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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다음' 지도에 나타난 ‘부국상사’가 옥인동 공안분실의 위장명칭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지도에 나타난 ‘부국상사’가 옥인동 공안분실의 위장명칭이다.
ⓒ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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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공간, 부국상사

앞서 들른 이완용 가옥(관련 기사 : 서촌에 '역적 3관왕' 이완용의 집이 있다)을 통해 우리가 한말-일제강점기에 있었던 매국의 역사를 상상했다면, 그 바로 옆에는 해방 이후 박정희정권 이래 불법 구금과 고문이 자행되었던 또 다른 음습한 공간이 위치해 있다.

포털 '다음' 지도에 '부국상사'로 표시된 이곳의 정식명칭은 '옥인동 보안분실'이다. 보안분실이란 이적행위나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는 행위(국가보안법 위반, 간첩행위 등)를 한 사람을 체포해 조사하고, 방첩 목적을 위해 대한민국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설치한 기관으로, 옛 '공안분실'이 이름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1985년 당시 민청련의장 김근태가 남영동대공분실에 끌려가 22일간 받은 고문을 다룬 영화 <남영동 1985>(2012, 정지영 감독)에서 전기고문하는 장면
 1985년 당시 민청련의장 김근태가 남영동대공분실에 끌려가 22일간 받은 고문을 다룬 영화 <남영동 1985>(2012, 정지영 감독)에서 전기고문하는 장면
ⓒ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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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민추위 사건으로 체포된 김근태 전 민청련 의장이 22일간 혹독한 고문 속에서 보낸 '짐승의 시간'을 신념으로 버티며 기억해낸 고문기록으로 인해 세상에 그 잔혹함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뒤 1987년 대학생 박종철을 고문으로 숨지게 한 곳이 바로 '남영동 공안분실'이다.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며 남영동 공안분실이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처지가 되자 지금은 경찰청인권센터로 변신한 뒤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옥인동을 비롯한 다른 공안분실은 여전히 건물에는 어떠한 간판도 없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

최근 영화 <남영동 1985>로 제작 상영돼 다시금 고문의 기억을 되살렸으며, 이러한 과거로 인하여 우리는 공안분실이란 말을 들으면 바로 '고문'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이완용 가옥 바로 옆에 위치한 옥인동 공안분실
 이완용 가옥 바로 옆에 위치한 옥인동 공안분실
ⓒ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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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분실이 바로 이 옥인동 45-21번지에 위치해 있다. 조선 최고의 매국노 이완용과 윤덕영 집 사이에 위치한 옥인동 공안분실.1979년 설치돼 37년 간 있으며 마을 터줏대감 행세를 한다. 그 위치가 나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물결이 구슬같이 곱다 하여 이름 지어진 옥류동천과 인왕산에서 각 한 글자씩 따와 지어진 '옥인동'에서 지난 100년간 '매국'과 '고문'이 자행되었다는 생각에 씁쓸할 뿐이다.

서울경찰청 지금 현재 옥인동 공안분실이 위치한 곳에 새롭게 만들어질 보안수사대 통합청사조감도
 서울경찰청 지금 현재 옥인동 공안분실이 위치한 곳에 새롭게 만들어질 보안수사대 통합청사조감도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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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동 일대의 주민단체 회원들이 이 지역에 공안분실 새롭게 지어지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광고물
 옥인동 일대의 주민단체 회원들이 이 지역에 공안분실 새롭게 지어지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광고물
ⓒ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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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5월 서울시경은 이곳 옥인동 공안분실이 위치한 이곳에 지하2층, 지상4층의 보안수사대통합청사를 지을 안건을 통과시켰고, 이에 이곳 주민단체연합은 이를 저지시키기 위하여 대립하고 있다.

서울에 존재하고 있는 공안분실

위 표는 2012년 국정감사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백재현의원 보도자료를 일부 수정보완한 것이다.
 위 표는 2012년 국정감사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백재현의원 보도자료를 일부 수정보완한 것이다.
ⓒ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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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국정감사 때 백재현 의원에 의해 밝혀진 공안분실은 전국적으로 총 25곳이 있으며 이 가운데 이미 경찰청 인권센터로 탈바꿈한 남영동 공안분실을 제외하고도 서울에만 5곳이 있다.

이중 홍제동에 위치한 것이 경찰청 본청 소속이며, 나머지 이곳 종로구 옥인동을 비롯하여 동대문구 장안동, 서대문구 대신동, 양천구 신정동 등 4곳의 공안분실이 보안분실로 이름만 바꾼 채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이곳은 일반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경우와 다르다. 피의자는 명패도 간판도 없는 이곳에 끌려와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기 때문에 그 자체로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은밀하게 보안분실이 존재하는 한 '밀실수사' '인권침해'라는 과거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는 가능성은 상시적으로 존재한다.

서대문구 홍제동 공안분실
 서대문구 홍제동 공안분실
ⓒ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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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장안동 공안분실
 동대문구 장안동 공안분실
ⓒ 백재현의원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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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신정동 공안분실
 양천구 신정동 공안분실
ⓒ 백재현의원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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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대신동 공안분실
 서대문구 대신동 공안분실
ⓒ 백재현의원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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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옥인동대공분실, #옥인동공안분실, #서촌기행, #이완용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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