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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똘똘 뭉친 똘똘이 가족
 똘똘 뭉친 똘똘이 가족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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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첫째 딸 민애가 아홉 살, 둘째 아들 규호가 다섯 살로 여름방학에 인도네시아 3주, 겨울엔 필리핀 3주반을 다녀왔다.

"아니, 애가 뭘 안다고...지금 데리고 가면 돈만 아깝지. 나중에 하나도 기억을 못 할 걸."

내가 아이들 데리고 해외로 나간다고 하니까, 친구들은 말렸다. 한 5학년 정도 되어야 사회나 역사도 배우고 교과랑 연계가 되어 이해하기도 쉽다고. 하지만 인지적인 기억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한국에서 사는 것처럼 놀고, 먹고, 자고, 친구들 만나고 책 읽고, 태블릿 게임 하는 걸 다른 나라에 가서 그대로 하고 살 뿐이다.

"헐, 그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다니는 거야, 비용이 많이 들 텐테..."

외국 갔다 왔다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어느 나라를 얼마동안 갔다 왔느냐를 묻고, 다음엔 비용을 궁금해 하고 현지인과 어떻게 친해지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 나라에 가면 그 땅에서 사는 사람들이 사는 방식으로 다닌다.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하고 그들이 먹는 음식을 그대로 먹는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인구가 많아 전철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타면 꼭 일어나서 자리를 비켜주고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발리에서 우리 식구는오토바이로 씽씽쌩쌩.
 발리에서 우리 식구는오토바이로 씽씽쌩쌩.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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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주처럼 사원이나 유적이 많은 족자카르타에서는 주로 택시를 타고 다녔고 발리에서는 오토바이를 빌려서 그들처럼 달렸다.  우리가 다니는 곳은 유명한 관광지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 공원, 문방구, 대학교 정원과 학생들이 뛰어다니는 운동장, 수족관, 동물원, 시장, 서점, 쇼핑센터 장난감 코너를 간다.

음식은 현지인들이 잘 가는 밥집에서 먹는다. 동남아시아는 빵이 아니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인도네시아에는 무슬림이 많아서 고기 대신 여러 가지 나물 요리가 많았다. 규호는 주로 사떼(닭꼬치)랑 밥을 먹고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머지는 나시고랭(볶음밥), 미고랭(국수), 뗌뻬(청국장 튀긴 것), 커리, 바얌(시금치 비슷한 채소), 숙주나물, 가지볶음, 두부부침 등을 먹어 즐거운 식사시간이 되었다.

 "손으로 먹으면 더 맛있다." 현지인들처럼 손으로 먹는 민애.
 "손으로 먹으면 더 맛있다." 현지인들처럼 손으로 먹는 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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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하면 생각나는 나시고랭, 미고랭.
 인도네시아 하면 생각나는 나시고랭, 미고랭.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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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귀찮고 잘 안 따라다닐 것 같고 괜히 힘만 들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정반대다. 필리핀에서는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호텔이나 상업적 숙소가 아닌 현지인과 연결이 되어 며칠을 재워주고 같이 생활하는 시스템)을 통해 알게 되어 마닐라에서는 크리스(Kris), 뚜게가라오에선 알드윈(Aldwin) 집에서 각각 3일씩 보통 필리핀 가정집을 경험했다. 아이들은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집이 왜 이래."
"좁고 지저분하다."
"장난감이 없어서 심심해."

아이들은 눈치 없이 그 집 어른들 앞에서 막 내뱉었다. 하지만 신기하게 한 두 시간만 지나면 식구들, 동네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밥도 잘 먹었다. 동네 한 바퀴 돌면서 아이들 만나고 그들이 하는 놀이 옆에서 구경하고 있으면 "너도 할래?"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놀이에 끼어준다.

한편 동네 아주머니들은 "어디에서 왔어요?", "아이가 참 예쁘네요", "빅뱅 좋아하는데, 넌 누구 팬이야?"라며 자연스럽게 대화한다. 이건 다 아이들 덕분이다. 해맑은 눈과 언제나 헤헤거리는 남매가 타국 사람들의 경계를 풀어주기 때문이다.

 따만사리 궁전을 따라 만난 동네 아이들과 함께
 따만사리 궁전을 따라 만난 동네 아이들과 함께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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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전 보려고 동네아이들 다 모인 필리핀 친구 알드윈의 집에서
 텔레비전 보려고 동네아이들 다 모인 필리핀 친구 알드윈의 집에서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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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와서 "여행 갔던 곳 중에 어디가 제일 재미있었어?"라고 물어봤다.

"응, 나는 워터파크."

눈치 없게 민애는 수영장을 말했다.

"난 변신 로보트 산 거 좋았어."

규호는 더 눈치 없게 장소와 관계없는 장난감을 말했다.

"이건 한국에서도 다 할 수 있는 건데 바다 건너 멀리까지 갈 필요는 없잖아?"라는 생각에 잠깐 실망했지만 그래도 여행은 우리 집 식구들이 똘똘 뭉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주었다.

 짐싸고 짐 풀고의 연속이지만 규호는 다 신난다.
 짐싸고 짐 풀고의 연속이지만 규호는 다 신난다.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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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없으면 집에 못 가. 열심히 따라 다니자."
"아빠, 최고다. 척척 길도 잘 찾네."

아이들은 여행지와 숙소를 모두 찾고 경비를 아껴서 진행하는 아빠를 무조건적으로 따랐다. 힘들고 지쳐도 서로 애쓰는 모습을 격려하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나 못 걸어요, 좀 업어주세요" 하지 않고 뚜벅뚜벅 걷는 아이들을 보면서 힘들다고 투정부릴 수 없었다. 침대 하나만 겨우 들어가는 방에 가로로 네 명이 누워서 자도 좁다고 불평하지 않았고, 필리핀의 교통수단인 지프니에 끼어서 다녀도 군소리 없이 아침이면 서로를 보고 "Good morning?"을 외치는 사이가 됐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집에는 장난감도 많은데."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 먹고 싶다."
"짜장면, 탕수육, 떡볶이도."

남매는 이렇게 말하며 한국을 그리워하고, 집의 소중함을 알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좀 나가자. 평소에 책 사주는 것만 빼고 과외, 학습지, 학원, 새 옷, 새 가방 다 참고 그 돈으로 배낭여행을 하면 어떨까. 일부러 사서 하는 고생이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다. 거기서 배운 깨달음과 내공으로 아이들은 더 크게 자라날 것이다. 아침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같이 고생하고 길 찾으며 헤매던 일들이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힘들면 그냥 어디에서든 잔다. 만고땡, 규호
 힘들면 그냥 어디에서든 잔다. 만고땡, 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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