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권혁의 복귀 시점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된 권혁의 복귀 시점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로서는 팀 성적과 무관하게 우울한 소식이 이어진 지난 열흘이었다. 3명의 투수의 연이은 부상 사실이 전해지며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다.

지난 22일 고졸 2년차 우완 김민우의 어깨 부상 소식이 알려졌다. 5월 초를 끝으로 1군에서 사라진 그는 퓨처스 경기에도 전혀 등판하지 않았었다. 과거의 많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투수의 어깨 부상은 팔꿈치 부상에 비해 재활 성공 가능성이 낮다. 한국 프로야구의 대들보가 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대형 유망주의 미래에 암운이 드리운 것이다.

한화 마운드의 핵 '불꽃 남자' 권혁(상세기록 보기)도 팔꿈치 통증으로 지난 2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었다. 2015시즌을 앞두고 FA로 이적한 권혁의 1군 엔트리 말소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상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29일에는 송창식이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일본에 검진을 받으러 간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4월 14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에서 4.1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12실점해 '벌투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올시즌 한화에서 가장 많이 던진 송창식

올시즌 한화에서 가장 많이 던진 송창식 ⓒ 한화 이글스


송창식은 완치가 어렵다는 폐쇄성 혈전혈관염, 즉 '버거씨병'을 극복하고 그라운드에 복귀한 선수다. 하지만 한화 김성근 감독은 이에 개의치 않고 '한계를 극복해야'한다는 지론을 앞세워 전가의 보도처럼 송창식을 휘둘렀다.

올 시즌 송창식(상세기록 보기)은 한화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투수임과 동시에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다. (66경기 97.2이닝, 권혁 66경기 95.1이닝)

144경기를 과거의 방식으로 치르기

한화 감독 부임 이후 지난 2년 간 지속된 한화 투수들의 혹사와 반복되는 부상으로 인해, 자신의 명성 유지를 위해 투수를 소모품처럼 이용하는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인 감독이라는 비판을 주로 받고 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 특유의 투수 혹사는 그의 소심함과 역전패에 대한 두려움이 근본 원인으로 보인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상황에 무관하게 특정 투수들 만을 반복적으로 기용한다.  소위 '쓰는 투수만 쓰는 야구'다.

5~6점 차 이상으로 크게 앞선 후반에도 필승조 투수들이 어김없이 마운드에 오른다. '상대의 추격 의지를 확실히 꺾기 위해서'라는 합리화의 변이 따라붙는 특유의 기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추격조 투수를 투입한다. 1이닝 1~2실점을 내주더라도 승패에는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큰 점수 차 리드에서 상황에 따라 필승조 투수 1명을 불펜에서 몸을 풀게 하지만 마라톤에 비유되는 144경기 체제임을 고려해 당장 마운드로 호출하지는 않는다. 

 한화 불펜 투수들의 등판 경기 수와 소화 이닝. 이 중 절반인 세 투수가 부상을 당했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한화 불펜 투수들의 등판 경기 수와 소화 이닝. 이 중 절반인 세 투수가 부상을 당했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물론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으로 많은 경기를 하다보면 큰 점수 차가 순식간에 뒤집히는 상황이 간혹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야말로 '간혹' 이다. 수십 경기를 했을 때 두어 번 나오는 경우다.

지난해 144경기 체제가 첫 도입된 이후 한화의 사령탑이 된 김성근 감독은 SK 감독 시절 133경기 체제처럼 마운드를 운영했다. 11경기가 증가해 투수들은 99이닝 가량을 더 던져야 했지만 김성근 감독의 2015년 한화 마운드 운용 방식은 SK 시절과 궤를 같이 했다.

사실 거슬러 올라가면 한 시즌이 120경기였던 1989년 그가 태평양 돌핀스의 감독을 맡았던 시절도 대동소이했다. (관련 기사: 야신의 그림자, 혹사 논란 연대기)

등판할 때마다 1이닝 당  1~2실점을 주는 투수라면 평균자책점이 9.00~ 18.00이 된다. 10~20이닝 정도 표본이 쌓였을 때도 이런 기록을 남기는 투수라면 1군 엔트리에서 생존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프로 1군 무대에서 던질 수 있는 투수라면 큰 점수 차가 나는 상황에서 1이닝 1~2실점 이내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량 실점의 우려가 엿보일 때에 한해 필승조 투수를 투입해 불을 끄는 것이 상식적인 마운드 자원 활용이다.

큰 점수 차에도 불구하고 특정 투수들만을 투입하는 본인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차라리 1군 엔트리를 조정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즉 투수 엔트리 12명 중 어차피 쓰지 않고 등재된 투수 2~3명을 1군에서 말소하고 나머지 2~3명을 야수로 충원하는 것이다.

경기 초반부터 대타, 대주자, 대수비를 내며 야수 엔트리를 매 경기 거의 전부 활용하는 김성근 감독이니 차라리 이 같은 선수단 구성이 '김성근 야구'에 부합되는 것 아닐까?

김성근 감독은 5인 선발 로테이션을 무시하기 때문에 선발과 불펜을 통틀어 투수는 9명이면 충분하다. 그의 지론에 의하면 올바른 폼으로 던지기만 한다면 투수는 던질수록 어깨가 단련된다니 말이다.

한화의 투수 유망주 성장이 더딘 이유

 한화 김성근 감독

한화 김성근 감독 ⓒ 한화 이글스


큰 점수 차의 마운드 운용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1군에서 아직 여물지 않은 유망주에게 귀중한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TV 생중계가 없고 관중이 거의 없는 퓨처스의 낮 경기와 달리 TV 및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며 많은 관중들이 지켜보는 1군 무대 등판은 비록 큰 점수 차라 해도 젊은 투수들에게는 성장의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쓰는 투수만 쓰는 야구'로 인해 한화의 젊은 투수들은 등판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의 부임 이후 한화에서 투수 유망주의 성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타 팀에서 완성되지 않은 투수 유망주를 큰 점수 차에 올려 인내심을 가지고 기회를 부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성근 감독 이후 한화의 미래가 암울한 또 다른 이유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라는 지론의 신봉자다. 문제는 카리스마 넘치는 그 일성과 달리 그의 야구가 역전패에 대한 두려움과 소심함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에 비해 경기 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투고타저였던 과거 프로야구에선 김성근식 야구의 민낯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이후 그 야구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의 소심한 야구는 시대 착오적일 뿐더러 선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선수 보호와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구단의 결자해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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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 필진, 편집: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김성근 한화 혹사 야구기록 KB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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