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버스터즈

고스트버스터즈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1984년 1편이 개봉했을 때 난 영화학교 졸업반에 다니고 있었다. 당시 극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리도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2시간 동안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다. 우리가 원하는 목적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게 전부다." (폴 페이그), (<씨네21>, '<고스트버스터즈> 폴 페이그 감독, 배우 멜리사 매카시를 만나다')

3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1984년에 1편이 나오고, 1989년 2편이 발표됐으니 '27년'이라 해도 무방하다), 남성 4인조(빌 머레이, 댄 애크로이드, 해롤드 래미스, 릭 모라니스)가 여성 4인조(멜리사 맥카시, 크리스틴 위그, 케이트 맥키넌, 레슬리 존스)로 바뀌었다. 원작의 감독이었던 이반 라이트만은 제작을 담당하고, 원작의 열렬한 팬을 자처한 폴 페이그가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뉴욕 한복판에 출몰한 고스트(유령)를 때려잡는다는 설정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그렇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았던 <고스트버스터즈>가 리부트 버전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어제 뭐했냐?"
"영화 봤어요. <고스트버스터즈>"

"어떤 영환데?"
"혹시 예전에 남자 4명이 나와 가지고, 유령 잡는 영화 기억하세요?"

"아, 맞아. 그런 영화가 있었다. 알 거 같아."
"설정은 그 때랑 비슷한데, 이번에는 여자 4명이 나와요."

"그럼 주인공들이 섹시하게 입고 나오는 거야?"

편견을 버려라

 <고스트버스터즈> 포스터

<고스트버스터즈>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고스트버스터즈>를 설명하던 과정에서 나온 지인의 반응이다. "여자가 (4명이나) 나온다"는 설명에 <미녀 삼총사>를 떠올렸던 모양이다. 혹은 '원더우먼' 같은 캐릭터가 나와서 유령과 싸운다고 생각했든지. 놀랄 일은 아니다. 호들갑을 떨 생각은 없다. 그게 일반적인 반응이란 생각도 든다. 영화관을 찾은 어떤 관객들은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고스트버스터즈>의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주인공들 외모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멜리사 맥카시와 레슬리 존스에겐 다소 미안하지만) 리스틴 위그와 케이트 맥키넌의 경우에는 할리우드 기준(이라는 게 존재한다면)으로 보더라도 미인의 범주에 포함될 텐데, 그와 같은 외모 지적은 상당히 의아하게 다가온다. 결국 여자 주인공 외모에 대한 지적과 실망은 얼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섹스어필(sex appeal)의 방식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듯하다. 성적 매력은 사실 훨씬 다양한 것이지만, 미디어 등으로 전해지는 그것은 대체로 가슴을 드러내고, 몸매 라인을 과시하는 야한 옷차림에 국한돼 있다.

섹스어필이 특정한 방향으로 일반화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그로부터 벗어난 여성 캐릭터는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고스트버스터즈>는 전형성을 용감하게 탈피하고, 사람들의 기대(?)를 과감히 무너뜨린다. 폴 페이그 감독은 전작인 <스파이>에서, CIA 내근 요원 수잔(멜리사 맥카시)을 내세워 기존 스파이 액션물과 전혀 다른 접근을 보여줬는데, 그와 마찬가지로 <고스트버스터즈>에서 일반적인 선입견을 경쾌하게 걷어찬다. 멜리사 맥카시는 폴 페이그 감독이 추구하는 전복의 페르소나인 셈이다.

<고스트버스터즈>의 네 주인공은 몸매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펑퍼짐한 옷을 유니폼으로 사용한다. 카키색의 점프 수트는 실용성이 강조됐을 뿐 전혀 여성화되어 있지 않다. 캐릭터 자체도 여성성과 거리가 멀다. 이를테면 남자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유령을 때려잡는 일조차 스스로 해낸다. 그건 매우 당연한 일이라 의문을 제기할 여지조차 없다.

유령 잡는 고스트버스터즈의 유쾌한 쇼

 <고스트버스터즈>

<고스트버스터즈>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그 편견의 중심에 남성이 자리 잡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대학 교수인 에린(크리스튼 위그)의 옷차림을 지적하고 종신 교수 후보에 맞는 조건을 제시하는 책임 교수나 유령 연구 중인 애비(밀리사 맥카시)와 질리언(케이트 맥키넌)을 쫓아내는 인물은 모두 남성이다. 또 뉴욕 시내를 누비며 유령을 잡아 온 고스터버스터즈를 한낮 쇼로 치부한 시장도 남성이다. 아, 유령의 존재를 부정하며, 주인공들을 무시하는 등 '꼰대 짓'을 하는 저명한 학자 역시 남성이다.

게다가 고스트버스터즈의 유일한 남자 직원인 케빈(크리스 헴스워스)은 준수한 외모에 근육질의 몸매를 가졌지만, 어딘가 어수룩하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영화 말미에 가서야 전화 받는 법을 익히는 수준이랄까. 백치미라는 말이 어울린다. 폴 페이그 감독만의 변주인데, 일반적으로 그와 같은 비서 역할은 섹시함이 강조된 여성들이 수행해 왔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을 거 같다.

CG와 특수효과 기술은 30년 전과 비교해서 월등히 발전했고, 액션은 거칠 것 없이 시원시원하다. 귀에 익숙한 주제곡 '고스트버스터즈'(Ghostbusters)는 관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먹깨비 등 원작에 등장했던 유령들이 다시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폴 페이그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는 호불호가 나뉠 텐데 억지웃음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는 중후반부에 가서는 웃음이 피식 새어나온다. 4명의 여배우가 나누는 만담 식의 대화도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폴 페이그 감독과 네 명의 고스트 버스터즈들이 벌이는 유쾌한 쇼를 강력히 추천한다.


고스트버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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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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