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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시장은 효율적이지만 수많은 실패자를 양산하고, 국가의 복지는 도움이 필요한 구석구석까지 세심하기 어렵다. 16세기 영국의 재무관 그레샴 경의 경구,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처럼 세상이 저절로 나아지는 법은 없다. 우리 사회가 아직 살만하다는 것은 자신의 이익보다 사회와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행동하는 누군가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농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틀 동안 마늘종을 따는 아낙네를 보면서 지나갔던 중국의 윈난성, 지평선을 따라 반사되는 물빛을 보며 그곳이 호수인지 논인지도 헷갈렸던 캘리포니아, 콤바인이 한번 들어가면 하루 온종일 전진만 한다는 호주, 230만 마리나 되는 칠레의 양돈농장 등 우리 농업이 맞서고 있다. 너무 거대해 오히려 비현실적인 실체다. 기껏해야 3천 평 정도의 땅이나 붙이는 촌로들이 그들과 경쟁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우리 농산물을 찾는 국민이 있어 그 땅뙈기나마 유지된다.

어머니가 해주던 고향의 맛을 기억하던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했고, 농촌과 정서적 유대가 크게 없는 청년세대가 그 자리를 이어받고 있다. 이는 농촌에 또 다른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1993년 12월,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된 이후 외국의 값싼 농산물은 우리 농촌의 근간을 흔들었다.

그나마 농촌이 이렇게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귀농귀촌 열풍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어릴 적에 떠나온 고향에 대한 향수였다. 그 정서적인 유대감은 '6차 산업'의 바탕이기도 했다. 농촌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세대의 등장은 우리 농업이 마주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감성으로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농촌과 도시 사이 느슨해진 연결고리를 돈독하게 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창업가들이다.

열대야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7월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아현역 인근에서 '공씨아저씨네' 공석진 대표와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를 만났다. 그들은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직거래 소매상이자 농촌기획자들이다.

농사펀드, 소비가 존재를 규정한다

한 사무실을 쓰고 있는 공석진 대표와 박종범 대표가 함께 농산물 판매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판촉행사 중인 공씨아저씨네와 농사펀드 한 사무실을 쓰고 있는 공석진 대표와 박종범 대표가 함께 농산물 판매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공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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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면 사회문제, 작게 보면 먹거리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는 게 목표입니다.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면 세상도 긍정적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박 대표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가 소비를 통해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까지 알지는 못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기능을 켰다.

"농촌체험마을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농촌 현장에 가면 항상 부분만 건드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답했죠."

그는 아마도 처음부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크게 만족하진 못했던 것 같았다. 박 대표는 불만에서 멈추지 않고, 또래들과 함께 행동에 나섰다.

"주말이나 밤 시간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청년들과 조그마한 일을 벌였습니다. 그때 했던 일이 '농산물 패키지 디자인', '농촌마을 디자인'과 같은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시작했던 일이 어느 날 제가 하고 있는 사업이 되었습니다."

박 대표는 농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멀티미디어를 전공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농업과 농촌을 바라보는 시각이 오히려 낭만적이었다. 그는 실험적인 도전을 시도했다.

"2013년 경에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듣는 순간 농업에 적용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그 아이디어가 먹히더라고요."

'농민에게 투자하고 보다 나은 먹을거리로 돌려받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콘셉트는 여러 창업대회에서 대상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새로운 직거래 플랫폼을 농산물 유통에 접목한 것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좋은 농산물을 꼭 싸게 사겠다는 소비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농촌 생태계를 지키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도 많았습니다. 우리 농사펀드의 주 고객들입니다."

직접 농사펀드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홈페이지에는 250여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되었다. 대부분은 농산물이지만, 일부 가공식품도 있다. 여느 쇼핑몰과 다른 점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농산물을 광고하기보다는 그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더 많은 정성을 쏟는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농사펀드는 농민들의 스토리를 판매하는 콘텐츠 사업자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대겸 농부의 크라우드 펀딩은 목표인 2백만 원을 넘겨 성공을 거두었다.
▲ 농사펀드의 프로젝트 화면 이대겸 농부의 크라우드 펀딩은 목표인 2백만 원을 넘겨 성공을 거두었다.
ⓒ 농사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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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펀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포도 재배농가를 후원하는 한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부모님의 대를 이어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 농부 이대겸씨는 흑바라드, 골드핑거 등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유럽 품종 포도 재배를 새롭게 시도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다. 머지않아 유기농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량으로 생산되는 품종은 유통망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 판매가 어려웠다. 2kg 박스에 2만8500원으로 가격 또한 비싸다. 관행 농법으로 재배하는 캠벨과 가격 경쟁은 꿈도 꾸기 어렵다. 다행히도 농사펀드에서 진행한 이대겸 농부의 포도는 목표 금액인 2백만 원을 넘어 펀딩에 성공했다. 이 독특한 포도 품종의 재배를 지원하는 투자자는 다음과 같은 응원의 글을 남겼다.

"다양한 유럽종 포도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요. 이런 다양한 품종의 포도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도록 투자합니다!"

77명의 투자가가 유럽의 포도 품종이 우리나라에서 계속 재배될 수 있도록 투자했다. 청년 농부는 포도가 생산되기 전에 일부분을 판매함으로써 생산 비용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었고 농사를 잘 짓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77명의 투자가는 포도를 구매하고 태양이 포도를 여물게 할 때까지 기다려 줌으로써 이대겸 농부가 추구하는 색다른 포도재배를 응원했다. 이대겸 농부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농사펀드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공씨아저씨네, 농촌의 맛을 팔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 중인 공씨아저씨네와 농사펀드 직원들
 라디오 방송에 출연 중인 공씨아저씨네와 농사펀드 직원들
ⓒ 공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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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진 대표는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 삼수까지 했던 청년은 농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생을 살았다. 30만 원의 '열정 페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공 대표는 2년 동안 영화와 사진의 언저리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바삐 움직였다. 그렇지만 열정만으로 견디기엔 미래가 암울하게 느껴졌다. 그는 다른 길을 모색하며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처음부터 농촌에 끌렸던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과일은 좋아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하루도 과일을 끊은 적이 없으니까요. 사진가의 꿈을 접으면서, 오랫동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했습니다."

공 대표는 큰 이익을 바라거나 거창한 꿈을 꾸지 않는다. 그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이 일을 하게 됐다'라고 말한다. 그는 농민들과의 만남 속에서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돈도 없었습니다. 지인들에게 소개받은 농민들을 찾아가 무조건 '열심히 팔아보겠습니다'라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어요. 많은 거절을 당했습니다만, 아무것도 없는 젊은이를 믿어준 농부들이 있어서 그나마 제가 존재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공 대표는 스스로를 '온라인 구멍가게' 주인이라고 소개한다. 보통의 구멍가게와 다른 점이라면 콘텐츠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농사펀드가 생산자인 농민들의 스토리가 중심이라면, 공 대표는 그 자신이 스토리가 중심이다. 그는 사진가답게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농촌을 그려낸 콘텐츠를 만든다. 그의 '온라인 구멍가게'를 찾는 고객들은 그가 만든 콘텐츠를 후원한다. 

"구멍가게는 단골 장사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구멍가게를 방문하는 분들은 '불안해하지 않고 살 수 있어서 좋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분들은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줍니다. 그게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되게 느끼는 점입니다."

공 대표는 정직하게 과일 농사를 짓는 농민들을 공존의 가치를 공유하는 소비자들과 연결시킨다. 농민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곁들여 SNS에 소개함으로써 농촌과 도시와의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게 한다. 그의 사진과 글은 도시인들에게 농촌의 낭만을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감성적으로 그가 보는 농촌을 함께 보고, 맛본다.

농촌 사업은 고난이도, 너무 쉽게 보는 건 아닐까

공씨아저씨네는 B급 사과의 가치에 주목했다. 과일은 모양이 아니라 맛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을 보여주었다.
▲ B급 사과 프로젝트 화면 공씨아저씨네는 B급 사과의 가치에 주목했다. 과일은 모양이 아니라 맛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을 보여주었다.
ⓒ 공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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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대표의 사진은 SNS를 통해서 알려졌다. 농촌과 농산물을 찍은 그의 사진 때문인지 그에게 사진 강의 요청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농민 교육계에서는 인기 강사이기도 하다.

"농민 교육을 다니면서 아까운 돈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어떤 교육과정은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데'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교육에 오시는 분들은 교육을 안 받아도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미 내용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제가 뭘 해야 할지 당황스러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는 특히 농민들에게 홈페이지를 만들게 하고,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SNS를 운영하게 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강의 한두 번 듣고 온라인 직거래를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농민들이 좋은 과일을 생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공씨아저씨네에서는 과일의 크기나 모양에 따른 선별은 하지 않습니다. 크기도 작고 모양도 별로인데, 맛까지 없으면 아무도 안 삽니다. 맛만큼은 책임지려고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농민들이 이 부분을 좀 더 신경 써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품성이 없다고 외면받는 B급 사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상품이 된다. 과일은 맛있으면 되지 모양은 중요하지 않다는 평소의 지론을 시도해보고 있다. 공 대표는 아직 수익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연연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소비자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을 거침없이 말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과일의 맛을 평가하는 기준이 오로지 당도입니다. 달기만 한 게 과일의 원래 맛은 아닌데도 말입니다. 제주도 감귤 농사지으시는 분들은 감귤 특유의 톡 쏘는 맛인 산미를 떨어뜨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원래가 어느 정도 산미가 있는 게 감귤인데도 말입니다."

그는 과일이 맛없다고 불평하는 고객들에게는 조건 없이 다른 상품을 보내준다. 당도로만 평가되는 과일 맛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맛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고객과의 신뢰를 이어가는 힘이라 믿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농촌기획자라고 정의하는 박 대표는 또 다른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여러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지역특화산업의 예산규모를 보면 전문가가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농촌 기획 분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야에 비해서 예산규모는 너무 작아 진짜 전문가들은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그런 차이가 결국 오늘날 고만고만한 농촌을 만드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사업기획을 잘한다고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크게 실패할 확률은 줄여준다. 우리 농촌은 그런 실패를 감당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박 대표는 많은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제대로 된 기획을 통해서 알찬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촌사업이란 게 지자체장부터 담당 공무원, 지역 농민과 외부 전문가들, 그리고 도시의 고객들까지 합이 맞아야 성공할 수 있는 고난도의 사업인데,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경계를 걷어내고 사람을 잇다, 두 청년이 꿈꾸는 농사

박 대표와 공 대표는 최근 함께 농촌사업을 기획하는 일에 도전했다. 과일 주스를 만드는 회사와 단양지역의 사과 협동조합을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사과주스를 만드는 기업은 시장 가격보다 조금 비싸지만 품질은 월등한 사과를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득을 본다. 농민들은 안정적인 판로가 생겨서 소득을 높일 수 있다. 주스를 짜고 남은 찌꺼기는 지역의 양계농가와 연결했다. 사과를 먹고 자란 계란은 지역 내 순환생태계의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토양관리에 중점을 둔 친환경 사과재배 방법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된다. 청년들의 실험적인 프로젝트는 지역의 농촌생태계를 생동감 있게 엮어냈다.

"서로 다른 두 영역 사이에서 일하는 경계를 걷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사회경제 영역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꿀벌에 비유합니다. 꿀벌이 많아지면 더 적은 재원으로 여러 이해 주체들 사이에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농사펀드를 처음 구상할 때도 '서로 간에 잘 흐르지 않으니 우리가 흐르게 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씨아저씨네도 경계를 걷는 꿀벌로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그들의 사업모델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두 청년은 개별농가 단위에선 어렵지만 함께 뭉치면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여러 경제 주체들 간의 흐름을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두 사람에게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대기업의 농업 진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농촌 현장을 누비면서 느낀 경험에 비추어볼 때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농촌의 에너지가 너무 낮습니다. 혁신적인 스파크가 일어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외부에서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으면 농촌은 힘이 빠진 상태가 됩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좋거나 나쁠 수 있지만 이런 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우리 농업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기업의 진출로 초래될 수 있는 불안감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농촌을 대상화하고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듯이 도구로 생각할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농촌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합니다. 우리에게는 명징하게 보이는 문제인데 기업은 못 보거나 또는 애써 무시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기업과 농촌 전문가들 간에 토론의 자리가 많아져서 그 간격을 좁힐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의 이야기처럼 농촌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의 참여도 필요하다. 박종범 대표와 공석진 대표는 미래의 트렌드를 다르게 해석했다. 미래라고 해서 식물공장에서 생산되는 채소만 먹고 살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농업은 새로운 기술로 크게 변해가겠지만 그게 전부일 수는 없다. 많은 소비자들은 LED 아래서 자란 채소가 아니라 태양 빛을 제대로 받은 농산물을 찾을 것이다. 그들은 이 지점에서 농촌의 미래를 본다. 농촌의 가치를 인정하고 도시와 농촌을 이어줌으로써 농민들을 응원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기업이라면 숙명적으로 맞서고 있는 수익이라는 괴물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싸움처럼 보였다. 농사펀드는 그들을 주목받게 했던 사업모델이 발목을 잡는다. 농민들의 스토리를 발굴하는 데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데 반해, 후원하는 농가 대부분이 소규모다 보니 펀딩이 성공해도 큰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공씨아저씨네 역시 사업모델 자체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객은 공 대표 개인의 SNS 네트워크 범위를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이 성공하더라도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농사펀드는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개인 맞춤형 농산물 제공 회사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공씨아저씨네는 더 많은 농민들을 자신의 네트워크에 소개하는 일을 지속해나갈 것이다. 힘들지만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또 많은 소비자들은 그들의 노력을 지지하면서 그들이 지켜가고 있는 농촌의 가치를 위해 지갑을 열 것이다.

"농업 분야에 청년들이 뛰어들 수 있는 여력은 아직 많습니다. 요즘 들어 농업 전후방 사업에 뛰어들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가 중간다리 역할을 잘해야겠죠. 우리가 무너지면 같이 무너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책임감도 많이 느낍니다."

박 대표는 농촌기획자로의 책임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느껴지던 것들이지만 이젠 세심하게 기획하지 않으면 이내 사라져 버리는 가치를 청년들과 함께 지켜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공 대표는 농촌을 발랄하게 해석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갈 것이다.

도시의 소비자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특색 있는 농산물을 맛보는 특권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은 덤이다.

[연재] 농업에서 길찾는 청년들
1편 감자로 60억 매출 올린 두 청년
2편 "우린 우주에 농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태그:#농사펀드, #공씨아저씨네, #청년창업,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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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한 - 준비 안 된 사람들>의 저자로 우리나라 농업과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블로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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