준비했을까. ⓒ (주)랑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되고, 부담도 됐어요. 저를 처음 보는 분들도 있을 텐데…. 저보다는 제가 출연한 작품을 아는 분들도 많을 거고요. 그런데 생각을 바꿨어요. 저를 소개하려고 하지 말고, 작품을 소개해야겠다고 말이죠. 어떻게 보면 작품에 업혀 가는? (웃음) 같이 하는 배우들하고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가 나서서 우리 스스로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우리를 통해서 작품을 보여주도록 말이죠.

제가 부르는 노래를 통해서 유명한 작품을 알려줄 수 있다면, 그래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조금이라도 이해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부담스러운 마음이 싹 사라졌어요. 지금은 궁금해요. 얼마나 많은 분이 오실지, 어떤 반응을 보여주실지 말이죠."

걱정이나 부담을 버리고 그저 다가올 시간을 호기심으로 기다리고 있는 그녀. 그녀의 호기심은 어떤 식으로 충족될까. 어떤 관객들이 자리를 메워줄까. 전례가 없다보니 관객의 수는 얼마이고, 비중은 어떻고, 반응은 또 어떨지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다. 열심히 즐기면서 행사를 준비했던 배우의 입장에서, 자라섬을 찾는 관객이 어떤 마음으로 즐기기를 바라는지 물었다. 

"편하게 오시고, 편하게 보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좋아하셨던 분들은, 평소에 공연 보듯이 엄청 집중해서 안 봐도 되잖아요. 뮤지컬 잘 모르시는 분들도 '아, 뮤지컬이란 게 이런 거구나' '아, 이 노래가 이런 노래였구나'라고 편하게 느끼고 가시면 제일 좋을 것 같아요. 많이들 보러 와주세요. (웃음)"

편안한 배우, 조정은

 PL엔터테인먼트에서 제공한 뮤지컬 배우 조정은의 프로필 이미지.

좋은 삶과 좋은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는 그녀는 분명, 손에 꼽히는 좋은 배우이다. ⓒ PL엔터테인먼트


조정은은 '편안함'을 여러 번 강조했다. 관객이 편하게 보고 가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자기 자신도 편안한 배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잘하는 배우나 멋있는 배우가 아니라, 편안한 배우가 목표라는 건 어떤 뜻일까.

"무대에서 언제 봐도 편안하고, 언제 들어도 편안한 배우랄까요? 예전에는 무언가 다른 걸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이게 저의 색깔이잖아요. 나무에도 결이 있듯이, 그저 저라는 배우를 통해 제 결대로 저 다운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도 사람이다보니까, 조정은이라는 필터를 통해서 연기하다보니 조정은의 향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생선을 싼 종이에 생선 냄새가 나고, 향을 싼 종이는 향내가 나는 것처럼? 조정은이라는 향이 관객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저 예전에는 자존심도 엄청 세고, 상대가 잘못한 게 있으면 조목조목 꼬집었어요. 오히려 이제는 제가 잘못한 걸 바로바로 인정하고 먼저 사과하려고 해요. 완벽할 수 없다는 나의 연약함도 인정하고, 상대의 연약함도 끌어안고…. 더 성숙해지려고요. 편안한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삶을 살아 내야, 그 삶이 어떻게든 배어나와 무대를 보는 관객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미칠 테니까요. 그래서 계속 저라는 사람은 공사 중이에요. 공사 중에는 아직 삐죽삐죽하잖아요. 누군가에게 상처 주기도 하고, 상처 받기도 하고. 아마 죽을 때까지 안 끝나겠죠? (웃음) 이런 저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요."

관객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그녀. 그러기 위해 좋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사유를 멈추지 않는 배우. 우리가 그녀에게서 느끼는 건 편안함일지 모르지만, 그 편안함을 위해 그녀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에서 느껴지던 그 향의 근원에 대해서도…. 참, '선녀'답다.

 뮤지컬 배우 조정은. <레미제라블> 재연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던 그녀가 오는 3일,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로 돌아온다. 차기작 <몬테크리스토>도 확정된 상황.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오는 11월부터 상연될 예정이다.

그녀에게 지금의 별명을 안겨준 작품 <피맛골연가>. 2010년과 2011년 <피맛골연가>에서 '홍랑' 역을 맡으며, 그녀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공고하게 다졌다. ⓒ (재)세종문화회관


"선녀라는 별명이 참…. (웃음) 때로는 부담스러워요. 저는 선녀가 아닌데…. 왜 자꾸…. (웃음) 참, 그 날개옷(<피맛골연가> 당시 입었던 한복 의상)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배우 조정은과 일반인 조정은 사이에는 간극이 크거든요. 모순이 많죠. 제 일상생활은 그다지 '선녀선녀'하지 않아요. (직원을 돌아보며) 그렇지? (격하게 끄덕끄덕) '허당'에, 항상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흔들리는 사람인데, 선녀라고 하면 뭔가 답을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느낌도 있고…. (웃음) 김선영 언니는 '여왕' 잘 어울리잖아요. 진짜 여왕 같아요. 여왕 기질이 있거든요. 엄청 멋있지 않나요? (웃음) 그렇다고 싫은 건 또 절대 아니고요. 좋아요. 제가 언제 이렇게 선녀라고 불려보겠어요. 엄청 선명하지는 않지만, 하늘하늘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기억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2010년과 2011년 뮤지컬 <피맛골연가>를 맡으면서 그녀에게 붙은 별명. 각 배우마다 독특한 별명을 하나씩 안고 있지만, 조정은 정도의 경력을 쌓은 배우가, 국내 뮤지컬 여배우 중 손가락에 꼽히는 배우가 여전히 그 별명을 쑥스러워한다는 것은 참 신기했다. 이제는 그녀의 앞에 있는 선배를 세는 것보다 그녀의 등을 바라보는 후배를 세는 것이 훨씬 오래 걸릴 텐데도.

"힘들어요. 체력적으로 나이가 든다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 운동도 꾸준히 하고, 나이 먹는 게 싫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나이 들어간다는 게 무섭거나 두렵지도 않아요. 전 단순하거든요. (웃음) 지금 눈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오히려 기대되는 면도 있어요. 예전에는 지금 제 눈앞에 있는 선배들이 얼마나 위대한 사람들인지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나이를 먹으니까 알겠더라고요. 그 선배들이 정말 멋진 분들이라는 것을요. 제가 언젠가 <맘마미아>의 도나를 할 수도 있고, <엘리자벳>의 대공비 소피를 할 수도 있겠죠.

저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먼저 이 길을 걸어가던 사람으로서, 그 시간을 지나왔던 사람으로서 이 길을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뭔가를 가르친다기보다는, '이거 힘들지? 나도 너무 힘들었어. 하지만, 이렇게 하면 조금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야'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제 뒤를 보고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이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건 그 정도인 것 같아요. (웃음)"


 뮤지컬 <엘리자벳>에 출연할 당시의 배우 조정은. 그녀는 타이틀 롤을 맡아 엘리자벳으로 열연했다.

뮤지컬 <엘리자벳>에 출연할 당시의 배우 조정은. 그녀는 타이틀 롤을 맡아 엘리자벳으로 열연했다. 당시에 참 힘들었다고 말하는 그녀이지만, 조정은의 엘리자벳은 또 그녀만의 매력이 있었다. 조정은은 언제나 그녀라는 필터를 통해, 자기만의 연기 세계를 만들어낸다. ⓒ EMK뮤지컬컴퍼니


그녀는 혼자 빛나기 보다는 함께 빛나고 싶어하는 배우였다. 무대에서도, 삶에서도 언제나 주변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고 이루는 데 관심을 쏟는 것 같았다. 같이 가는 길에 방점을 찍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걸어 왔다.

"저라는 사람이 그래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제가 제 이름을 걸고 전면에 나서는 걸 부담스러워 해요. 맡게 되면 어떻게든 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참 힘들거든요. 노래도 저는 솔로보다 듀엣을 부르는 걸 선호해요. '같이'한다는 게 참 좋아요. 여배우와 부를 때는 특히나 더요. 3분 혹은 4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들리지만, 그 순간만큼은 노래하면서 마음을 나눈다는 게, 상대와 함께 교감하는 게 무척 특별해요. 

<엘리자벳> 때도 그랬어요. 제 이름을 걸고 극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게 진짜 힘들었어요. 아마 <몬테크리스토>를 맡은 몬테크리스토들도 엄청 힘들어 할 걸요? (웃음) 작품을 할 때는 그래요. 작품 안에서 무대에 서는 사람이니까 작품 안에 최대한 녹아드는 게 목표예요. 저는 퍼즐 조각이거든요. 작품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제가 존재하잖아요. 제가 빛나기 위해 작품이 있는 게 아니라, 작품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제가 있는 거니까…. 역할에 따라 그 퍼즐이 조금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지만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아요."

그녀는 오는 11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여주인공 '메르세데스'로 무대에 오른다. 아직 본격적인 연습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원작 소설도 읽고, 영화도 보면서 공부하고 있다는 그녀. 예전에 공연을 직접 봤던 경험을 떠올리며 깊이 있고 성숙한, 그리고 급변하는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키고자 했던 것을 끝까지 붙잡고 있는 메르세데스를 준비 중이란다. 차기작 <몬테크리스토>의 메시지와 메르세데스의 캐릭터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에 대한 대화는 분량 상의 이유로 취재 수첩에만 기록한다. 곧 다시 꺼낼 기회가 있으리라 믿는다. 우선은, 내일(3일) 자라섬에서의 그녀 모습을 기대하는 것으로….

 뮤지컬 배우 조정은. <레미제라블> 재연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던 그녀가 오는 3일,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로 돌아온다. 차기작 <몬테크리스토>도 확정된 상황.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오는 11월부터 상연될 예정이다.

<레미제라블> 재연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던 그녀가 오는 3일,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로 돌아온다. 차기작 <몬테크리스토>도 확정된 상황.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오는 11월부터 상연될 예정이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아보였던 그녀는 과연 어떤 메르세데스를 보여줄까. ⓒ EMK뮤지컬컴퍼니



조정은 PL엔터테인먼트 선녀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 자뮤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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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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