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연봉으로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상강에 입단한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 헐크(오른쪽)

지난 7월 1일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연봉으로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상강에 입단한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 헐크(오른쪽) ⓒ 상하이 상강


요즘 중국이 참 부럽다. '축구 굴기' 정책을 통한 대대적인 투자는 자국 리그에 세계적인 선수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헐크(30, 상하이 상강), 에세키엘 라베치(31, 허베이 화샤 싱푸), 하미레스(29, 장쑤 쑤닝), 뎀바 바(31, 상하이 선화), 알렉스 테세이라(26, 장쑤 쑤닝) 등 유럽 정상급 클럽에서 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선수들이 현재 중국 슈퍼리그(CSL)를 누비고 있다. 여기에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수많은 관중은 '오늘보다 발전된 K리그'를 바라는 필자에게 '질투심'까지 유발하곤 한다.  

23일 저녁 8시 30분(한국 시각)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상하이 스타디움은 평일임에도 붉은 유니폼(상하이)을 입은 팬들로 가득 찼다. 상하이 팬들의 쉼 없는 함성 속에서 치러진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 1차전에서 상하이 상강과 전북 현대는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반] 홈과 원정이 뒤바뀐 경기 운영

 23일 중국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전북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에서 전북 현대 로페즈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23일 중국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전북 현대와 중국 상하이 상강의 경기에서 전북 현대 로페즈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홈팬들의 엄청난 응원 열기와는 달리 상하이는 승리에 대한 욕심이 없어 보였다. 공격의 핵심인 헐크와 다리오 콘카(33, 아르헨티나)의 부상 탓인지, 상하이의 에릭손 감독은 홈경기임에도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중국 축구의 에이스(슈퍼리그 득점 2위)라 할 수 있는 우레이(24)와 엘케슨(27, 브라질)이 공격을 이끌었고, 유럽 리그 경험이 있는 순시앙(34)이 팀을 이끌었지만, 홈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에 보답하기에는 부족했다.

반면 전북은 선발 라인업에서부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레오나르도(29, 브라질), 이동국(37), 로페즈(25, 브라질)가 공격 선봉에 섰고, 김보경(26)과 이재성(24)이 그들을 지원하는 포메이션(4-1-2-3)을 선보였다.

전반 3분 만에 이동국이 김주영(28, 상하이 상강)의 핸드볼 파울을 이끌어내면서, 프리킥 기회를 만들어냈다. 비록 수비벽에 막히며 무산되긴 했지만 좋은 출발을 보였다. 또 전반 8분 레오나르도의 첫 슈팅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짧은 패스는 끊겼고, 긴 패스는 읽혔다. 오로지 레오나르도와 로페즈의 개인 능력에 의한 공격 시도가 잦았다. 그만큼 전북의 공격은 답답했다. 37분 레오나르도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강타한 것 외에는 전반전에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홈팀 상하이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였다.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통한 빠른 역습을 노렸지만, 위협적이지 못했다. 전반 중반 이후 주도권을 가져오며 공격을 시도했지만, 패턴이 너무 단조로웠다. 측면에서 크로스를 이용한 공격이 전술의 전부처럼 느껴졌다. 엘케슨이 전반 28분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드리블 돌파를 통해 얻어낸 프리킥 기회 외에는 위협적인 장면이 없었다.

[후반] 목표를 달성한 상하이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전북

후반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북에 변수가 발생했다. 김보경과 이재성이 공격에만 치중할 수 있게 해주던 수비형 미드필드 이호(31)가 부상을 당한 것이다. 결국, 후반 5분 이호를 빼고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28)이 투입되면서 전북은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전반에 이은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오히려 후반 8분 조성환(34)의 반칙으로 허용한 프리킥 상황에서 권순태(31)의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득점을 허용할 뻔한 아찔한 장면을 노출했다. 반격에 나선 전북은 후반 14분 역습 상황에서 최철순(29)이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후반 19분 전북은 이동국을 빼고 에두(34, 브라질)를 투입하며 원정골과 승리를 위해 더욱 힘을 가했지만, 오히려 상대에게 역습을 자주 허용했다. 특히 22분 전북의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우레이에게 기막힌 패스가 들어오며 위험한 장면을 노출했고, 43분에도 위협적인 헤딩 슈팅을 허용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결국,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양 팀은 득점에 실패하면서,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이 났다.

4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전북 현대

    이날 경기에서 최강희(사진) 감독은 전술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경기에서 최강희(사진) 감독은 전술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 전북 현대


보통 원정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면 '잘했다'는 칭찬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경기는 '못했다'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홈팀과 원정팀이 바뀐 것 같은 경기 운영 속에서 전북은 승리는 못 해도 최소한 득점은 기록했어야 했다.

문제는 최강희 감독은 굉장히 공격적인 선수를 내세웠지만, 전술이 없었다는 것이다. 짧은 패스는 차단되기 일쑤였고, 긴 패스는 정확도가 너무 떨어졌다. 약속된 연계 플레이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레오나르도와 로페즈의 개인 기량에 의한 공격만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실제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이동국이 경기 중반 이후 중앙선 부근까지 내려와 패스하던 모습은 이날 경기가 얼마나 답답했는지 잘 보여줬다.

이 경기가 굉장히 아쉬운 이유는 2차전 홈경기에서 실점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에릭손 감독이 1차전 홈경기를 조심스럽게 운영한 것은 2차전 전북 원정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 생각된다.

실제 공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헐크와 콘카가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헐크의 경우 지난달 10일 허난 젠예와의 중국 슈퍼리그 16라운드 홈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는데 데뷔골과 함께 부상을 당했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재활 중인 그의 복귀전은 9월 13일 전북 현대와의 ACL 2차전이 될 것으로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지난 19일 스좌장 융창과의 리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콘카 역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은 그가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인한 '시즌 아웃'을 주장하지만, 소속팀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반응은 아니다.  

더군다나 현재 상하이 상강은 슈퍼리그 1위인 광저우 헝다에 승점 12점 뒤진 리그 4위에 자리 잡고 있다. 7경기를 남겨둔 현재 상황에서 사실상 리그 우승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 남은 것은 'ACL 우승'뿐이다. 따라서 홈경기인 1차전에서 승리가 아닌 무실점을 목표로 한 경기 내용을 보인 것은 2차전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했다고 본다. 에릭손 감독의 '히든카드'인 헐크와 콘카의 복귀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원정경기에서 확실히 이기지는 못해도 득점은 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물론 헐크와 콘카의 부상이 예상보다 심각해 2차전에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1차전 원정경기와 같은 경기력으로 전북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전북의 홈에서 열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이번과는 다르겠지만 '골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한 골이라도 허용하는 순간 전북은 무승부는 곧 패배이고, 2골 이상을 기록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그래서 더욱 승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한 1차전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게다가 전북은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비록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가 되긴 했지만, 최강희 감독과 전북의 선수들은 K리그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현재 슈퍼리그 4위이자 ACL 첫 출전인 상하이 상강에게 패하는 전북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상상할 수가 없다.

2차전이 열리기까지는 약 3주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이 기간에 팀을 잘 정비하고, 준비해서 헐크와 콘카의 복귀와 상관없이 전북이 K리그와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지켜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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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ACL 16강 상하이상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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