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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6 5주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모대회'에서 한 피해자 가족이 눈을 감은 채 낭독되는 결의문을 경청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6 5주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모대회'에서 한 피해자 가족이 눈을 감은 채 낭독되는 결의문을 경청하고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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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를 펴는 야당, 방어하는 야당'. 국회 국정조사에서 이 같은 여야 구도가 전개되면 진상이 속 시원히 밝혀지긴커녕 시민들의 속만 긁어놓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팀플레이를 다짐한 국정조사특위가 있다.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특위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5주기 추모식'은 마치 결의 대회 같았다. 호흡 보조기를 끌고 나온 피해자, "마누라를 살려내라!"는 손 피켓을 든 남편, 영문도 모르고 가쁜 숨을 몰아쉬다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들의 영정 사진 앞에 선 국회의원들은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빈틈없는 피해 구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루 뒤엔 청문회가 시작된다.

"여야가 최선 다 해 팀플레이, 옥시 외 피해자도 인정받도록"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아래 특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에 있는 옥시레킷벤키저의 본사인 영국 레킷벤키저에 대한 현지조사가 본사의 비협조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하면서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으로 알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위의 새누리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특위가 여야로 구분되는 정쟁으로 치달으면 굉장히 곤란하다. 이 사건에 대해선 여야의 입장이 다를 리 없기 때문에 이 특위가 좋은 성과를 내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대한민국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과 후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냉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내고, 피해자들과 고인들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결과물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더민주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옥시 가습기메이트의 원료인 PHMG 즉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를 공급한)SK케미칼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다. 절대로 면죄부를 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송기석 의원 대신 추모식에 참석한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김성식 의원은 "정부는 도의적인 사과부터 하고, 기업의 혐의와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몰랐다'는 말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배상 액수를 놓고 가족들의 마음을 더 이상 아프게 해선 안 된다"며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정치권이 최선을 다할 것이고 피해자 가족 여러분도 서로의 손을 잡고 더욱 용기를 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특위 위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함께 팀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정부가 피해자로 인정한 분들에 대한 대책도 미흡하기 짝이 없지만, 명백한 피해자임에도 제외된 분들의 억울한 심정을 풀어야 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메틸클로로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한 살균제에 의한 피해자도 국가와 기업의 보상을 받도록 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가 희생자 유가족 대표로 연단에 오른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은 의원들을 향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만큼은 세월호처럼 말로만 하지 말고 발로 직접 뛰면서 해결해달라"며 "청문회에서 잘해서 앞으로도 기억에, 가슴에 남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업병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의 한혜경 대표와 어머니 김시녀씨가 연단에 올랐다. 김씨는 "정말로 말씀만 하지 말고 해결을 해달라, 열 가지를 말했다면 그중에 다섯 가지라도 실행이 되게 해주기 바란다"며 "가습기 살균제도 그렇고 세월호 참사도 그렇다. 어린아이들, 노약자, 임신부 등 애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삼성반도체에선 20·30대들이 죽어 나갔다. 더 이상 이 나라 국민들의 가슴이 아픈 일이 없도록 의원님들이 힘 좀 써달라"고 부탁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6 5주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모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선창되는 구호에 따라 팔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6 5주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모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선창되는 구호에 따라 팔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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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사망신고 853명... 옥시 영국 본사 관계자 출석 안 할듯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들은 1994년부터 현재까지 피해 신고자가 4261명이며, 그중 사망자는 853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256명, 그중 사망자는 112명이다.

피해자 단체들은 ▲ 정부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책임 기업의 사과 ▲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 ▲ 폐 손상 조사기관을 대폭 확대해 피해 판정 속도를 높이고, 폐 이외의 장기 피해에 대한 새로운 판정 기준 마련 ▲ 3·4단계 피해자에 대한 피해 판정 제외 철회 ▲ 옥시뿐 아니라 CMIT·MIT 원료 살균제 제조판매 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기소 ▲ 상한액 제한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법, 소비자 집단 소송법,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는 29·30일 이틀간, 종합조사는 9월 2일 열린다. 29일엔 아타 샤프달 옥시 대표와 거라브 제인 전 옥시 대표,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전·현직 옥시 연구소장,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 소속 연구소 책임자와 연구원, 옥시로부터 의뢰를 받아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명행 서울대 교수, 유일재 호서대 교수, 옥시 측 법률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장지수 변호사, 중간유통회사의 대표와 상무이사 등이 증인 출석 대상이다.

하지만 거라브 제인 전 옥시 대표 등 해외에 있는 레킷벤키저 관계자들은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신현우 전 옥시 대표와 전·현직 옥시 연구소장은 재판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한 대신 9월 2일 종합조사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30일엔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로 PHMG와 CMIT/MIT를 제조·공급한 SK케미칼의 김철 대표, PHMG 원료의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롯데마트의 김종인 대표, 홈플러스의 정종표 부사장, 코스트코 코리아의 조민수 대표, CMIT와 MIT를 원료로 한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애경산업의 고광현 대표이사, 이마트의 이갑수 대표, 김천수 헨켈코리아 대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원료로 살균제를 만들어 판 세퓨의 오유진 대표, 염화벤잘코늄(BKC)과 라우릴아미노프로필글라이신-라우릴디에틸렌디아미노글라이신 혼합물(Tego51)을 원료로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LG생활건강의 이정애 부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있다.

9월 2일 종합조사에는 강현욱 전 환경부장관, 이종구·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 경찰 관계자 등 관련 정부 부처와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출석한다.


태그:#가습기살균제,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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