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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와 함께 지난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7박 8일동안 백두대간 중 태백산부터 소백산까지 생태 탐사를 하였습니다. 탐사 내용을 생태적 측면에서 초본과 목본, 관리적 측면에서 실태 현황, 인문학적 측면에서 태백산과 소백산을 나누어 총 5회에 걸쳐 싣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우리 민족 고유의 지리인식체계인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금강산,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한반도의 중심 산줄기로 약 1400km에 이르는 길이다.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 시절 지질구조에 기반해 도입된 산맥체계와는 달리 지표 분수계(分水界)를 중심으로 산의 흐름을 파악하고, 물을 나누어 각각의 생활 영역과 문화 양식을 형성하는 인문학적 가치가 있는 산지인식 체계다. 한반도의 기둥이 되는 백두대간과 북쪽에 있는 정백정간, 그리고 13정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13개의 정맥이 열 개의 큰 강으로 나누는 분수령에 해당된다. 남과 북의 경계인 임진강과 남쪽의 한강, 금강, 낙동강, 섬진강이 이 정맥에서 나누어져 형성된 것이다.
높은 산인 백두대간은 사람의 접근은 어렵게 했지만 생물들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여 백두대간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즉 백두대간은 한반도 밖에 있는 대륙의 야생동식물이 한반도를 왕래하는 생태축이며, 백두대간의 단절은 생태계의 단절로 생태계의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며, 백두대간의 오염은 한강, 금강, 낙동강의 오염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수의 오염으로 연결되기에 생태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생태 탐사를 통해 현장 조사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산림자원적 가치와 문화유산과 여가 휴양의 공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적 가치까지 이어져 백두대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과 소백산이 만나는 고치령에 있는 산령각에서 백두대간의 안녕을 기원하는 탐사대원
▲ 태백신과 소백신을 모신 산령각에 기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과 소백산이 만나는 고치령에 있는 산령각에서 백두대간의 안녕을 기원하는 탐사대원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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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태백산의 끝이자 소백산의 시작인 고치령의 산령각에선 이른 새벽부터 향을 피워 심신을 정갈히 하여 산신들과 소통하고 있었으며, 산령각 주변에는 새벽에 빗질을 한 듯 빗자루 자국이 선명하였고, 그 위에는 겨우살이 잎이 있었는데 돌배나무와 겨우살이가 함께하며 공생의 관계를 알려 주었다.

이곳 산령각은 다른 마을과는 다르게 행정구역이 다른 이웃 마을들의 주민들도 함께 신을 받들어 모시고 있었고, 단종과 금성대군도 함께하는, 태백과 소백의 만남이 모두에게 안녕을 기원하고 있는 듯했다.

일행들도 향을 피우고 삼배를 하며 태백의 안녕을 기원한 후 소백의 마루금으로 출발하였다.

소백산은 1987년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관리되고 있으며, 경북 영주시와 봉화군, 충북 단양군이 이웃하고 있는데 국망봉을 기점으로 하여 북서쪽으로는 국망천이 흘러 남한강으로 가서 2천5백만 명의 수도권 시민의 생명수가 되고, 동남쪽으로는 죽계천을 통해 낙동강이 되어 1천 5백만 명의 영남권 시민의 생명수가 되는 작은 백산이다.

소백산은 고구려와 백제와 신라가 국경을 이루어 많은 전투가 있었고, 문화유산이 존재하는데 탐사 기간에도 마루금 주변에서 과거의 영광을 확인 할 수 있는 기와들이 간혹 보여 역사의 시간을 연결해 주는 듯 하였다. 현재에도 소백산 마루금 주변에는 부석사와 희망사, 보국사, 비로사 등 여러 사찰과 암자들이 존재하며, 온달산성 등의 명승 고적도 존재한다.

소백산에는 제1연화봉과 제2연화봉이 있는데 불심이 컸던 선덕여왕때 두운조사가 창건했다는 희방사와 높이 28m로 내륙에서 가장 큰 규모인 희방폭포가 있으며, 우리나라 제일의 우주 관측소인 국립천문대가 자리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소백산에 있는 국립천문대와 강우레이더 시설로 산 정상에 있으며, 시설물까지 차량의 출입을 위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
▲ 백두대간 마루금인 소백산에 있는 국립천문대와 강우레이더 시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소백산에 있는 국립천문대와 강우레이더 시설로 산 정상에 있으며, 시설물까지 차량의 출입을 위해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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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 주변의 국립천문대가 신라의 천문 관측시설인 첨성대 모형의 관측 시설과 함께 탐방로 주변에 우주 행성과 관련한 여러 안내 시설을 설치하여 우리나라 천문대의 중추임을 알리고 탐방객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강우레이더시설과 천문대가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지 도로가 시멘트로 포장이 잘 되어 있었는데 이로 인해 생태계의 단절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걱정이 되었으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뱀 한 마리가 시멘트 길을 어렵게 넘어가고 있었다. 녹록지는 않겠지만 국가 기간 시설물 설치 시 생태통로라도 만들었으면 하는 어떤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탐사 구간인 고산지대에 활엽수가 우거져 낙엽들이 쌓인 곳이나, 우거진 곳 중 초본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땅을 조금 파헤치고 낙엽을 모아 깔아 누웠던 흔적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는데 아마도 멧돼지가 누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탐방로 주변에는 오소리가 굴을 파 똥을 싸거나 너구리가 똥을 싸 영역을 표시하는 모습들이 가끔씩 눈에 띄었다.

나뭇가지에 쌍살벌(우리말로 바다리)이 뱀허물을 나뭇가지에 걸어 집을 지어 생활하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마루금에 있는 사용이 중지된 헬기장 면적 조사
▲ 백두대간 마루금 중 사용 중지된 헬기장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마루금에 있는 사용이 중지된 헬기장 면적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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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과는 다르게 소백산 국립공원 구간은 산림청에서 관리하는데 과거 헬기장이나 탐방객들의 무질서한 통행으로 인해 훼손된 지역에 복원 사업도 하고 있었고, 재나 령 입구에는 숲에 대한 설명판도 설치하여 탐방객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보였으나 미역줄나무를 초본으로 설명하거나 철쭉숲을 진달래숲이라 표기하는 등의 오류가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소백산에 있는 사용 중지된 헬기장을 생태 복원을 하고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
▲ 백두대간 소백산의 사용 중지된 헬기장 복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소백산에 있는 사용 중지된 헬기장을 생태 복원을 하고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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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탐사 구간의 종착지는 해발 685m의 죽령이다.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를 연결하는 고개로 열린 지가 1800여 년이 지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이제는 탐방객의 발걸음을 제외하고는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임진년에 발생한 조선과 일본과의 7년 전쟁시 왜군은 죽령을 포기하여 중로(새재)와 우로(추풍령)을 이용하였을 정도였다니 죽령이 얼마나 험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탐사구간 주변에는 죽령 봉수외에 전국 산중에서 가장 높은 산에 위치한 소백산성이 해발 1300고지에 터를 잡았고, 비로봉과 죽령봉 중간지점의 능선에 삼국시대의 성으로 추정하는 산성의 흔적이 있었다. 마루금을 탐사 동안에도 쪼개진 기와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있어 과거 큰 건축물이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죽령은 조선시대 내지봉수대(서울의 남산인 목멱산과 국경이나 해안의 최전선에 설치된 연변봉수-연대를 연결하는 중간 봉수)로 전국 5대 직봉로(봉은 밤에 봉화를, 수는 낮에 연기로 의사 전달) 중의 하나로 명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죽령굴(터널)이 개통되어 과거의 고갯길은 이용자가 많지 않으며 봉수터와 관방시설 등은 군 부대 내에 있어 옛 유적을 보고자 하는 탐방객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이곳 죽령에는 깊은 골짜기라 산적들도 소굴을 지어 놓고 떼를 지어 나타나 지나가는 행인들을 약탈을 일삼곤 하여 관아에서는 늘 고민이었다. 령이 험한 데다 산이 깊어 군사를 풀어도  산적들이 잡히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꼬부랑 노파가 나타나 산적을 잡을 묘책을 내놓았는데 '들자구야'리고 하면 산적을 공격할 때가 아니고, '다자구야'하면 모두 잠들었으니 공격하라는 신호라고 하였단다.

노파는 '다자구야'와 '들자구야'를 부르며 깊은 산 속을 헤매는 데 산적들이 나타나 노파를 붙잡히자 노파는 두 아들이 산에 약초를 캐러 들어갔는데 몇 달째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찾아 나선 것처럼 설명을 했고 산적들은 의심을 하지 않고 노파에게 허드렛일을 시키기 위해 산채에 데려갔다. 노파는 틈나는 대로 '다자구야'와 '들자구야'를 외치며 아들들을 찾는 시늉으로 산속을 헤맸다.

산적 두목의 생일날 산적들은 흐드러지게 잔치를 벌여 밤이 으슥하도록 술판을 이어갔는데  밤이 깊자 산적들이 모두 곯아떨어진 것을 확인한 노파는 산채 어귀를 맴돌며 '다자구야'를 큰 소리로 외쳤고, 인근에 숨어 있던 관군이 들이닥쳐 산적을 모두 잡았다는 '다자구 할머니'이야기가 내려오는 곳이다.

이후 노파를 찾았으나 찾지 못했는데 죽령 산신이 노파로 헌신했던 것으로 죽령산신의 공을 크게 여겨 봄과 가을에 제물을 내려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 3국의 치열한 격전장이었던 소백산과 죽령은 국립공원의 체계적인 관리로 많은 복원사업들이 진행 중이었으며, 지속적인 관리로 백두대간의 생태계 관리의 핵심기관으로 거듭나길 기원하며 내려왔다.

이번 탐사를 진두지휘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의 오경석 사무처장은 "백두대간은 우리 민족의 문화가 스며있는 곳이고 우리나라의 핵심 생태축이다. 백두대간을 알아가는 것은 우리나라의 문화와 생태를 알아가는 첫 걸음이기에 백두대간이 단순한 국민 등산로를 넘어 탐사를 통해 백두대간의 의미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번 생태 탐사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과 소백산이 만나는 고치령에서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생하는 사회를 기원하다
▲ 백두대간 탐사중 태백산과 소백산이 만나는 고치령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사)풀꿈환경재단, (사)백두대간연구소가 주최한 7박8일의 백두대간 생태 탐사시 태백산과 소백산이 만나는 고치령에서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생하는 사회를 기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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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 8일의 '2016년 백두대간 생태문화 탐사 - 태백에서 소백까지'는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 이번 생태 탐사로 조사된 데이터들이 향후 백두대간의 관리정책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길 기대해 본다.

특히 태백산의 관리주체가 국립공원 관리공단으로의 이관과 함께 백두대간에 있는 일본잎갈나무의 대대적인 벌목 정책 등에 대해 백두대간의 생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환경단체와 전문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보다 나은 정책입안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태그:#백두대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생태탐사, #태백산, #소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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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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