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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유성기업에서 노동자 한광호가 죽었습니다. 노조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괴롭힘을 벌인 결과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그러나 공장에서 6개월이 다 되도록 죽음에 책임 있는 기업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갑을오토텍에서는 7월 26일 직장폐쇄를 했습니다. 2015년 특전사·경찰 출신 직원을 신규채용해 기업노조를 설립해 노조를 깨뜨리려한 박효상 대표이사가 법정 구속된 지 10일만의 일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노조는 비정규직이 없고, 노조가 강한 사업장이며, 현대차에 납품하는 부품사입니다. 노조파괴가 노동자의 권리와 삶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금속노조 유성지회, 갑을오토텍지회, 유성 범대위 활동가들이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을 순회합니다. <한광호 열사 정신 계승! 노조파괴 분쇄! 전국순회투쟁>을 하는 그 마음과 여정을 글로 나누고자 연재합니다. 9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조파괴를 중단하라는 노동자 시민들의 외침이 울려 퍼지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현대차 하청업체 유성기업의 직장폐쇄 및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하다 생을 달리한 한광호씨. 사진은 지난 6월 14일 서울시청 앞 한광호씨 분향소를 양재동 현대자동차앞으로 옮기는 '꽃상여 행진’ 이틀째 모습.
 현대차 하청업체 유성기업의 직장폐쇄 및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하다 생을 달리한 한광호씨. 사진은 지난 6월 14일 서울시청 앞 한광호씨 분향소를 양재동 현대자동차앞으로 옮기는 '꽃상여 행진’ 이틀째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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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밥을 끊겠습니까? 더운 여름 유족이 단식을 하는 현실에서 조합원들은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아스팔트가 끓는 도로 앞에서 동생을 잃은 유성지회 조합원 국석호 동지가 곡기를 끊은 지 7일째입니다.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가 떠난 지 반 년이 다 돼가지만 유성기업도, 현대자동차도 사과 한마디 없이 여전히 싸늘합니다.

민주노조가 무엇이길래

싸늘한 기업의 모습, 목숨을 내어놓은 동료를 보며 마음먹었습니다.

'노조파괴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노동자의 존엄을 파괴하는 일이다. 한 개의 노조가 무너지면 다른 노조도 무너진다. 노조가 무너지면 노동자들의 삶이 깨진다. 그러니 이건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다.'

그 얘기를 전국에 있는 노동자들과 나누기 위해 현대차의 노조 파괴를 알리는 전국 순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노조를 깨뜨리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은 현대차와 유성기업을 보면 이러한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떠납니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사회, 대부분 현장을 비정규직으로 채워서 고용하는 사회. 언제나 고용을 무기로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복종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최소한 권리를 지켜보고자 만든 것이 노동조합입니다. 자본과 노동의 힘의 균형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는 조직이 노동조합 아닙니까!

그중에 민주노조는 현장노동자들에게는 생명이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유성기업 자본은 노조를 파괴하기 시작했고, 잘 맞아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용역깡패와 노동부·경찰·검찰은 한몸처럼 움직였습니다. 이것들을 조율하는 시나리오를 짜준 것은 돈에 눈이 먼 '창조컨설팅'이라는 노무법인이었고 최종적 배후 조종은 글로벌 재벌인 현대자동차입니다.

제126주년 세계노동절이었던 지난 5월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세계노동절대회에 참석한 유성기업지회 아산공장 조합원들이 고 한광호 열사 영정을 들고 현대차와 유성기업의 노조탄압을 규탄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제126주년 세계노동절이었던 지난 5월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세계노동절대회에 참석한 유성기업지회 아산공장 조합원들이 고 한광호 열사 영정을 들고 현대차와 유성기업의 노조탄압을 규탄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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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가 무엇이길래, 540명 되는 현장노동자가 있는 유성기업노조를 파괴하려 했을까요?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들어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라도 노조를 깨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6년 동안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어느 해는 강남한복판에서, 노동부 앞에서, 어느 해는 굴다리 위에서, 철탑 위에서 답을 찾기를 원했습니다. 드디어 2016년 1월, 노조파괴의 내용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검찰이 감춰왔던 압수수색 자료가 나오면서 얼마나 현대자동차가 깊숙이 하청업체 노사문제에 개입을 했는지 밝혀졌습니다. 이것은 '슈퍼 갑'인 현대자동차가 하청업체 그리고 그 노조에 대하여 얼마나 갑질을 했는지 밝혀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일방적으로 자본의 편을 드는 행정기관 때문에 유성지회 노동자들은 너무나 큰 고통을 당해왔고 지금까지도 그 고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형제처럼 지내던 노동자들끼리 원수 아닌 원수가 됐고, 그 상처는 채 치유되지 못한 채, 또 다른 상처를 끊임없이 남기고 있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포기할 수 없어 길을 떠납니다

현대차 하청업체 유성기업의 직장폐쇄 및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하다 생을 달리한 한광호씨. 사진은 지난 6월 15일 서울시청 앞 한광호씨 분향소를 양재동 현대자동차앞으로 옮기는 '꽃상여 행진’ 마지막 날 모습.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 본사 앞 기업상징석 앞에 도착해 분향소를 차리려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과 충돌하고 있다.
 현대차 하청업체 유성기업의 직장폐쇄 및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하다 생을 달리한 한광호씨. 사진은 지난 6월 15일 서울시청 앞 한광호씨 분향소를 양재동 현대자동차앞으로 옮기는 '꽃상여 행진’ 마지막 날 모습.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 본사 앞 기업상징석 앞에 도착해 분향소를 차리려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과 충돌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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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잘못일까요? 그냥 민주노조 포기하고 회사가 만든 노조에 가면 편할 것 같은데 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십니까? '사람답게 사는 길', 이것만큼은 포기 할 수 없어서 우리는 투쟁의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일하다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하고 잘못된 것 있으면 잘못됐다고 소리치고 싶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투쟁의 길은 너무나 아프고 괴로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광호 열사는 목숨을 내어놓았습니다. 차별도 견뎠고, 징계도 견뎠고, 경찰조사 재판을 통한 사법처리마저도 견뎠지만, 목숨까지 내놓으라는 유성기업을 더 이상 조합원들더러 견디라고 할 수 없어서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서울시청에서 전 민중들에게 사실을 알려내고 양재동에서 현대자동차가 책임지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어느 누가 임금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파업을 하겠습니까? 어느 누가 이 무더위에 씻을 곳, 몸뚱이 제대로 누일 곳조차 없는 곳에서 농성을 이어갈까요?

그가 죽은 지 155일째 되던 날, 한광호 열사의 유족인 국석호가 목숨을 갉아먹는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습니다. 밥 굶으면 이 싸움이 끝날까? 머리 밀면 이길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들로 고민이 많아지지만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복종을 강요하는 자본과 싸워야 합니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정의로운 세상입니다.

8월 24일부터 3일간 '한광호 열사 정신 계승! 노조파괴 분쇄! 전국순회투쟁'을 시작합니다. 정의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을 돌며 "양재동에 사람이 있다! 의로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다! 9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 함께 모여 함께 외치자"고 제안할 것입니다.

유성기업과 마찬가지로 갑을오토텍도 노조파괴로 몇 년간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최근 직장폐쇄에 맞서 싸우고 있기에 금속노조 유성지회와 갑을오토텍지회, 두 민주노조가 함께 전국을 순회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발걸음은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과 한광호 열사 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2011년부터 흔들림 없이 걸어온 길이 이제는 그 마지막 전환점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숨 고를 새도 없이 싸워온 날들을 기억하며 다시금 투쟁의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9월 3일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여러 얼굴들을 보기를 기대하며 우리는 길을 나섭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성민님은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 지회장입니다.



태그:#유성기업, #갑을오토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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