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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 모임 소개 책자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 모임 소개 책자
ⓒ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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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까? 40대 한 남성은 말한다.

"술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인격이 무너질 때요. 인간으로 사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죠."

위와 같은 마음이 들 때, 찾아가면 좋은 알코올중독 치료 모임이 있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lcoholics Anonymous, A.A.)'.

1935년 알코올에 의존하던 두 명의 남자가 만났다. 외과의사 밥 스미스와 주식중개인 빌 윌슨이다. 그들은 술로부터 자유를 찾고, 심신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서로를 돕던 중, 이 회복의 경험을 살려서 자신들처럼 술에 의존하는 이들을 돕기로 한다. 그래서 생긴 모임이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이다. 술과 관련한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 경험을 살려서 알코올중독자들의 회복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

A.A.는 알코올중독을 판단하지 않는다. 본인 자신만이 알코올중독자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A.A.는 본인 스스로가 알코올중독을 인지했을 때, 도움을 준다. 술을 영원히 끊겠다는 열망만 있다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약 180개국에서 모임을 하는 A.A의 한국지부는 1983년에 생겼으며 첫 공개모임은 1995년에 열렸다. 수도권에 70여 개의 모임, 그 외 지역에 100여 개의 그룹이 존재하며 약 3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의 활동 지역과 근접한 곳의 모임에 참여하면 된다. 모임은 적게는 2명, 많게는 70여 명으로 이루어졌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간다. 알코올치료병원에 봉사자로 참여해 회복의 경험을 들려주기도 한다. 그들은 익명성을 존중해 서로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이 모임에서 활동한 지 8년이 된 김 선생님(익명)을 지난 8월 3일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 사무실에서 만났다.

알코올중독은 질병이다

알코올중독 치료 교재
 알코올중독 치료 교재
ⓒ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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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이 A.A.를 찾은 것은 8년 전이다. 38살 때였다. 그는 자신이 알코올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8년 전에 병원에 입원했거든요. 제가 그때만 해도 알코올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입원한 병원 안에 A.A. 모임이 있었어요. 모임에 가서 알코올중독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알코올중독 하면 길거리 노숙자를 많이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인정하지 못했던 부분이 커요. 그런데 A.A.에서 알게 된 것이 '알코올중독은 질병이구나'. '병의 하나구나' 알게 되면서 알코올중독을 인정하게 되었죠.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저와 같은 문제를 가진 분들이 많구나 생각했어요."

자신의 의지대로 술을 조절할 수 없을 때, 알코올중독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술에 의존하다 보니까 술을 안 먹으면 안 되는 시점이 와요. 글씨를 못 쓸 정도로 손이 떨리고요. 근데 술을 한잔 마시면 멀쩡해져요. 모든 게 술에 의존해요. 일도 못 했어요."

A.A.에 오면 12단계와 12전통에 대해 생각한다. 1단계는 알코올로 인해 삶을 수습할 수 없음을 시인하는 것이며 전통 중 하나는 다른 알코올중독자들이 술을 끊도록 돕는 것이다.

"12단계 프로그램이 있어요. 과거에 술을 먹었던 부분들을 검토하는 거예요. '내가 이런 상황을 겪고 내가 이래서 술을 마실 수밖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깨닫는 과정이죠. 저는 제가 술을 먹어서 알코올중독자가 된 줄 알았어요. 근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가 술을 마시기 전, 어렸을 때 상처와 아픔 등에 의해서 알코올의존, 알코올중독으로 가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복 과정을 들려주다

A.A.는 알코올중독을 완치할 수 없는 진행성 질병으로 본다. 그래서 완치보다는 회복의 과정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는 다른 알코올중독자에게 도움을 주는 일도 있다.

"A.A.의 도움을 받아 회복하고 있잖아요?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제 경험을 이야기하죠.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었다', '병원에 입원했었다' 등 회복 과정의 이야기를 들려주죠."

A.A.는 종교, 정치, 조직, 학회와 관련되어 있지 않다. 오직 술을 마시지 않고, 다른 알코올중독자들이 술을 끊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알코올병원에서 도움을 청해오기도 한다. 회복에 필요한 정해진 시간은 없다. 중요한 것은 술을 끊고자 하는 열망이다.

"멤버가 되기 위한 특별한 조건은 없어요. 자신이 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술을 끊으려는 용의만 있으면 돼요."

그는 A.A. 모임 활동 후, 술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큰 변화가 있죠. 술에 대한 자유로움이 생겼잖아요? 안 마시면 살 수 없을 때는 구속이었죠. 삶이 완전히 달라졌죠.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직업도 바뀌었고요. 예전에는 저처럼 술만 먹는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보면 술을 안 마시는 사람들이 더 많더라고요."

그는 술을 끊는 좋은 방법으로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본인이 진짜 술을 끊으려는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해요. 금주냐? 단주냐? 생각의 차이가 있으실 거 아니에요? A.A.는 술을 안 마시는 단주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9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 사이트 aakorea.org



태그:#익명의알코올중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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