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황희찬 지난 30일 오후 파주 NFC에서 대한민구 축구대표팀 황희찬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표팀은 9월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황희찬 지난 30일 오후 파주 NFC에서 대한민구 축구대표팀 황희찬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표팀은 9월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 연합뉴스


황희찬(잘츠부르크)은 리우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발굴한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황희찬은 리우림픽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중용되며 8강까지 주전으로 활약했다. 와일드카드로 석현준과 손흥민까지 A대표팀 주전 공격수 자원만 2명이나 합류했지만, 예상을 깨고 주전 원톱은 대회 내내 황희찬의 차지였다.

리우 올림픽 대표팀은 '골짜기 세대'로 불리며 과소평가를 받은 측면이 있지만, 사실 황희찬만큼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남다른 두각을 나타낸 선수다. K리그 포항 스틸러스 유스팀인 포항제철중, 포항제철고를 거치면서 고등부 2학년 때 이미 리그 최우수선수상과 득점상을 휩쓸 정도로 황희찬은 성장세가 빨랐다. 올림픽팀에서도 권창훈과 함께 A대표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차세대 스타로 기대를 모았다.

차세대 스타가 될 그 이름, 황희찬

대표팀 처음 뽑힌 황희찬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아시아 최종예선 1, 2차전 출전 선수에서 대표팀에 처음 이름을 올린 황희찬. 사진은 리우 올림픽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경기를 펼치는 황희찬.

▲ 대표팀 처음 뽑힌 황희찬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아시아 최종예선 1, 2차전 출전 선수에서 대표팀에 처음 이름을 올린 황희찬. 사진은 리우 올림픽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경기를 펼치는 황희찬. ⓒ 연합뉴스


올림픽팀에서 석현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탓에 '조커'로만 기용되었고, 손흥민은 주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로 자리를 잡으면서 최전방은 자연히 황희찬의 자리가 됐다. 어린 나이에도 특유의 영리한 공간침투와 센스 있는 발재간을 앞세워 신태용호의 공격축구를 이끌었다.

특히 황희찬은 독일과의 2차전에서 첫 골을 터뜨리며 한국이 올림픽 조별리그 역대 최고 성적(2승 1무, 조 1위)을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돌적이면서도 스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겸비한 황희찬의 플레이는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 또한 사로잡을 만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A대표팀 코치를 겸임하고 있어 황희찬의 장단점이 슈틸리케 감독에게 잘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황희찬은 올림픽팀에서의 활약상을 인정받아 오는 9월 열리는 중국,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2연전에 나설 21명의 A 대표팀 명단에도 포함됐다. 황희찬의 성인대표팀 첫 발탁이다.

올림픽팀 선수들이 올림픽 이후에 그다음 단계인 성인대표팀으로 올라가는 일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96년생인 황희찬은 이제 갓 20세로 올림픽대표팀에서도 막내에 해당하던 선수였다. 연령대별 대표팀을 넘어 최고의 선수들만이 모이는 A대표팀까지 두 번이나 나이를 뛰어넘는 월반을 이뤄낸 것은, 이동국, 이천수, 고종수, 손흥민, 이청용, 기성용 등 한국축구를 대표하던 최고의 재능들만 가능했던 일이다.

무엇보다 황희찬이 발탁된 이번 A매치 2연전은 상황이 매우 특이한 경우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시리아전의 중요성을 고려하며 유럽파와 검증된 선수들 위주로 최정예 라인업을 꾸렸다. 다만 공격진만큼은 예외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표팀 명단에 공격수로 이름을 올렸던 석현준(트라브존)이 소속팀 적응과 일정상의 문제로 제외되면서 현재 공격수 엔트리에 남은 선수는 황희찬 뿐이다. 슈틸리케호에서 자주 발탁되었던 이정협(울산)과 황의조(성남)도 모두 소속팀에서의 부진을 이유로 이번 대표팀에서는 탈락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의 대체선수도 발탁하지 않았다. 기존 선수들만으로 중국-시리아와의 2연전을 소화하겠다는 의지다.

물론 손흥민(토트넘)과 구자철-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등도 유사시 최전방을 소화할 수 있다. 자주 구사했던 전술은 아니지만, 슈틸리케호는 출범 초기 평가전에서 제로톱 전술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히 검증된 카드라고는 할 수 없다. 손흥민-지동원의 경우, 최근 소속팀에서 경기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도 다소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이번 2연전은 단순한 친선 경기가 아니다. 한국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이 걸린 중요한 최종예선 경기다. 총 10경기를 치르는 최종예선에서 초반 판도를 좌우할 2연전의 비중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큰 경기에서 그것도 가장 중요한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A매치 경험이 아예 없는 20세 유망주 한 명만 데리고 나간다는 것은 파격을 넘어 모험에 가깝다.

공간이 없어도 침투가 가능한 플레이

슈틸리케의 특급 명령? 30일 오후 파주 NFC에서 대한민구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황희찬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표팀은 9월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 슈틸리케의 특급 명령? 30일 오후 파주 NFC에서 대한민구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황희찬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표팀은 9월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 연합뉴스


황희찬의 발탁은 슈틸리케호 출범 초기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이동국-김신욱-박주영 등 주요 공격자원들이 모두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줄줄이 낙마하며 어쩔 수 없이 군인 신분이던 무명의 이정협을 처음 발탁했던 당시의 데자뷔를 연상시킨다. 모두가 이정협의 발탁을 도박이라고 평가했지만 정작 이정협은 아시안컵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화려하게 약진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석현준을 제외하면서 그를 대체할 선수를 뽑지 않은 것은 그만큼 황희찬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황희찬은 공격수로서 체격조건이 월등하지는 않지만, 저돌적인 플레이와 예리한 위치선정, 상대의 수비를 지능적으로 역이용하는 면모는 세계적인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의 플레이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약간 논란이 됐던 올림픽 멕시코전의 할리우드 액션 장면처럼 어린 나이에도 상대 선수와 기 싸움을 펼치고,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영리하다 못해 영악한 면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물론 그 자체는 보기에 좋은 장면은 아니었지만,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종종 지나치게 순진한 플레이를 고집하다가 상대의 도발과 비매너에 농락당하기만 하던 모습보다는 차라리 낫다는 평가도 있었다. 수아레스나 호날두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도 그러하듯이, 공격수에게는 팀플레이를 망칠 정도만 아니라면 때로는 이기적이거나 튀는 모습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명단 발표 당시 황희찬에 대하여 "밀집 수비를 뚫어줄 수 있는 카드"로 지목한 바 있다. 중국과 시리아 모두 한국을 상대로 두꺼운 밀집수비로 나설 것이 유력하고 때로는 거친 플레이도 마다치 않는 터프한 팀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요구한 '공간이 없어도 침투가 가능한 플레이를 펼치는 공격수'라는 조건은 황희찬을 염두에 두고 한 이야기다. 황희찬이 A매치 데뷔전이 유력한 중국전에서 선발로 중용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더구나 시리아와의 2차전에서는 손흥민마저 빠지는 만큼 황희찬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2연전의 성패가 곧 황희찬 깜짝 발탁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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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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