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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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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는 교사가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활동을 할 수 없다. 법원이 그렇게 판단했다.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제26형사부)은 지난 2014년 교사·시국선언, 전국교사대회 등의 방법으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32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김정훈 당시 전교조 위원장은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31명은 각각 100만~3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공무원인 교사에게 어떤 헌법 조항을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툼이다. 전교조는 표현의 자유를 뜻하는 헌법 21조 1항(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중립성의 보장을 명시하는 헌법 31조 4항을 강조했다. 법원은 "공무원인 교원의 집단적·정치적 의사표현 행위는 단순히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견해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요구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염려가 크기 때문에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금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가 무슨 일을 했기에?

지난 2014년 5월 13일 청와대 누리집 게시판에 교사 43명이 실명으로 정부 비판글을 올렸다.
 지난 2014년 5월 13일 청와대 누리집 게시판에 교사 43명이 실명으로 정부 비판글을 올렸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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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43명은 2014년 5월 청와대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실명을 밝히고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는 교사선언을 올렸다. 세월호 참사 한 달 뒤다.

이들은 "유가족들은 '왜 한명도 구하지 않았느냐'고 오열하면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물론, 근본책임을 박근혜 정권에게 묻고 있다"라고 지적했다(관련기사 : 교사 43명이 실명으로 '박근혜 정권 퇴진'에 나선 까닭).

이후 교육부가 이들 교사에 대한 징계 방침을 내놓자, 여기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같은 달 교사 80명은 청와대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교사선언 탄압 중단! 2차 교사선언' 제목의 선언을 올렸다. 1차 교사선언이 정당했다면서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6월에는 교사 160여 명이 <경향신문>에 비슷한 내용의 선언을 실었다.

2014년은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방침에 따라, 전교조가 위기를 맞은 때다. 전교조는 6월 조퇴 투쟁, 7월 시국선언과 전국교사대회를 통해 정부 비판을 이어왔다.

법원은 왜 유죄로 판단했나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철회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조퇴투쟁'과 '정권퇴진 요구 대국민호소문 광고'를 게재한 혐의로 기소된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철회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조퇴투쟁'과 '정권퇴진 요구 대국민호소문 광고'를 게재한 혐의로 기소된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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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전교조 교사들의 교사·시국선언, 조퇴 투쟁, 전국교사대회 개최를 국가공무원법 66조 1항에서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인 교원의 본분을 벗어나 공익에 반하는 행위로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교사선언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반대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해 정치적 편향성 내지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헌법이 요구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염려가 있으므로 이를 헌법 제21조 제1항에 따른 의사표현의 자유가 보장·허용되는 범위 내의 행위로 볼 수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조퇴투쟁이나 전국교사대회 개최를 두고, 법원은 "조직적으로 계획하여 실행한 것"이라면서 "피고인들은 집단적 조퇴, 전교조 시국선언, 전국교사대회를 준비하고 실행함에 있어 현 정권에 반대하는 전선을 구축하고자 하는 분명한 정치적인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가 반발하는 이유

전교조는 이날 판결에 거세게 반발했다. 송재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때 동료교사와 학생들이 희생됐다, 이에 대한 의사표현을 막는 것은 민주사회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것이다, 법원은 지극히 보수적인 판단 내렸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원은 특히 토요일에 있었던 교사대회 개최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군사정권 때나 볼 수 있는 관점"이라면서 "교사들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은 명백하게 위헌적"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변인은 "집단 행위 금지는 교육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행동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라면서 "이번 법원 판결은 우리사회 민주주의 후퇴의 징후로 보인다, 법적으로 끝까지 대응하겠다, 전교조는 이번 판결에 위축되지 않고 사회적인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박근혜 정부 비판한 교사들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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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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